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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야는, 알다시피 도쿄의 중심가로, 신촌이나 강남과 같은 젊은이들의 거리이다. 자잘한 소품 상점에서 백화점들과 호화로운 부띠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의 온갖 상품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패셔너블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고 HMV나 타워레코드와 같은 대형 레코드샵들과 각종 클럽들이 자리하고 있는 곳으로,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사랑 받고 있는 장소이다.
이곳에 모인 젊은이들은 유행에 따라 혹은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콜렉션을 가꾸고 그것을 전시한다. '시부야-케이(係,시부야계열)' 란 시부야 스타일을 의미하는데, 시부야의 스타일이란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단순하게 환원해서 이야기한다면, 복고적이고 키치적인 댄디즘(물론 그것은 보들레르에 이르지 못한 가벼운 댄디즘)에 다름 아니다. 물론 여기서 복고적이란 일본적인 것에 대한 복고가 아니라 유럽 혹은 미국에 대한 복고이고 그것은 1960년대, 길어야 1950년대 후반을 넘어가지 않는다. 그 이전에 대한 콜렉션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일까(사실 일본에서는 2차 대전을 상기해보는 것조차 굉장히 진보적인 일에 속한다).
시부야는 일본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그들이 경험하지도 않은 서구에 대한 알 수 없는 향수에 푹 젖게 만드는 과정을 거쳐서, 복고적이고 키치적인 것에 경도된 댄디 스타일의 유행을 불러 일으키는 진앙지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 시부야 스타일은 일본을 넘어서 파리로 뉴욕으로 런던으로 역수출되는 경향도 보였다.
시부야케이 사운드는 이런 종합적인 라이프 스타일로서 시부야케이의 음악적 부분이다. 시부야케이 사운드는 원래 제이팝(J-Pop)이라는 단어가 보편화되기 전에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시부야에 위치한 HMV나 Wave와 같은 대형 음반매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던 일본음악을 가리킨다. 앞서 언급한 피치카토 파이브, 플리퍼스 기타 (Flipper"s Guitar), 러브 탬버린(The Love Tambourines), 스차다라파 (スチャダラパ-), 오리지날 러브(Original Love) 등이 그들이었다.
피치카토 파이브의 경우처럼 시부야의 대형 음반매장에 한정된 인기를 누리며 시부야의 클럽에서 공연하면서 대중들에게 노출되었고, 각종 패션잡지의 화보를 장식하면서 패션을 선도하였던 이들에게 '시부야케이 사운드'라는 수식어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국적인 오리콘차트에서 인기를 누리던 일본 밴드와는 달리, 거의 일본적 가요색이 거세된 음악을 구사하던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은 당시 서구 음악만을 섭취하던 일본의 매니아들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의 음악은 마치 “까다로운 네 콜렉션에 나도 끼워주지 않겠니?"라고 유혹하면서 영미권 음악에 사로잡혀 있던 젊은 콜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본토에서도 절판된 세상의 60, 70년대의 음악은, 일본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있었고, 짐작되다시피 시부야케이 뮤지션은 이런 음악들에 대해서 그 자신이 열정적인 콜렉터이기도 하였다.
매니아에서 아티스트로 자리를 옮긴 시부야케이 뮤지션들은 어느 일본인도 들려주지 않았던, 매니아인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캐치한 멜로디를 지닌 영국의 징글쟁글 기타팝에서 60년대의 프렌치 팝이나 스파이영화 음악, 보사노바 그리고 힙합이나 테크노와 같은 흑인 음악에 이르는 요소들을 조합 혹은 재현하면서 출발하여, 당시의 주류음악 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하면서 '첨단'의 음악으로 부상하였다.
현재 일본에서 시부야케이라는 단어는 음악과 관련해서는 흘러간 스타일 정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시기적으로 5년만 소급해도 찾아질 수 있는 비교적 최근의 스타일에 부여된 세월감은 역설적으로 90년대의 일본 음악이 얼마나 급격한 변화를 겪었는지 드러내준다. 그러나 시부야케이 사운드는 여전히 서구음악계에서 중요한 화두 가운데 하나인 'Japanese Pop Explosion' 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이고 또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는 키워드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