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밥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 밥을 삼킬 때 우리는 낚싯바늘을 함께 삼킨다. 그래서 아가미가 꿰어져서 밥 쪽으로 끌려간다. 저쪽 물가에 낚싯대를 들고 앉아서 나를 건져올리는 자는 누구인가. 그 자가 바로 나다. 이러니 빼도 박도 못하고 오도 가도 못한다. 밥 쪽으로 끌려가야만 또다시 밥을 벌 수가 있다 -p71-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중략...) 나는 밥벌이를 지겨워하는 모든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 친구들아, 밥벌이에는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이걸 잊지 말고 또다시 각자 핸드폰을 차고 거리로 나가서 꾸역 꾸역 밥을 벌자. 무슨 도리 있겠는가. 아무 도리 없다.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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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없음을 알면서도 꾸역꾸역 해야하는 살아있음의 구체성인 밥! 김훈이 말하듯 밥은 무엇보다도 긍정되어야 하고 무시되지 말아야 하는 것이지만 생존의 가장 기초인 밥마저 스스로의 입질을 유도하는 낚싯 바늘을 품고 있다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노동을 강요하고, 더 일하라고 부추기는 사회에 대해 우리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 라는 냉철한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