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 경조증과 우울 사이에서, 의사가 직접 겪은 조울증의 세계
경조울 지음 / 북하우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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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진 2형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는 현직 의사의 생존 분투기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 


20대 초반 의대 다니던 시절 2형 양극성 장애로 진단받았지만 스스로 받아들이지 못하다가 10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질환을 공부하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저자의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100명 중 2~3명은 양극성 장애 환자인데도 우울증으로 오인하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은 실정이라고 합니다. 우울증과 달리 양극성 장애는 조증이나 정도가 더 약한 경조증이 나타납니다. 그중 조증이 심하면 1형 양극성 장애, 주로 우울한 상태에서 짧은 시간 경조증이 있는 경우 2형 양극성 장애라고 합니다. 


조증은 단순히 활력 솟고 기분 업되는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자신의 월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과소비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취미가 없던 사람이 뜬금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가수로 데뷔하겠다고 하는 등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합니다.


경조증은 조증보다는 가볍지만 심하지 않은 대신 재발이 잦다고 합니다. 조증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생기 넘치고 긍정적인 기운이 샘솟은 상태이니(뇌가 좀 더 번쩍이는 광대쯤 된다고) 주변에서는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주로 우울한 시기에 병원을 찾기에 우울증으로 오진되기 쉽다고 합니다.


경조증이 올 땐 일상의 모든 것이 달콤합니다. 봄날의 햇살과도 같은 경조증 기간에 저자는 늘 새로운 취미를 시작했더라고 합니다. 밝고 사랑스러운, 특별한 사람이 됩니다. 진단받기 전에는 그저 체력이 좋아졌다, 일이 잘 풀린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삶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경조증이 높게 가면 우울도 깊다는 겁니다. 게다가 경조증 상태는 10년 기준 1.5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우울 삽화는 5년으로 증상 발현 기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스물세 살, 이별을 겪은 뒤 촉발된 우울 삽화로 생애 첫 치료를 받게 됩니다. 정신분석을 꾸준히 받으며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그 시기를 저자는 '마음의 빙산을 녹이는 과정, 감정의 상자를 터는 작업'으로 표현합니다.


'나에 대해서 안다'라는 것은 생각보다 큰 치유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다 좋아졌다'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2형 양극성 장애가 만성의 경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걸 무시해버립니다. 우울감이 오면 기분안정제와 수면제를 처방받았고, 괜찮아지면 멋대로 약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의 경조증과 일곱 번의 우울 삽화를 겪은 저자. 경조증 상태가 아무리 행복해도 2형 양극성 장애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했을 때 손해가 훨씬 큽니다. 결국 치료받을 때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걸 인지하면서 꾸준히 치료를 받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스스로도 인정하는데 십 년이 넘게 걸렸고, 가족마저 정신질환자에 대한 전형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불이익을 당할까 봐 보험 가입도 망설이게 되고, 무엇보다 의사로서의 자질을 의심받을까 두려워합니다. 정신질환자로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거지 같다'는 걸 실감합니다.


환자가 아닌 의사일 때는 전혀 몰랐던 환자만의 불안을 이해하기도 합니다. 지난날의 무심함을 부끄러워하기도 하면서 오히려 더 나은 의사가 되어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쓰나미처럼 덮쳐오고 무방비 상태로 당하는 느낌은 경험해 보지 않고서는 실감하진 못하지만 그 고통을 마주하고 견디려 담담하게 기록해낸 저자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이 되어 와닿습니다.


기분안정제를 먹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운동을 병행하며 자존감을 높이는 소소한 선택들을 이어가며 양극성 장애를 관리하는 저자. 평생 관리해야 하는 양극성 장애를 이해해 준 사람과 결혼도 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가끔 찬란하고 자주 우울한>은 우리가 몰랐던 조울증의 세계를 알려주면서 2형 양극성 장애를 앓는 이들에게 당신의 고통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위로가 되는 책입니다. 동시에 소중한 사람이 2형 양극성 장애를 앓는다면 공감해 줄 사람이 되어주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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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스페셜 에디션)
브로니 웨어 지음, 홍윤희 옮김 / 트로이목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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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출신 작가이자 2집 앨범을 낸 가수 브로니 웨어. 밀리언 베스트셀러가 된 회고록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브로니 웨어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에서 후회 없는 삶을 위한 여정에 필요한 영감을 들려줍니다.


