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을 기억

 

 

 

이제는 벌써 유년의 언덕배기

마른 엉겅퀴들 가득 엉키어

푸석푸석 아스러지는 소리 따라

밟아 올라서면,

밑동이 잘려버린 그루터기 하나

화석처럼 꼿꼿하게 굳어

쩍쩍 갈라진 틈새 사이로

겨울, 잠들기 위해

개미들이 기어 다니고

깊은 동굴 속으로 동굴 속으로

침잠해가고 있지만...

 

 

나는 잊고 있었다.

 

 

그 그루터기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잔풀을 보며

그 여린 잎맥의 결을 따라 입맞춤하고

짓이기던 손끝에 베인 짙은 향내에

서러워 울었음을.

 

 

그 밤, 그 언덕 아랫마을

무수히 펼쳐진 창가의 불빛들과

가로등 불빛들로 촛불을 켜고

지금은 아이의 아빠가 된 동무들과

못 다 부른 별빛의 노래를 부르며

별똥별처럼 바닥으로 그 아래로

타들어가는 소망으로

떨어져 갔었음을.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르고

어디로 갈지도 모르는

차도 위에 헤드라이트 불빛들처럼

금세 모두 사라져 갔지만

우리 모두

그곳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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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12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오셨습니다.

몽원 2015-03-12 14:53   좋아요 1 | URL
종종 소리 없이 님의 서재도 들리고, 제 서재도 들렸습니다. 조금 바빴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