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태생적으로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고 한다. 그래서 엄격한 분석보다 휴리스틱(heuristics)을 택하기 쉬운데 설득력 있는 서사야말로 가장 강력한 휴리스틱이 된다.
한편, 이것을 신경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인간 사고의 두 가지 유형'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심리학자인 키스 스타노비치와 리처드 웨스턴이 인간 사고의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시스템 1과 시스템 2라고 이름을 붙였다.
시스템 1 : 인간 뇌의 깊은 곳에서 작용하는 신속한 감정 반응.
인간의 탐욕과 공포를 관장하는 뇌의 구조물은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에 좌우 대칭적으로 자리잡고 있는 측좌핵(nuclei accumbens)와 편도체(amygdala)이다. 측좌핵은 보상과 욕망, 즉 음식이나 성적 자극, 사회적 만족, 금전적 성취에 반응하고 편도체는 공포와 혐오, 분노에 의해 활성화된다.
시스템 2 : 변연계 바깥에 있는 피질 수준서 작용하는 훨씬 느린 추론과 분석.
인간 뇌의 피질 또는 신피질은 진화론적으로 변연계보다 훨씬 나중에 나타난 조직으로 기억, 사고, 언어, 각성 등 의식의 고차원적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간단히 말해서 시스템 1은 감정, 시스템 2는 이성과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 진화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시스템 1의 신속하고 즉각적인 반응이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후기 산업사회인 현대에는 시스템 1 우위 체제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서사(이야기)는 시스템 1에 호소한다. 우리가 소설이나 드라마에 빠져들고 예술 작품에 도취되는 것은 시스템 1의 반응이다. 이것은 우리를 현실로부터 떼어놓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시스템 1에 호소해야 한다. 서사뿐만 아니라 음악과 같은 예술도 전형적으로 시스템 1에 호소하는 장치이다. 군중을 선동할 때 음악과 노래가 동원되는 것도 그 효과를 잘 아는 사람들의 노림수인 것이다.
"음악은 서사장치보다 더욱 강렬하게 시스템 1을 자극한다. 청각 정보는 내이의 유모세포를 통해 청각 신경으로 전달된 다음, 중계장치를 통해 하부 뇌간에서 상부 뇌간으로 전달된 후 시상(thalamus)에 도달한ㄴ다. 이곳에서 청각 정보는 시스템 1과 시스템 2로 배분된다.
시상 한 쌍은 뇌간 상단에 놓여있으면서 전달되는 감각 정보를 뇌로 이송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는데, 결정적으로 시스템 1, 특히 측좌핵과 편도체에 직접 연결되어 있어서 각각 쾌락과 혐오감을 자극한다. 시상은 또한 청각 정보를 시스템 2의 청각 담당 부위로 보내는데, 시스템 2는 해슬 이랑(Hescle's gyrus)으로 알려진 측두엽 일부와 그 위의 연합 치질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부위들이 활성화되면 우리는 소리를 해석하고 의식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시스템 2가 시스템 1에 비해 간점적이고 느린 속도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
위의 설명을 정리해 보자면, 음악이나 소리와 같이 감각에 일차적으로 호소하는 신호는 우리가 태고적부터, 동물이었던 조상부터 물려받은 파충류의 뇌(변연계)에 직접 호소하는 신호이다. 한편 인간은 신피질이 발달하면서 단순한 감각 이상으로 사고하고, 분석하고, 반성하고, 추론함으로써 세상을 좀 더 과학적이고 종합적이며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이용해서(manipulate) 이익을 얻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똑똑한 인물들은 이런 인간의 능력과 속성을 이용해서, 사실과 허구를 교묘하게 섞어 이야기(narrative)를 만들어서(자신의 시스템 2를 동원) 수많은 사람들을 감성적으로 설득해서(타인의 시스템 1을 이용) 군중을 광기와 망상에 빠뜨린다고 정리할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역사적 사실에 과학적 고찰을 곁들이는 것이 이 책의 매력이자 진가라고 생각된다. 일단 방대한 책의 첫번째 에피소드, 18세기의 쌍동이 버블을 간단히 요약하고, 저자의 설명 스타일도 맛보기로 소개해보았다. 이어진 장에서 소개되는 또 다른 금융 버블 이야기들.......영국의 철도 버블, 1920년대의 버블과 대공황, 2000년대 초 IT 버블 등의 이야기도 나중에 요약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