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복원소
이필원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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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힐링 그 자체입니다. 가죽과 가족이라는 비슷한 단어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 펼쳐내는 관계 복원 이야기 <가족복원소>. 이필원 작가가 오랜 세월 공들여 품었던 글인 만큼 문장 하나하나가 버릴 게 없습니다.​​


힐링 소설이나 담백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절대 실망하지 않을 소설입니다. 가죽 특유의 냄새, 다리미의 열기, 원목 테이블 위로 비춰드는 햇살... 작은 가게 풍경이 오감으로 느껴지는 특별한 감성을 자아내는 <가족복원소>입니다.​​


평범한 가죽복원소인데 간판만 보면 가죽이 아닌 가족처럼 보입니다. 흘러내린 빗방울과 새똥의 합작품으로 간판의 가죽 글자가 가족이 되어버린 겁니다. 한 글자 차이로 가게 성격이 완전히 바뀐 셈이지요. 단골손님들이 방문하니 굳이 간판을 청소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있는데...


어느 날 꼬마가 비상금까지 챙겨와 자기 가족을 복원해달라고 하면서 가죽복원소는 이상한 일에 휘말립니다. 꼬마는 이혼을 앞둔 제 부모를 문제없던 시절로 되돌리고 싶어 합니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데... 하지만 꼬마 손님을 선뜻 내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 역시 부모의 이혼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혼 후 가죽복원소를 차린 엄마를 돕다가 이 일에 흥미를 붙인, 곧 성인이 될 십 대 소년입니다. 복원 기술이 절실히 필요한 누군가를 두고 '나'는 고민하게 됩니다.


그조차도 찢어진 엄마 아빠 사이를 어쩌지 못했는데 꼬마의 의뢰를 들어줄 수 있을까요?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복원될 수 있을까요?​​


"어째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덧대어진 인연이라는 표면은 수선할 수 없을까." - p85


얼룩지거나 해진 관계를 닦고 꿰매는 일은 가죽도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건만 왜 가죽 아닌 가족은 이전처럼 회복이 어려운 걸까요.​​


언니가 직접 만들어준 필통을 맡긴 손님, 반지갑을 맡긴 후 6년 만에 찾으러 온 손님,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한 개의 목걸이를 맡긴 외국인 노동자 손님, 명품 가방을 맡긴 꽃집 할머니 그리고 안경 파우치를 맡긴 아빠까지.


<가족복원소>에 등장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가죽복원을 맡기지만 그 물건과 얽힌 관계 정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관계를 이어나갈 용기를, 누군가는 관계를 정리해야 할 위로의 시간입니다.​​


가죽을 만지며 가죽의 시간을 처음으로 되돌리는 가죽복원. 가죽 복원을 맡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묵묵히 듣는 '나'는 그들을 통해 한걸음 성장합니다.​​


"복원소에 들어서는 거의 모든 손님은 제각기 다양한 명도와 채도를 지닌 채 유쾌하거나 슬프다." - p205


꼬마가 가족도 복원이 되는지 묻는 장면은 <가족복원소>의 주제를 직선적으로 담아냅니다. 회복 불가라는 표면적인 결과에 마음을 다친 이들. 사람과 사람의 관계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가죽 무두질과 가족 관계의 유사성을 통해 관계 연결성의 의미와 소중한 가치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가족복원소>. 마음의 치유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는 따스한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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