호주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브로니 웨어. 예술가의 길을 걷던 중 한 할머니 댁에서 입주 돌보미 일을 하며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8년간 호스피스로 활동하며 생의 마지막 시간을 최대한 충실하게 살아가고 싶어 한 그들과의 솔직하고 내밀한 대화. 삶의 마지막에서 맞는 ‘후회’에 맞닿아 있음을 깨닫습니다.


후회 없이 살려면,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꾸준히 견지하는 가치와 행동 양식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는 후회 없는 삶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필요한 교훈을 얻은 브로니 웨어가 삶에서 어떻게 실천했는지 52가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통해 우리가 알아야 할 삶의 가치와 행복의 비밀을 전합니다.


2019년 번역판 출간 이후 이번에 나온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스페셜 에디션은 1년 12달 52주 컨셉으로 사계절의 변화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구성한 책입니다. 한 주에 하나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일주일 단위로 한 가지의 이야기를 더 깊이 생각해 보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무엇보다 바라만 봐도 몽글거리는 예쁜 일러스트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 읽는 맛이 더 좋습니다.


브로니 웨어는 인생에서 중요한 가르침은 아주 작은 사건에서 얻기도 한다는 걸 일깨웁니다. 대신 인생이 보내는 메시지를 수신하려면 눈을 크게 뜨고 마음을 열어 놓아야 합니다. 삶의 궤적을 따라 펼쳐지는 52가지 이야기는 일상생활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알아챌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누구나 삶의 기력을 찾고, 기쁨을 발견하며, 인생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어느 날은 감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어느 날은 기분전환을 위한 활동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법, 당신이라는 놀라움을 허락하는 법, 마음의 담벼락을 허무는 법, 행복하기를 선택하는 법...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할 때 자연스럽게 수반되는 변화의 길이 드러납니다.


그러려면 나 자신을 준비시켜야 합니다. 온갖 두려움과 걱정이 방해하고 있다면 나 자신을 허락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내가 꿈꾸던 사람이 되는 것, 내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 되어 보는 것, 나다워지고 싶다는 데 문제 될 건 없다는 것. 아무 문제 없다는 용기를 주는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브로니 웨어는 기분이 나아지기 위해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생각해뒀습니다. 색연필을 사서 컬러링을 하기도 하고, 장점을 나열한 목록을 만들기도 하고, 새를 볼 수 있는 어딘가로 가보기도 하고, 지금까지 입었던 옷보다 더 밝은 색깔의 옷을 입는 것처럼 당신도 자신만의 리스트를 모아보세요. 그중 한 가지라도 실천한다면 그 노력을 자축하는 겁니다.


삶의 마지막 30초는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사건사고 뉴스를 볼 때면 특히 그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브로니 웨어는 당신의 현재 삶의 방향이 마지막 30초 동안 하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지 묻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 바로 변화해야 할 때라고 말이죠. 후회는 고통스럽고 자기를 비난하는 것입니다. 후회할 필요가 없는 삶이란 어떤 삶인지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살아가게 하는 52가지의 소소한 일상 속 깨달음을 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후회 없이>. 새해를 앞두고 내 가슴이 원하는 삶을 조각하고, 변화하는 한 해를 만들어 가기 위한 마음을 세우는 시점에 읽기 좋은 에세이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만으로도 일주일이 꽉 찬 느낌이 듭니다. 무엇보다 52개의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는 심플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겨줍니다. 이금희 아나운서도 “밑줄 그어가며 읽었다”라고 합니다. 일상에 치여 힘들 때, 위로가 필요할 때, 따스한 조언이 필요할 때 언제 읽어도 좋을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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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뇌를 만드는 뇌과학자의 1분 명상 - 당신의 굳은 뇌를 가장 빠르고 쉽게 풀어주는 과학
가토 토시노리 지음, 김지선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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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야 할 때 집중도 안 되고, 쉬는데도 쉬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일상생활 속 통제감을 잃은 느낌인가요?


인간의 뇌는 오랜 세월 조금씩 덧붙이고 정교화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뇌도 과부하가 걸리고 지칠 때가 있습니다.


신경내과 의사이자 발달뇌과학 및 뇌 MRI 진단 전문가인 가토 토시노리의 <최적의 뇌를 만드는 뇌과학자의 1분 명상>은 굳은 뇌를 위한 지침서입니다.


