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에 나오는 인물중 나를 가장 서글프게 한 인물은 '볼프강 글리머' 이다. 그는 이 만화책에서 인간 실험의 장소로 묘사된 511킨더하임 출신으로 자신의 이름도 모르고, 감정을 모두 빼앗긴 인물이다. 항상 웃는 얼굴인 그가 자신의 웃는 모습이 훈련과 학습의 결과라고 말할때 난 비록 그림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눈물을 볼수 있었다.

그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 ' 이런 상황에서 내가 어떤 모습을 지어야하죠?'라는 말이다. 자신의 감정을 모두 빼앗긴 상태, 사실 선뜻 가슴속에 와닿지는 않는다. 과연 그런일이 가능할까? 슬픔을 모르고 눈물을 모르는 그런 상태가 가능할까? 현대사회에서 신문지상을 통해 터져나오는 충격적인 사건조차 그들이 감정이 없다고는 생각할수 없다. 그들은 스스로를 거부하는 것이다. 슬픔을 억누를 더 큰 죄악의 감정이 그들을 지배하는 것이지.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닐게다.

볼프강 글리머, 그는 마지막에 결국 죽음으로 감정을 찾는다. 목숨만큼의 값어치가 있음을 나타내주는 대목일까? '슬퍼...내가 죽어서 슬픈게 아니라...내 아이가 죽는게 슬퍼요...사람은 감정을 없애기가 불가능하지...감정은 어딘가 모르는 곳에서 헤매고 있거든...마치 내 앞으로 보낸 누군가의 편지가 수십년이 흐르고 나서야 도착한 것처럼...이게 진짜 슬픔이고 행복이었어' 아들의 죽음앞에서도 슬픔이란 감정을 몰랐다고 괴로워하던 그의 마지막 말이다.

문득 이 사회 전체가 511킨더하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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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2-2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이성이 무뎌져 가는 것이 더 걱정입니다.

paviana 2004-02-25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리머 기억나요...몬스터 정말 걸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