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하는 사람은
마음 움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해야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해야 하며
지혜로 불법을 생각하기를 해와 달 같이 해야 하며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간에 곧은 마음을 끊지 말라.
다른 사람이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해 참견하지 말고
좋은 일을 겪든지 좋지 않은 일을 당하든지 항상 마음을 평안히 하고 마음을 무심히 가지라.
또한 숙맥 같이 지내고 병신 같이 지내고 벙어리 같이 소경 같이
귀먹은 사람 같이 어린 아이 같이 지내면
마음에서 저절로 망상이 없어지리라.
-경허 스님
여러분,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쓰지 마십시오.
화두를 잘 들고 참구하십시오. -허운 화상(참선요지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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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내 입 속에서 중얼거리는 선사들의 말씀입니다. 이 말씀들을 떠나지 않고 서성이는 것은 가득찬 망상이 무거운 까닭입니다. 전강 스님께서 책만 보면 다 공부하라는 말뿐이더라, 공부하라는 말은 덮고 그만 공부해버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셨지만 더딘 사람은 그 말도 유용한가 봅니다. 경허 스님의 글귀..이 글을 나눌 수 있는 첫 번째 사람으로 님이 떠올랐습니다. 이 글을 좋아하는 제 심정을 이해하실 것만 같아서, 또 님도 좋아하실 것 같아...
방명록에 적힌 님의 인사가 반가웠습니다. 동생분의 건강도 이제 여의한지요?
저도 님을 따라 날을 정하고, 시간을 정하고, 하루의 시간 중에 가장 우선을 두어 좌선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날을 정하고 시간을 늘인 만큼 망상과 산란의 시간도 늘어납니다. 선사들의 말씀처럼 열길을 거슬러 오르면 백길을 밀려 내려오는 듯합니다. 그런데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불보살님의 보살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토요일은 동안거 결제일입니다. 요즘은 일을 하고 있는 중이라 선방에서 안거를 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정한 결제와 해제가 있어 저는 지금도 결제중입니다. 그날은 인천 용화사에 갈 생각입니다. 결제일마다 동화사에 갔었는데 이번엔 선방 보살님들과 함께 하지 않기도 하고, 제게 화두를 주신 스님의 법문을 직접 들은 지가 무척 오래여서 마음을 냈습니다.
서재에 온 것은 오랜만이지만 그전에 책을 사러 들렀다 님의 서재의 글을 다시 읽고 다시 읽은 적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있는 법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으면 님께 연락을 드리고 가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님의 삼천배 기도가 점점 안으로 향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요즘 이유도 없이 귀에 쟁쟁한 글귀가 있는데 그것은 "밖에서 구하지 말라!"입니다. 어디서 읽은 글일텐데 이유도 없고, 출처도 모른채 쟁쟁거립니다.
요즘 품고 있는 글귀가 좋아 나누려고 적은 글이 제 소식과 섞여 두서가 없습니다. 그만 자러 갑니다. 님을 생각할 때마다 님의 건강과 평안, 정진과 성취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