과도한 정보와 멀티태스킹으로 지친 뇌를 최적화하고, 그 안에서 창의성과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바로 1분 초간단 명상으로 말이죠.


주의력을 빼앗는 요소가 넘치는 현대사회. 집중력 위기의 시대입니다. 기억력, 유연함, 집중력, 보는 힘이 떨어졌다고 느끼시나요? 1분 명상으로 뇌를 바꿀 수 있다고 합니다. 도파민 중독 없이도!


명상이라고 하면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다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이 책으로 뇌 최적화에 필요한 제대로 된 명상법을 배워보세요.


어린이부터 초고령자까지 1만 명이 넘는 사람의 뇌를 진단하고 치료한 저자는 환자별 뇌의 성장 단계 및 강점과 약점을 진단하고 약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뇌명상법을 같이 처방합니다.


뇌에는 약 860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다고 합니다. 기억, 시각, 감정, 사고, 이해, 청각, 전달, 운동처럼 다양한 영역이 있습니다. 뇌가 잘 발달한 곳은 신경세포가 정보를 처리하고 뇌혈관을 통해 혈액과 산소를 운반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발달이 덜 된 부분은 산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없어 우울해지거나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짜증이 나게 됩니다.


뇌과학 명상은 뇌를 집중적으로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하는 겁니다. 명상은 ‘지금, 여기에 집중하기’라면 이때 뇌는 ‘뇌의 일부, 곧 긴장을 풀어주는 영역만 움직이고 다른 부분은 쉬게 하는 상태’가 됩니다.​


명상의 호흡도 뇌의 신경세포가 작용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해 줍니다. ‘긴 호흡’을 하거나 특정한 것을 상상하고, 의식을 큰 곳 또는 작은 곳으로 집중하면 뇌의 작용을 의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뇌과학 명상의 목적은 그저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는 게 아니라, 뇌의 각 영역의 작용을 활성화시키는 겁니다. 일이면 일, 공부면 공부, 휴식이면 휴식. 뇌 영역의 특성을 이해하고 스위치를 누를 수 있게 말입니다.





<최적의 뇌를 만드는 뇌과학자의 1분 명상>은 뇌에 산소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호흡법부터 시작해서 보는 힘을 기르는 명상, 기억력을 높이는 명상, 유연한 뇌를 만드는 명상, 전환 스위치를 만드는 명상법을 짚어줍니다.​


정보 포화 시대에 내가 원하는 정보나 사실만을 골라서 보는 게 중요하기에 보는 힘을 길러야 살아갈 힘이 생긴다는 저자의 말이 공감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본다고 생각하지만 알아채는 힘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정보를 알아채야 합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으로 시작해 뇌의 시각계를 자극하고 강화하는 명상법이 소개됩니다.​


뇌가 버벅댄다고 느낄 때면 저는 주로 평소보다 고민이 더 많을 때더라고요. 답을 찾지 못할 때 뇌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이 영역은 서툴다고 합니다. 저자는 뇌가 고민에 빠졌을 때 도움을 주는 영역은 어디인지, 그 영역을 발달시키려면 어떤 명상법이 필요한지 짚어줍니다. 


뇌를 자유롭게 전환하며 때에 맞춰 일을 척척해내는 사람은 좌뇌의 전두엽이 발달해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약한 사람은 일의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뇌 전환 스위치를 쉽게 켜고 끌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멀티태스킹을 위한 뇌를 위한 게 아니라 집중할 때는 집중하고, 쉴 때는 쉬는 뇌를 위해서입니다. 달라기 시합에서 ‘준비, 땅!’이 스위치 온이고 결승점이 오프인 셈이죠.


그런데 우리는 평소 일상에서 이 스위치 온오프를 외부환경에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업무 마감 시간, 상사의 압박 등 다양한 조건에서 어쩔 수 없이 켜지는 겁니다.


저자는 자신의 의지로 온오프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을 때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인생을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음을 짚어줍니다. 이 책에서 알려주는 뇌에 전환 스위치를 만드는 방법으로 더 나은 삶을 위한 최적의 뇌를 만들어보세요.​


명상이라고 해서 눈 감고 하는 명상만 생각했는데, <최적의 뇌를 만드는 뇌과학자의 1분 명상>은 눈을 뜬 채로 하는 명상법이 대부분입니다. 아주 간단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놀랍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나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달라지는 나를 만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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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위한 정의 - 번영하는 동물의 삶을 위한 우리 공동의 책임
마사 C. 누스바움 지음, 이영래 옮김, 최재천 감수 / 알레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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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철학, 정치철학, 윤리, 여성 등에 관한 깊이 있는 저서를 내놓으며 날카로운 관점으로 혁명적이면서도 따스한 감성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마사 너스바움의 신간 <동물을 위한 정의>.


