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 피는 꽃

 

 

그냥 어둑해질 무렵

그제야 거리를 나선 나는

벌써 여기저기 꽃피어

온통 행복한 사람들, 아이들

나려진 꿈을 보고선

나의 죽음을 그리고 살인자의 독수를

문득 떠올려 본다.

왜 모든 꽃들은 저토록 화사하게 피어나

길가에 번져 있을까?

꽃잎을 밟지 않아도

걸음걸음마다 시가 툭툭 터져 나오고

번져 흐르건만

어데 발길 둘 곳 없는 내 걸음은

당당히 놀이터에 앉아

담배를 태우는 행복한 아이들에게

떠밀려

모르는 골목, 골목 사이사이로

몰래 핀 꽃 한 송이를 찾아 숨어들어 간다.

왜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피어나는 꽃은 없는 걸까?

온통 밟혀지고 시들어버린 꽃들

한껏 찌들어버린 내 미소

고개를 저으며 도저히 어이할 수 없는

이 시 하나를 차마 찢어발길 수 없어

더 이상 시원하게 뱉어낼 수 없어

어스름한 골목

어둠,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몰래 꽃 피는 꿈

피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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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5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시가..안타까운지...숨은꽃이 .그런지..뭣모르고 당당한 놀이터의 그들이 안타까운지..
시속의 화자가 안타까운지...

몽원 2015-03-25 16:09   좋아요 1 | URL
이십대 초반에 쓴 끄적거림에 가까운 글인데.. 이런 글도 시로 봐주시고 공감해주시니...
그저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장소] 2015-03-25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슷어슷 ..자신을 괴롭히는 ..혹은 탕진하는..기분이 들어서..알것도 같고..모를것도같고..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