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로야, 일주일도 더 지나서 소식을 전한다.  

저번 주 목요일에 서울에 다녀왔다. 

심장은 작아져서 정상이 되었다.  

내 투덜거림을 받아준 네 덕이 크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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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3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는 지금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자면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나 자신의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느낄 때, 당신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평화롭게 존재할 수는 있습니다. 슬프고 눈물이 나겠지만 저항하는 마음을 버린다면, 그 슬픔 아래서 깊은 평화와 고요, 그리고 신성한 현존을 느낄 것입니다. 그것이 존재의 발산이고 내면의 평화이며 대립이 없는 선입니다. -톨레,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p.269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길가에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가로수 옆에 기대어 있었다. 울고나서 보니 아주 작은 나무였다. 그렇게 가늘고 작은 나무에 기대어 울어야 했다. 알 수 없는 분노가 함께 했다. 슬픔과 분노..저항하는 마음을 버렸더라면 평화로울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언니의 죽음이 떠오르면 아직도 무언가에 저항하고 있다. 가슴이 눌린다. 

"아난다여, 그것은 이것을 생각해도 명확하지 않느냐. 사람들은 나를 좋은 벗으로 삼음으로써 늙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늙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병들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또 죽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아난다여, 이것을 생각해도 좋은 벗을 가지고, 좋은 동지 속에 있다는 것이 이 도의 전부임을 알 수 있지 않느냐"([잡아함경]27:15선지식)-마스타니 후미오, [불교개론], p.61 

붓다는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가? 죽지 않으면 안 될 몸이면서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니...혜덕화님이 몸을 갖고 있는 한, 몸과 마음의 고통으로부터 과연 자유로울 수 있는가 하는 말씀을 한 이후로 붓다의 이 말씀이 내게 들어왔다. 붓다는 무슨 말씀을 하고 있는가... 

나는 여전히 평화와 자유를 말한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이 작은 몸..마음..이런 것들의...그러나 여전히 모른다.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가...그래서 나는 그의 법을 배우고자 한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평화와 자유를 말할 수 없다. 깊은 슬픔과 죽음 앞에서는... 

================= 

혜덕화님, 그저 깊이 함께 슬퍼합니다.  님과 가족들이 슬픔 속에서도 평온하실 수 있기를, 스스로를 편안하게 돌볼 수 있기를...동생분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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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9-07-11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불현듯 반가운 닉네임이 보여서 왔습니다. 어찌 지내시나요.
뻥질 잘 치는 이 여자는 여전히 알라딘에 남아 있습니다.
혜덕화님 소식 듣고 저도 무척 울적한 저녁이네요. 허망한 밤이 될 것 같습니다.
이제 고통없는 세상에서 영면하시기를 저도 더불어 빕니다.

라로 2009-07-11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누아 2009-07-13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여우님, 전 여기 오면 님의 서재에 종종 들려요. 님의 글을 천천히 다 읽지 못할 때가 많지만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는 알 수 있어요. 그렇게 알라딘에 남아 있어서 제가 언제고 들어와도 반가운 사람이 있어 기뻐요. 가슴 아픈 소식 앞에 이런 일이 이 세상 어디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세월을 흘러보내는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나비님, 함께 기도하면 이 세상 사람이든, 저 세상 사람이든 우리 모두 평온해질 수 있겠죠? 평온..
 

왈로야, 네가 몸을 구부리는구나.   

오래오래 돌아돌아 이제 여기에서

낮고 둥근 몸이 되었구나.

세월에 모나고 흉해지지 않고, 

이렇게 둥글고, 작고, 부드러워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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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5-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누아님~~~ 정말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요. 와락 껴안고 싶어요.
잘 지내셨어요?
알라딘의 둥지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신 이누아님.
그냥 이렇게 가끔 소식 주세요. 너무 반가워 눈물이 찔끔^^

2009-05-14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왈로 2009-07-09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다녀간다. 내일이면 대장정 하나가 마무리되는데 올해는 유독 버거웠다. 한 2년 정도는 이래 보내야겠지만 무거운 마음보다 즐거운 마음이 더 크니까 잘 해낼거라 믿는다. 난 내가 너무 좋다. 이제는 구부려 절 할 수 있는 내가, 네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내가 너무 좋다. ^^ 다 니 덕이다. 진짜!

이누아 2009-07-11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슬픈 소식을 들은 후라 가슴이 미어질 것 같다. 본 적도 없는 분인데도 우리 가족의 경험이 생각이 나서 더 그런 것 같다. 결국 타인을 위한 모든 기도는 자신을 위한 기도의 다름 아니다. 나는 그분의 명복을 빌며, 또한 내 가족의 명복을 빌고 있는 것이다. 모든 존재가 몸과 마음이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고, 스스로를 편안하게 돌볼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나와 내 가족과 내 벗들이 그러기를 바란다는 것이지...모든 존재가 나 같고, 가족 같고, 벗 같은 이들의 기도를 내가 빌려하는 것이지..

