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오랜만에 페이퍼를 쓰려니 쑥쓰러운 생각도 없지 않다.

얼마전 나는 내 일상을 한 부분을 회사로부터 빼내기로 맘 먹었다. 그리고 일은 급속도로 진행되어, 이번주 금요일이면 알라딘과 결별한다.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고, 나름대로 파란만장했고, 대학에서 경험했던 것 만큼이나 다채로운 삶이었다. 공간에 의해서 삶이 규정된다는 것, 알라딘에서 만큼 뼈저리 느낀 적은 (지금 같아서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의 삶을 찬찬히 되돌아보려니, 한이 많다. 그 많은 한을 어떻게 다 글로 풀까 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하자고 생각했다. 지금은 나에게 알라딘이 너무 무겁다.

막상 떠나려니, 아쉬운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기로 했다. 정신의 피폐함을 견디며 여기 남느니 배고파 죽더라도 나가 죽기로. 그리고 배고파 죽기 전에 새 직장과 새 사람들을 만나기로. 어떤 분노, 어떤 서러움, 어떤 불안... 이것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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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시보 2004-02-17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이달 말이면 2년간 다녔던 회사를 접습니다. 찬찬히 돌아보니 요다님 만큼 저도 한이 참 많네요. 회사야 저 내보내고 허접한 월급에 사람을 구하니 당분간은 돈 굳었다 땡잡았고나 싶겠지만 글쎄요... 실제로 그렇게 되면 좋을것이고 아니여도 할 수 없을 것이고... 더 빨리 나가고 싶지만 28일까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이미 마음이 떠난 곳에서 버틴다는 것은 힘만 쭉쭉 빠지게 하니까요.
배고파 죽기 전에 님이나 나나 새 직장과 새 사람들을 만나길 바랍니다.

요다 2004-02-17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플라시보 님. 매번 꼬박꼬박 달아주시는 리플에 공감이 많이 됩니다.
어떻게 같은 때 비슷한 심정으로 이야기를 주고 받게 되었는지, 생각하면 웃음도 나요.
막연하게나마, 그러나 스스로를 믿는 심정으로 몇 자 적어보았는데...
님도 잘 풀려서 더욱 잘 되시길 바랄게요.

비발~* 2004-02-17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자리에 서건 다시는 정신의 피폐함까지 느끼게 되지 않으시길 빕니다....

kimji 2004-02-18 0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통분모... 저는 지난 주 금요일이 공식적인 마지막 출근이었습니다. 24개월 13일을 다녔더군요. 저 역시 잔무가 조금 남아서 오늘까지 정오 무렵에 가서 두어시간 일을 마치면 그만 두게 됩니다. 정말 그만두는 거죠. 사실, 아직도 안 믿어집니다.
너무 쉽게 길들여진 시간같았다고 할까요, 그 시간 동안에 저는 그렇게 있었더군요. 재충전,이나 다른 조건의 일터로 가지 않고 당분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기로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제는 조금 쉬어도 될 거 같은, 제 스스로에게 조금의 여유를 주고 싶은가 봅니다.
요다님, 안녕하시죠. 참 오랜만의 인사에요.
마음 잘 여미시길. 그리고 한껏 봄냄새 맡는 일상이 되길 기원할게요.
또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