몰래 피는 꽃
그냥 어둑해질 무렵
그제야 거리를 나선 나는
벌써 여기저기 꽃피어
온통 행복한 사람들, 아이들
나려진 꿈을 보고선
나의 죽음을 그리고 살인자의 독수를
문득 떠올려 본다.
왜 모든 꽃들은 저토록 화사하게 피어나
길가에 번져 있을까?
꽃잎을 밟지 않아도
걸음걸음마다 시가 툭툭 터져 나오고
번져 흐르건만
어데 발길 둘 곳 없는 내 걸음은
당당히 놀이터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행복한 아이들에게
떠밀려
모르는 골목, 골목 사이사이로
몰래 핀 꽃 한 송이를 찾아 숨어들어 간다.
왜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은 없는 걸까?
온통 밟혀지고 시들어버린 꽃들
한껏 찌들어버린 내 미소
고개를 저으며 도저히 어이할 수 없는
이 시 하나를 차마 찢어발길 수 없어
더 이상 시원하게 뱉어낼 수 없어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몰래 꽃 피는 꿈
피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