어쨌든 네가 네가 좋다는 말을 들으니 흐뭇하구나. 전의 너도 좋고, 지금의 너도 좋다. 서로 이야기할 수 있으니 더 좋다. 고맙다. 2년 동안도 잘 해낼 거야. 얼만큼 왔는지 뒤돌아보지 말고, 사랑을 다해 걷자!
 

작년 다이어리 앞에 나는 이런 글을 적어 놓았다.  

"내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주가 나를 돕고 있는 것이다." 

며칠 전, 잊고 있던 이 구절이 갑자기 떠올랐다.  

무슨 생각으로 확신처럼 이런 글을 적었던 걸까..에 물음표를 찍기도 전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왈로야, 나는 편안하다.  

맑은 날 오후에 같이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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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하는 사람은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해야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해야 하며

지혜로 불법을 생각하기를 해와 달 같이 해야 하며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간에 곧은 마음을 끊지 말라.

다른 사람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해 참견하지 말고

좋은 일을 겪든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하든지 항상 마음을 평안히 하고 마음을 무심히 가지라.

또한 숙맥 같이 지내고 병신 같이 지내고 벙어리 같이 소경 같이

귀먹은 사람 같이 어린 아이 같이 지내면

마음에서 저절로 망상이 없어지리라. 

                                                       -경허 스님

여러분,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화두를 잘 들고 참구하십시오.                -허운 화상(참선요지 p.205)

=========

요즘 내내 입 속에서 중얼거리는 선사들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들을 떠나지 않고 서성이는 것은 가득찬 망상이 무거운 까닭입니다. 전강 스님께서 책만 보면 다 공부하라는 말뿐이더라, 공부하라는 말은 덮고 그만 공부해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셨지만 더딘 사람은 그 말도 유용한가 봅니다. 경허 스님의 글귀..이 글을 나눌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으로 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좋아하는 제 심정을 이해하실 것만 같아서, 또 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

방명록에 적힌 님의 인사가 반가웠습니다. 동생분의 건강도 이제 여의한지요?

저도 님을 따라 날을 정하고, 시간을 정하고, 하루의 시간 중에 가장 우선을 두어 좌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날을 정하고 시간을 늘인 만큼 망상과 산란의 시간도 늘어납니다. 선사들의 말씀처럼 열길을 거슬러 오르면 백길을 밀려 내려오는 듯합니다.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불보살님의 보살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동안거 결제일입니다. 요즘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 선방에서 안거를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정한 결제와 해제가 있어 저는 지금도 결제중입니다. 그날은 인천 용화사에 갈 생각입니다. 결제일마다 동화사에 갔었는데 이번엔 선방 보살님들과 함께 하지 않기도 하고, 제게 화두를 주신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은 지가 무척 오래여서 마음을 냈습니다.

서재에 온 것은 오랜만이지만 그전에 책을 사러 들렀다 님의 서재의 글을 다시 읽고 다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있는 법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으면 님께 연락을 드리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님의 삼천배 기도가 점점 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이유도 없이 귀에 쟁쟁한 글귀가 있는데 그것은 "밖에서 구하지 말라!"입니다. 어디서 읽은 글일텐데 이유도 없고, 출처도 모른채 쟁쟁거립니다.

요즘 품고 있는 글귀가 좋아 나누려고 적은 글이 제 소식과 섞여 두서가 없습니다. 그만 자러 갑니다. 님을 생각할 때마다 님의 건강과 평안, 정진과 성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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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11-20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을 음악실에 보내고 잠시 자료를 찾으러 들어오니 님의 반가운 글이 올라와 있네요.
<열길을 거슬러 오르면 백길을 밀려 내려오는 >느낌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

가끔씩 자신에게 절망할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내가 삼천배 수행을 몇년이나 해온 사람 맞나 싶은 마음이 들도록 자잘한 일상에 마음이 묶이고 성가셔하고 짜증을 낼 때, 혼자 더디게 어둠 속에서 헤매는 느낌이 들 때, 님의 글이 힘이 됩니다.

저도 300일을 작정하고 기도 결재 들어 갔지만, 삼백일이 천일이 될지 몇 년이 될지는 알수 없습니다.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욕심은 없지만 사는 일의 쓸쓸함이라도 벗어버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은 그냥 저냥 생각보다는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혈육이라도 단지 구경꾼에 지나지 않음을 동생의 투병 생활을 지켜보면서 하게 됩니다.

사람 몸 받은 업으로 끊임없이 밖으로 시선 돌리며 살 수 밖에 없지만, 고요하고 평온한 시간, 함께 수행하는 도반의 에너지를 몸으로 마음으로 느낍니다.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이 있어, 이렇게 소식이라도 전하며 함께 수행해 갈 수 있어 행복한 아침입니다.
동안거 결재 잘 하시고 마음의 결재도 여여하게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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