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 삶에 대해 미치도록 성찰했던 철학자 47인과의 대화
위저쥔 지음, 박주은 옮김, 안광복 감수 / 알레 / 2023년 9월
평점 :
자기계발에 열중하고 돈 벌고 매일 바쁘게 살지만 우리는 삶을 충만하게 잘 살아가고 있을까요? 부란 무엇인지 행복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고민보다는 당장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급급합니다.
철학이 자기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고 하지만 이 역시 남의 답을 바라보기만 해서는 소용없습니다. 다른 이의 대답은 내 삶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각자 자신의 대답을 내놓을 줄 알아야 하는 겁니다.
중국 최대 플랫폼 히말라야FM 인기 강좌 위저쥔의 푸단 철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철학 입문서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푸단 대학에서 명품 강의로 소문난 철학의 어린왕자로 불리는 위저쥔의 철학 큐레이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철학은 본질적으로 자조의 학문입니다. 철학을 공부한다는 건 전체적인 추론 과정을 배운다는 것과 같습니다. 윈저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철학자들의 사유 방식을 배우라고 짚어줍니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관심 있는 주제와 철학자 챕터부터 읽어도 좋습니다. 책 구성도 시대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궁극적 의문, 세상을 보는 서로 다른 방식, 우리 이상 속의 행복한 삶, 현대의 삶에 관한 성찰 그리고 우리들 자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50가지 질문을 담았습니다.
챕터가 시작될 때마다 '대머리 지수'가 표시되어 있어 궁금했는데요. 바로 주제의 난이도입니다. 탈모를 일으킬 만큼 두뇌 운동이 된다는 뜻이지요.
얼마 전에 재미있게 읽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것들>은 대머리 지수 5개로 표시되어 있었으니, 다른 철학서 난이도를 짐작할 수 있어 도움 되었습니다.
대머리 지수가 높은 건 평소 개념조차도 어렵게 느껴졌던 것도 있었고, 꽤 읽을만한 수준이었는데 높게 받은 책도 보여서 어려울 거라 예상하고 도전하지 못했던 책도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난이도 낮은 대머리 지수가 등장하면 의욕이 마구마구 생기더라고요.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에는 기원전 시대 철학자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에서부터 존 설, 대니얼 데닛과 같은 현존하는 노년 철학자까지 47인의 철학자가 등장합니다. 철학 유파, 대표 명제, 대략적인 사상을 설명하는데 10분 바짝 읽으면 딱 좋은 분량입니다.
윈저쥔 저자는 이 책을 읽고 원저작을 읽어보라고 권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에 철학자의 대표저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원저작을 읽으면 철학자의 사고 맥락을 깊이 이해하며 사유의 참맛을 음미할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나 왜 항상 속박에 매여 사는가를 고민할 땐 장 자크 루소 《사회계약론》, 좋은 의도가 어떻게 세상을 지옥으로 만드는지 의문일 땐 칼 포퍼 《열린사회의 그 적들》, 공정한 배분과 정의에 대한 고민은 존 롤스 《정의론》, 왜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 사유하고 싶다면 막스 베버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소확행을 하면서도 행복에 의문이 든다면 헤르베르트 마르쿠제 《일차원적 인간》, 마음의 평온을 얻고 싶다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각종 어리석음과 결별하고 싶다면 볼테르 《철학편지》 등 이처럼 그때그때 관심 주제부터 쏙쏙 골라 읽기 좋은 구성입니다.
마르크스의 매력에도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주제를 정말 재미있게 뽑았습니다. '우리는 왜 출근하기 싫은가?'라는 주제를 카를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초고》 (어찌나 따분한 제목인지)책과 연결했더라고요. 무엇이 노동을 괴로운 것으로 만들었는지, 어떻게 해야 자아실현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공산당 선언》, 《자본론》에 밀려 청년기 작품이지만 초고를 세상에 드러내지 않고 1930년대에야 출간되면서 뒤늦게 빛을 발휘한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더 일찍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면 국제 공산주의 운동이 또 다른 모습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보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숙고하지 않는 삶을 살 가치가 없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삶에 필요한 철학적 사고의 유용성을 보여줍니다.
철학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필요한 사다리 역할을 하는 철학 입문서 <하루 10분 철학이 필요한 시간>. 삶의 진짜 본질에 다가서는 문제들에 다가서 보세요. 고전의 지혜가 어떻게 지금 내 삶을 충만하게 하는 데 도움 되는지 배우는 시간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