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언니가 남친과 함께 왕십리 6번 출구에 까페를 차렸다. 구경삼아 놀러갔는데 웬걸, 너무 잘 꾸며놓은데다 메뉴까지 호화로워서 이러다 망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 내 경험상으로는, 어떤 장사든 분수에 맞기 않게 너무 좋은 가구에 너무 좋은 음향시설에, 너무 좋은 음악에, 너무 좋은 메뉴까지 구비하면 결국 남는 게 없어서 곧 문을 닫기에 말이다. 홍대 앞에 있던 '시월'도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 까페로 말할 것 같으면, 문화의 불모지라 할 척박한 왕십리에 일대 르네상스를 일으켜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안고 시작한 재즈-에스프레소 전문 까페다. 까페 주인장은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쓰며 촬영하는 감독(아직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인데, 워낙 취향이 뚜렷한 사람이라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재즈뮤지션의 이름을 따 까페이름을 Zorn이라 지었다.


까페에 들어서면, 가장 값나가게 생긴 물건이 '에스프레소 메이커'이고, 그 뒤를 잇는 것이 '아이스커피 메이커'이다. 이 아이스커피 메이커는 그 생김만 해도 실내장식 역할을 너끈히 하고도 남는다. 그 뒤를 잇는 고가품은 엄청 큰 소니 텔레비젼. DVD도 볼 수 있는지 텔레비젼 위에 수다한 DVD가 놓여져 있었다.

실내장식으로 보면, 한쪽 벽면은 전부다 LP앨범 커버다. 그것만 구경해도 즐거운데, 화장실 옆 벽면는 판타지, 추리, 만화책이 빼곡하다. 만화책 대여점 만큼은 안되도 웬만한 건 있다. 좀 알려진 것들 위주라는 것이, 소장자의 귀엷음을 보여준달까...(오옹, 흉볼 처지는 아니지) 챈들러, 이토 준지, 엘리스 피터스, 톨킨 등등. 그렇다.

마지막으로 메뉴를 볼작시면, 오오~~~ 이렇게 다양하면서 맛까지 뛰어나다니! 설명 불가. 일단 한번 와보라. 5000원부터 최고 15000원까지 즐길 수 있다.

 My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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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19 0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요다 2004-04-20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는 방법은, 1> 왕십리 2호선 6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 길로 접어든다. 2> 편의점 tomato를 끼고 왼쪽으로 꺾어져 들어온다. 3> 아쿠아 호프를 지나 골목 안으로 좀더 들어오면 1층 생고기집 위에(2층에 자리함) zorn 발견! 입니다. 왕십리에서 사람만날 일 있으시면 한번 들려주세요. 기대한 보람이 있을 거예요. ^^

비로그인 2004-04-2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책이라는 부분에서 움찔, 한번 놀러가봐야겠어요^^ 요다님, 잘 지내고 계시죠? 무소식은 희소식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