이 시대 영향력 높은 지식인인 그의 목소리가 이번엔 동물로 향합니다. 제목을 보자마자 동물권 분야 훗날 고전 필독서라 불리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언급될 위대한 책의 탄생이라는 걸 예감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이 책의 등장으로 우리는 그동안 경전처럼 끼고 다니던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에서 해방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작고한 딸 레이철 너스바움이 생전에 했던 동물권 활동의 철학적 배경을 만들어준 이 책은 딸에 대한 애도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마사 너스바움의 동물 권리에 관한 철학적 탐구 <동물을 위한 정의>.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 동물권 논의에 큰 파장을 일으킨 이후, 다양한 학자들이 동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이론과 정책을 제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온 세상의 동물들이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인간에 의해 말입니다. 공장식 축산업계, 밀렵과 사냥, 서식지 파괴, 환경 오염, 반려동물 방치 등 수많은 동물이 학대, 박탈, 방치로 고통받습니다. 동물에 대한 도덕적 부채를 지지 않은 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학대라는 인식조차 없습니다.


<동물을 위한 정의>는 우리가 윤리적 책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책입니다. 법은 인간이 지닌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집니다. 이론이 인종차별적이라면 법도 인종차별적인 게 됩니다.


저자는 육지, 바다, 공장식 축산, 공중의 동물, 반려동물까지 다섯 가지 부문의 동물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더불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정의로운 사회에 필요한 ‘경이, 연민, 격분(전환적 분노)’을 일깨우게 합니다.


현재 법과 철학에서 사용되고 있는 세 가지 이론의 결함을 살펴보며, 우리 노력의 방향을 용기 있는 행동주의로 이끌 수 있도록 제안합니다.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 헨리 시지윅, 피터 싱어의 이론 그리고 큰 진보를 이루었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는 크리스틴 코스가드의 칸트주의적 접근법까지 살펴보는 여정은 동물권에 대한 우리의 인식 변화 역사와도 같습니다.


마사 너스바움이 기존의 결함을 수정하고 내놓은 새로운 관점은 역량 접근법이라 부릅니다. 인간 중심 이론이 아닌 동물의 역량에 기반을 둔 이론입니다. 


다른 접근법처럼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특전을 주지도 않고, 그들 나름의 삶의 형태로 번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주체자 동물이 번영하는 삶과 인간에 의해 방해받는 삶을 대조해 보여주며 동물에 대한 정의와 불의를 명징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합니다. 


마사 너스바움은 특히 쾌고감수능력(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에 대해 면밀하게 들여다보며 쾌고감수능력에 치중된 기존 접근법의 한계를 짚어줍니다.


저자는 정의와 불의를 고려할 때 각 생물의 삶의 형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각 생물이 나름의 방식으로 번영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얻는 겁니다. 이런 번영을 방해하는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적하는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우리는 인간적인 이유로 불의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비인간동물의 삶에서 죽음이 언제 해악이 되고 언제 불의가 되지 않는지, 딜레마를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경우들에 대해서도 논의합니다.


식용동물, 의학실험 등 비극적 딜레마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저자는 인도적인 살육도 ‘중단’의 선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고 합니다. 요즘 삼계탕에 들어있는 닭 크기 보셨나요? 우리는 스스로의 도덕적 경각심을 무디게 만드는 사회에서 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여성에 대한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때가 길었습니다. 동물의 경우 현상 유지 편향은 이보다 훨씬 더 강합니다. 법철학자로서 마사 너스바움은 이상적인 동시에 전략적인 최선의 법을 고민합니다.


여기서 법이란 동물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입니다. 마사 너스바움의 역량 접근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법입니다. 현재 법의 한계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원시적인 상태의 법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 짚어줍니다.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접근법이 아닌 ‘차이에 대한 경이로움과 존중’을 포용한 역량 접근법으로 더 나은 노력의 방향을 지시하는 <동물을 위한 정의>. 경이, 연민, 격분의 방식으로 각성과 책임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이 되길 희망하는 마스 너스바움의 목소리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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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 도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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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도 서울 인구수는 무려 940만 명이 넘습니다. 서울은 천만에 가까운 인구를 품은 대도시입니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반면 지방소멸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왜 어떤 도시는 거대해지고 어떤 도시는 소멸할까요?


