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랑
- 오영해 -
첫눈이 솜뭉치로 내리던 날
소문을 따라 갔다 온
마흔에도 총각인 친구녀석은
골방 어둠 속에서
울었습니다
썩을 년 씨언허다
그러케 갔으먼 잘이나 살지
엄동에 애기 업고 배추 장사가 뭐여
막노동에 갈라진 손등
눈물이 쓰려서
첫사랑은
목이 콱 잠겼습니다
-------------------------------------------------------------------------------------------------
무어 그리 미련이 남는다고 그렇게 떠난 첫사랑이 궁금해 설레이며 갔던가요. 갈라진 손등처럼 누추한 인생 바라보고 돌아서서 허한 마음 달랠길이 "썩을 년 씨언허다" 한마디는 아니겠지요. 애써 감추며 돌아와 어두컴컴한 골방에서 울어버린 투박한 사내의 울음소리가 빗물을 타고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