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여의도 국회의원 앞 국민은행 노사모 집회에 다녀왔다.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있었는데, 명계남과  다른 한 분이 대오를 지도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전경이 한 발자국도 내주지 않아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사람들이 다칠 것을 우려한 지도부의 합리적 판단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앞 국회의사당으로 쳐들어가 싶었지만, 노사모가 과격행동을 하면 오히려 국민 정서나 여론에 거슬리지 않을까 싶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격문1', '너희는 아니야',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국민은행 앞은, 한나라당 코앞이기도 해서 '너희는 아니야'를 부르며 양 손으로 한나라당을 가리켰다. 너희는 정말 아니라고, 우리는 가슴터지게 불렀다. 너무너무 기가 막힌 현실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노사모 한 분이 분신하셨다. 명계남씨가 그렇게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다.

오늘 아침 TV로 경호권 발동, 탄핵안 상정, 투표, 개표 과정을 지켜보고 msn 대화명으로 전과정을 계속 방송했다. 누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심정으로, 지금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전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급박한 상황을 중계했다. 이제 개표까지 끝났고, 지금 여의도 국민은행 앞으로 다시 간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마냥 기다릴 순 없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긴박한 상황이 될 것이다. 어쩌면 전원이 검거될지도 모르고, 체류탄이 발사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행동을 하는 것, 이뿐이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을 의회가 거부하는 대선 불복종. 의회의 폭거, 피흘리지 않은 쿠테타. 영국서는 명예혁명이, 우리에게는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통과가. 이 얼마나 상반된 이야긴가.

------집회장 가실 분, 이 노래 프린트해 가세요-------                                                      격문 1 : 조선일보 서정주 박정희까지/ 동상걸린 손가락을 잘라내가며/해방을 위해 싸웠던 건 백성들이다/ 학살원흉 전두환과 그 똘마니들/ 5공 6공의 부귀영화 대물림 할 때 / 잡혀가고 죽어가고 고문 당하며/ 민주를 위해 싸웠던 건 국민들이다/ 친일과 친미로 배불리는 매국노들/ 여의도에 또아리 틀고/ 갈수록 적반하장 후안무치 지랄염병/ 국민들 피눈물을 짜는구나. / 더이상 못참아 국민이 나서자/ 우리의 힘으로 모두 갈아엎자/ 3.1 정신으로 5월의 노래로/ 6월 함성으로 역사를 만들자/ 국민의 힘으로!

너흰 아니야 : 1.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대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할지도 몰라./ 일가친척 측근 가리지 않고 검은돈 받아 챙겼을지도 모르지/ 노동자 농민은 죽음으로 외치고 서민은 카드빚 때문에 목을 매는 이 개같은 세상 거꾸로 된 이 나라/ 누군가는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너흰 나라를 걱정할 자격 없어/ 채권에 사과상자에 이제는 아예 트럭채 차떼기로 갈취하는 조폭들/ 그래서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 제발 너흰 나라 걱정 좀 하지만/ 너희만 삥 안 뜯어도 경제는 살아날거야/ 너희들은 아니야.

2. 그래 너희들이 말하는대로 전투병 파병이 국익일지도 몰라/ 파업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검찰의 수사는 쇼인지도 모르지/ 시대가 바뀌어도 북한은 적이고 미국은 죽었다 깨도 혈맹이라는/ 너희들의 망발 너희들의 헛소리/ 천만번 양보해 옳다고 하여도/ 그래도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너흰 나라를 걱정할 자격 없어/ 천황을 위해 죽으라 전두환이 영웅이라 선동하고 찬양했던 찌라시/ 그래서 너흰 아니야/ 너흰 아니야/ 제발 너흰 나라 걱정 좀 하지마/ 너희만 찌그러져도 세상은 좋아질거야./ 너희들은 아니야/ 너희들은 아니야/ 너희들도 아니야/ 너희 둘은 손잡고 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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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ey 2004-03-12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할 말이 없는 상황이지요. 기가 막혀서 기절할 지경. (지금 회사에서 무지하게 열내고 있음) 성혜씨, 무사히 잘 다녀오셔요.

paviana 2004-03-12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열 받아서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어서, 페이퍼들을 둘러 보다 왔습니다..정말 너흰 아니야 라는 노래가 가슴 절절히 와 닿습니다...제 몫까지 잘 다녀오세요...

. 2004-03-12 1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노를 감출 수가 없습니다.
노태우나 전두환이 대통령 할 때는 탄핵의 ᄐ도 꺼내지 못하던 작자들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라니요. 헌정사상 이보다 투명한 대통령이 있었습니까?

기존의 대통령들은 감추어진 폭력과 권위로 자신의 사생활을 가렸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교만한 기득 세력들은 그런 그 분을 더 흔들고
목 죄었습니다. 왜? 바로 그들의 자리에 그가 서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4.15 총선에서 이 몰지각한 인간들을 심판해줘야 합니다.
국익보다는 사사로운 이해 관계가 먼저인 그들에게 철퇴를 꽂아야 합니다.

저는 그 날 개표위원으로 일을 하게 되어 있는데,
그 현장에서 살아 타오르는 민중의 횟불을 만나고 싶습니다.


요다 2004-03-14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해체 민노당!인가 이야기하렵니다. 사실, 저는 지난 대선 아니, 97년 대선 때부터 민노당 지지자였습니다. 민중과 노동자가 만든 종별적인 당으로서 제 역할을 자임하고, 사회의 심장의 좀더 왼쪽으로 옮기기 위해 노력하는 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권영길 대통령 후보 시절에 저도 노사모의 선거자금 모금 운동 못지 않게, 귤 팔고 서명운동 받고, 오뎅 팔아가며 후원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대선. 마음 속으로 노무현이 되는 것 무지하게 바라고 기다렸지만 그래도 민주노동당에 투표했습니다. 제가 노동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좋지만, 노동자를 대표하여 그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대통령 후보가 저에겐 더 중요했죠.

그러나 '피흘리지 않는 쿠테타' 3월 12일 의회 폭거에 대해서, 민노당은 전혀 입장을 밝히지 않다가 오늘에서야 이것도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http://www.kdlp.org/index.php?kdlp_act=home&kdlp_act2=board&board_act=view&board=notice&data_no=1784
여기에 가보면 알겠지만, 민중생존권 유린하는 당리당략 보수 정치권 이제 신물난다, 우리가 해보자라는 불타는 권력욕 뿐입니다.

총선을 앞둔 그들 눈에는 이 전선이 보이지 않을까요? 어째서 국민이 분노하는 자리에 민노당의 깃발은 보이지 않을까요? 민노당 학생위원회는 자기 깃발을 들고 집회에 결합해서, 자신들은 '노빠는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서, 6월 항쟁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나왔다'고 밝히는데 민노당 최고위원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는가요? 너무 실망스럽습니다. 그리고 너무 더럽습니다.

노동자 종별적인 당이라면서, 92년 민중당을 잇는 계보라면서 살아있는 좌파의 심장이라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지금은 보수대연합에 맞서서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각자 생각이 좀 다르고, 입장이 다를지 몰라도(그래, 어떤 노랫말 '나란히 나란히 가지 않아도 우리는 함께 가는 거지요!'처럼) 전선 앞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재지 말고 내 심장을 던지고 싸워야 합니다. 노동자의 당이, 잃을 게 뭐가 있습니까? 우리는 원래부터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피기득권자가 왜, 기득권을 쥔 자들을 따라 행동합니까? 너무나 가슴아픕니다. 민노당이 빨리 정신차리고, 지금의 보수 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해 나가길 바라고, 또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