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20일(금)까지 나가던 회사를 정리하고, 그와 함께 나는 이사짐을 쌌다. 집이 이사를 한 것이다. 시댁으로 들어와 내 방을 꾸미느라 월~수 이렇게 3일을 생노가다를 하고 이제야 내 터를 닦은 후 서재에 들어왔다.

회사로 출근하지 않은 후, 참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고. 느낌에는 한 1년 논 것 같은 기분이다.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읽으며 다음 달이면 떠날 프랑스 미술관 여행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하루하루는, 이상할 만치 평온하다. 하루 두 끼 식사량은 사회생활을 할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고, 집에 있으면 약을 잘 챙겨먹으리란 스스로의 기대와는 달리 약을 데우는 데 까지는 성공하지만 복용하는 걸 곧잘 잊어버리고 하루를 마감하기도 한다. 오늘 저녁엔 매번 밥 먹기가 지겨워 스파게티를 해 먹었고(얌얌쩝쩝 혼자서도 잘 먹었다!) 이 점이 색다르다면 색다를까? 그밖에는 별 거 없다.

내일부터는 시립도서관에 나간다. 고3 처럼 책가방을 싸고, 도시락을 들고서 10시면 집을 나서서 오후 6시면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라고 각오를 다진다.

오로지 순수하게 '가정주부'로서의 3일은, 무척 바쁘기도 하고 여유롭기도 했다. 아침 10시까지 늘어지게 자는 점은 좋지만. 잠 들 때까지 한시도 쉬지 않고 뭔가를 정리하고 쓸고 닦고 하는 일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내가 이렇게 집정리를 잘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해보니까 썩 잘해서 왠지 어깨가 으쓱으쓱!

자, 이제는 서재놀이도 좀더 본격적으로 잘해 보려 한다. 생각보단, 손이 많이 가는 '서재놀이'. 마이리뷰도 적고, 리스트도 매달 새로 만들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열심히 끄적이다 보면, 이 해도 금방 갈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지. 어느 때보다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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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2-25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달 프랑스로? 오오, 얼마나 있을 예정이신지?

플라시보 2004-02-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얼마 안있으면 저도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느낌이 좀 남다릅니다. 물론 님처럼 이사를 가지도 프랑스로 여행을 가지도 않겠지만 저 역시 며칠만 놀아도 1년이 지난듯 느껴질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별로 쉬지를 못해서 말이지요. 저도 쉬게되면 집이나 좀 깨끗하게 해 놓고 살아야겠습니다.
맘 속으로 응원하겠습니다. 외부 조건과 상관없이 님이 행복하시고 웃으시길 말입니다.^^

요다 2004-02-27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여러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는 프리랜서로서의 첫 발, 그리고 고3 수험생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답니다. 오후 4시, 서평을 써주는 일감을 받으러 삼성역에 들렸다가 반디앤 노블스에 들러 새 책도 보고 유유자적하며 즐거운 오후를 누렸답니다. 물론 프랑스 여행에 도움될 여행서 코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비발님, 제 여행은 14일 일정의 파리+남프랑스 행입니다. 오늘 서점에서 <파리의 보물창고>란 너무 맘에 드는 책을 발견하곤 '나를 위해 준비된 여행서야. 올 3월엔 여행갈 운명이군!' 했답니다. 여러분도, 하루하루가 새삼 즐겁길.(다른 한편, 이제 프리랜서로서 첫 발이네... 이렇게 마음먹으니 많이 불안하기도 했어요. 사는 일이 참 힘들구나 오랜만에 다시 생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