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몽상가의 기억
오직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떠나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모 말도 않고 생각도 없이*
그저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떠나지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바뀐 걸까요?
아직도 내 마음은
오직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정처없이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쏘다니고 싶은데
모든 걸 쏟아내고 싶은데
더 이상 방밖으로 나오질 않고
아무것도 쏟아내지 않은 채
무력하기만 한데
그렇게 절망으로 가득한데
그래도 아직도 내 마음은..
*랭보, 감각, 민음사, 2010년, p10
**랭보, 나의 방랑생활, 민음사, 2010년,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