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시
봄소식을 알리고 싶어요.
꽃시로 꽃씨를 뿌려
연두빛 싹을 틔우고
하얗게 연붉게 수줍은 꽃잎들을
거리에 마구마구 흩뿌리며
미친년처럼 동네바보 형처럼
누가 들어줄 것도 아닌데
봄이 온 걸 모르는 것도 아닌데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봄이 왔다고
봄, 봄, 봄이 왔다고
아가들에게 살짝 윙크를 하고
아가씨들에겐 잿빛 재킷 대신
새하얀 블라우스에 꽃주름 치마를
아저씨들에겐 검은 양복 대신
푸른 셔츠에 연보랏빛 청바지를
입혀주며 봄을 알리고 싶어요.
바람이 아직 시리다하면
정오에 따사로운 햇발에
눈을 감고서 녹아내리는 꿈꾸며
살며시 스며드는 셔츠 사이
바람의 애무를 느껴보라고 싶어요.
그렇게 야한 농담처럼 진담처럼
설레발치며 온 동네 온 세상에
봄소식을 마구마구 알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