옥스퍼드 대학교수이자 전 세계은행 부총재 이언 골딘과 <이코노미스트> 필진 톰 리-데블린의 신간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는 번영과 몰락이라는 키워드로 전 세계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두루 살피며 성장과 쇠락의 원인을 분석하고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 맞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고민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사바나에서 진화했지만, 이제 우리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종이다." - p21 


세계 인구 절반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개발도상국들도 꾸준히 농춘에서 도시로 이주 중입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 이상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측합니다. 그만큼 도시는 현대와 미래 사회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도시는 편리한 교통, 다양한 문화생활, 교육 기회 등이 많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진보를 이끌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평등, 범죄,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전염병에도 취약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의 도시들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왔을까요?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다양한 대륙과 국가를 종횡무진하며 방대한 데이터와 역사적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산업혁명 이후 협력, 분업, 발명이라는 세 축이 어떻게 도시와 선순환하며 맞물리는지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도시는 인류 역사 과정에서 생겨난 수동적 부산물이 아니라 엔진이라고 합니다. 경제성장의 큰 몫을 차지하는 슈퍼스타 도시들도 탄생합니다.


경제발전은 도시화를 요구하지만 도시화는 경제 발전 없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그 결과 도시 빈곤이 대량 발생합니다. 이처럼 집약적 성장을 이루었고 한편으로 위기도 찾아온 사례로 한국이 등장합니다.


구로공단 같은 산업 단지들을 보유하며 서울의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증가했지만 인구 급증과 농촌 탈출로 인한 대량 도시 빈곤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에 철강, 석유화학, 조선 같은 중공업을 장려해서 서울로부터 생산을 분산시킵니다. 그렇게 단기간에 고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과거엔 교육 수준이 낮은 노동자의 이주 가능성이 비교적 높았고 꽤 괜찮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번영하는 지역에서는 제조직 또는 관리직인 괜찮은 중산층 일자리가 더 나은 삶을 누릴 기회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도시도 전쟁, 혁명, 대공황 등 외부 사건에 의해 쇠퇴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도시 간, 도시 내 불평등도 생겼습니다. 도시는 운 좋은 일부 사람에게만 좋은 곳이 되어갑니다.


오늘날 현실은 어떤가요? 집값 상승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비도 말도 못 할 정도로 높습니다. 슈퍼스타 도시로 이주하려는 노동자는 저임금 서비스 일자리를 얻을 뿐입니다. 쇠락하는 도시를 떠나 번영하는 도시에서 궁핍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고, 준교외 지역에서 도시로 출퇴근하는 빈곤층도 늘어났습니다.


전 세계와 연결된 세상에서 주요 도시의 인구가 많을수록 전염 속도가 빨라집니다. 역사적으로 과거엔 인구밀도 높은 도시 거주자가 농촌 거주자보다 사망률이 높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놀라운 반전이 있습니다.


오늘날 주요 도시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 체계가 잘 갖춰져 있기에 코로나19 대유행에서는 인구가 노령화하고 병상 수가 적은 농촌의 사망률이 더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의료 서비스의 지리적 범위를 검토해야 합니다. 게다가 대면이 필요한 일을 하는 건 대부분 저소득층입니다. 이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동안 불평등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짚어준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문제는 도시의 탄생과 번영을 가능하게 했던 조건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기후 재난입니다. 도시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하는 나라들 사례를 소개합니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할 시간은 이미 지나갔음을 짚어줍니다. 지금은 행동할 순간이라고 말이죠.


거대화된 도시화가 만든 위기를 직시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 <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21세기 지식 경제 시대에 맞는 도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기후변화, 전염병 대유행 같은 위험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각 도시들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에 따라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성공을 거두고 때로는 실패를 맛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세계 여러 도시들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현실성 있는 정책을 고민하고 제안합니다. 그저 정책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역할이 있음을 짚어줍니다. 변화는 우리의 행동, 먹는 것부터 이동하는 방법,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까지 모든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이죠. 그 행동을 가능하게 할 수단이 이 책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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