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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산토 -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마리- 모니크 로뱅 지음, 이선혜 옮김 / 이레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몬산토'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어이없게도 어린시절 문고판으로 읽었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 책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책의 부제가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란 단어를 듣고서야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읽기 전에는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GMO가 나쁘다는 건 귓동냥으로 여러차례 들어왔던 터였고, 세계 최대의 종자회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GMO 특허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도 얼핏 들었었다. 어디 얼마나 나쁜 놈들인지 한번 보자 하는 마음에 책을 집어들었는데, 치가 떨리도록 화가 날 줄은 미처 몰랐다.
앞서 어이없게도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떠올린 얘길 했는데, 책을 읽으며 '몬산토'가 무슨 뜻인지 무척 궁금했다. 다행히도 앞부분에서 그 궁금증을 해소시켜줄만한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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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화학자가 된 존 프랜시스 퀸은 1901년, 5,000달러의 대출을 받아 자그마한 회사를 설립하면서 자신의 아내 올가 멘데즈 몬산토를 기리기 위해 상호를 몬산토로 정했다. 몬산토 케미컬스 컴퍼니는 최초의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을 제조하여 조지아에 위치한 신흥기어인 코카콜라에 전량 판매했으며...... 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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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몬산토는 창립자의 아내 가족의 성이었던 것이다. 그 이름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회사,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의 이름이 되었으니, '몬산토'라는 성을 쓰는 가족들은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계속 어떻게 해서든지 소개 글을 잘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도무지 어떻게 써야할지 알 수 없었다. 몬산토의 추악한 면을 아주 자세하게 또 아주 효율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을 첫 글자부터 마지막 글자까지 모조리 옮겨 적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것 자체로 몬산토라는 악랄한 이름의 요약본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을 펼치자마자 만나게 되는 프랑스 녹색당 총수 니콜라 윌로라는 분이 쓴 추천의 글을 보면, 이 책을 읽은 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든 감정이 요약된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조금 말을 바꿔서 '어떻게 사람이 이런 짓을 할 수 있나?'로 이 책을 요약하고 싶다. 그만큼 충격적인 책이다. 아니 더 충격적인 사실이 또 있다. '회사의 영업실적에 방해가 되는 소송에 대처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따로 마련해두고 있는' 몬산토 조차도 철저하게 사실로만 기록된 이 책이 프랑스에서 출간되자 마자 10만부가 팔려나가고, 저자인 마리 모니크 로뱅이 '레이첼 카슨 상'을 받는동안 아무런 대응을 못했다는 것이다. 즉 이 책은 몬산토가 철저하게 숨기고 싶은 추악한 면들을 파헤치고 있지만, 몬산토가 전혀 문제제기를 못할 정도로 사실만을 담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충격이고, 이 뛰어난 저자가 미처 파헤치지 못한 더욱 추악한 이면이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 두번째 충격이다.
앞서 인용했듯이 '사카린'을 만들어 '코카콜라'에 팔아서 돈을 벌던 몬산토는 '폴리염화페비닐(PCB)'이라는 강력한 발암물질이 함유된 윤활액을 팔아서 어마어마한 돈을 번다. 이때 몬산토가 PCB의 유해성을 잘 알면서도, 이를 은폐하기 위해 저지른 행동들을 보면 정말 치가 떨린 정도로 화가난다. 사람 목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짓들을 서슴없이 저지른다. 몬산토를 가장 유명하게 만든건 바로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 일 것이다. 베트남 전에서 아주 대단한 악명을 떨친 바가 있다. 얼마전에는 미군기지에 고엽제를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며칠동안 언론의 탑뉴스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에는 '소 성장호르몬(rBGH)'을 제조하여 인간을 위험에 빠뜨렸고, '라운드업(Roundup)이란 제초제로 역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건 역시 몬산토가 만들어서 팔고 있는 GMO일 것이다. 그리고 몬산토가 이 GMO를 갖고 남미의 여러나라들과 인도 등 흔히 제3세계라고 말하는 나라의 농민들에게 저지른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이 이 책에 적나라하게 드러나있다. 화가 나고 또 화가 나고 또 화가 나지만, 이 책을 끝내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이유는 몬산토에 대항하기 위한 힘을 갖고 싶어서였다.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의 말미에 박상표 선생의 글을 읽으며 헛웃음이 나왔다. '몬산토 코리아는 2007년까지 국내 종자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다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에 주력하는 바람에 지난해 간발의 차이로 2위로 밀려난 상태'라고 했다.(이 책이 2009년 출간되었으니, 지난해는 2008년이다.)
최근에 아무생각없이 본 영화에서 또 GMO 얘기가 나왔다. <언노운>이란 영화는 결국 식량과 종자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두 세력의 이야기다. 한쪽은 몬산토와 같은 거대한 국제종자기업이다. 다른 한 쪽은 NGO와 민중들의 편에 선 선량한 과학자이다. 이 영화를 보고 한가지 확인 할 수 있었던 건 역시 거대종자기업과 과학자 그룹과 국가가 한 편에 서서 그들의 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재미로 본 영화 한편이 다시 한번 냉혹한 자본의 위력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화에서 처럼 전 세계 농민들을 구원해줄 과학자가 어디 없을까? 만약 있다면 이 한몸 바쳐 암살자들로 부터 구해줄 용의가 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