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머리를 치다

 


두 다리를 꼬옥

부여잡고서

닭 머리를 친다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목이 돌아가고

사방에 피가 튄다

언제까지 살고 싶은 거니?

한참 기다려도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목이 돌아가고

사방에 피가 튄다

생이란 게 이토록 잔인하고

질긴 것인지

피가 다 흐르기까지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목이 돌아가고

사방에 피가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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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이거나 바람이거나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나는 무엇을 버려야 할까?

나를 버리면

무상무념이 되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까?

팔을 버리고, 다리를 버리고

눈을 버리고, 코를 버리고

입을 버리고, 귀를 버리고

그렇게 모두 버리면

무엇이 남을까?

허공에 가득 채워진

공기 흐름에

문득, 나를 맡겨보고 싶다.





*화엄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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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몽상가의 기억

 

 

오직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떠나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모 말도 않고 생각도 없이*

그저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떠나지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엇이 바뀐 걸까요?

아직도 내 마음은

오직 떠나지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정처없이

터진 주머니에 손 집어넣고**

쏘다니고 싶은데

모든 걸 쏟아내고 싶은데

더 이상 방밖으로 나오질 않고

아무것도 쏟아내지 않은 채

무력하기만 한데

그렇게 절망으로 가득한데

그래도 아직도 내 마음은..

 

 

 

 

 


*랭보, 감각, 민음사, 2010년, p10

**랭보, 나의 방랑생활, 민음사, 2010년,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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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과 진심의 정합

 

 

나비야 어쩌란 말이냐

푸른 날개를 파르르 떠는

푸른 나비야 어쩌란 말이냐

내 너를 볼 때마다

짐승처럼 발기하여

네 날개를 뜯고

처참히 능욕하고 싶은 것을

푸른 나비야 어쩌란 말이냐

세월이 지나

모든 것이 잊혀지면

내 너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것을

푸른 나비야 어쩌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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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

 

 

코피가 흐른다

바닥에 점점이 맺혀

빨간 웅덩이를 만든다

눈물이 흐르고

콧물이 터지고

오줌보가 폭발한다

모든 구멍에서 물기가

빠져나와

웅덩이는 샘이 되고

샘이 강이 되어

바다로 흘러간다

그 바다 건너 혹은

바다 깊은 곳에서

폭풍의 전설을 간직한

빗물이 쏟아진다

그렇게 코피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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