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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발칙한 사생활 - 우리 곁 식물들의 영리한 생존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장은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5월
평점 :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의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은 우리 이웃 식물들을 생존전략을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는 책입니다. 식물학 지식을 바탕으로 식물을 주인공으로 의인화해 풀어내는 방식이 재미있습니다.
공기처럼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식물. 우리는 식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일상에서 쉽게 보지만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식물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독자마저도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하는 흥미로운 비밀이 가득하니 식물들의 신비로운 세계, 탐험해 보지 않으시겠어요?
"식물을 알면 사람을 알 수 있다. 식물의 생존방식을 알게 된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인간의 생존방식일지도 모른다". - p7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식물들의 생존전략을 알려줍니다. 병원균과의 마이크로 전쟁부터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동물들이 옮기는 씨앗의 비밀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식물 세계의 신비로움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잡초는 왜 강한가, 산은 왜 푸를까처럼 생각도 안 해봤던 질문들이 쏟아집니다.
식물들의 행동에 담긴 신기하고 놀라운 전략을 생물학적 지식만으로 풀어낸다면 흔한 생물학 책이겠죠. 하지만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은 식물 세계에 숨은 영리함을 발견함과 동시에 인간과의 유사성도 발견하도록 돕고 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입니다.
식물들의 생존 전략은 인간의 삶과 꽤나 유사합니다. 식물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통해 인간의 상호 협력 사회생활을 떠올리게 됩니다. 식물들이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는 인간의 적응 방식과 위기 극복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식물은 복잡한 사고 없이도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나갑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것에만 집중함으로써 생존의 기술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생각과 걱정에 사로잡히며, 우리 삶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워지곤 합니다.
식물들의 성장과 발달은 인간의 삶에서도 볼 수 있는 요소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식물들이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성장하는 과정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도전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상상한 것보다 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식물의 발칙한 사생활>. 공생관계에 얽힌 식물과 개미와 진딧물 이야기는 그야말로 늪에 빠져드는듯한 복잡 미묘한 관계였고, 스스로 새에 먹히는 기생충에 감염된 달팽이 이야기는 연가시 영화처럼 공포물을 보는 듯합니다. 훈훈한 공생 이야기의 이면에 담긴 저의는 스릴러물 저리 가라입니다.
과일의 사명은 열매가 무르익는 건데, 열매가 익는 것은 동시에 노화를 의미합니다. 에틸렌을 방출함으로써 말이죠. 그런데 이 에틸렌이 뜻밖의 영향을 끼치기도 합니다.
멜론, 사과 등 에틸렌을 많이 생성하는 과일을 채소실에 다른 과일, 채소와 함께 넣어두면 노화를 앞당겨 선도를 떨어뜨리게 됩니다. 이를 이용해 빨리 숙성시키고 싶을 때는 일부러 사과를 함께 넣기도 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자는 정반대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사과와 감자를 함께 넣어두면 감자 싹이 나지 않고 한참 동안 싱싱하게 유지됩니다.
탄소 2개와 수소 4개의 간단한 화학구조를 가진 에틸렌이 식물에 영향을 끼치는 건 에틸렌 자체의 화학 작용이 아니라고 합니다. 신호등 빨간색의 멈춤의 신호를 가지고 있듯, 식물에게 에틸렌은 신호인 셈입니다. 이 신호를 받고 식물은 스스로 기능을 조절하는 거니 역시나 아무리 생각해 봐도 경이롭습니다.
식물들의 생존 방식을 살펴보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식물들이 가진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생존 전략을 통해 어떻게 자신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지 교훈을 얻게 됩니다. 불필요한 생각을 버리고 현재에 집중해 보세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놀라운 전략과 과정으로 이뤄져 있는지 알게 되면서, 인간 삶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입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