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근의 들꽃이야기
강우근 글.그림 / 메이데이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토요일 서울역 앞 2010년 노동자대회 전야제에 나갔다가 큰 수확을 얻었다! <들꽃이야기>를 출간되자마자 구할 수 있었다. 출판사가 노동자대회 전야제에 가판을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강우근 선생님이 책을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도장을 찍고 글씨를 써주고 계셨다!


예전부터 말씀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서, 조심스럽게 인사들 드렸다. 선생님은 아주 반갑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셨다. 추운 날씨에 마주 잡은 그 손이 참 따뜻했다. 그리고 아주 익숙하면서도 신중한 동작으로 도장을 찍고 글씨를 써주셨다. 그 간결하고 힘 있는 동작이 멋있었다.


예전에 용산참사 현장에서 이윤엽 선생님이 <여기 사람이 있다> 판화를 흰 면 티셔츠에 찍어서 팔고 계셨는데, 셔츠를 사는 사람도 함께 판화를 찍는 일에 참여하게 했다. 그 셔츠를 사면서 이윤엽 선생님과 함께 판화를 찍어봤는데, 참 재밌었다. 특히 이윤엽 선생님의 능숙하고 힘 있는 동작들이 참 인상 깊었다.


이 책 <들꽃이야기>는 예전에 '노동자의 힘'이라는 단체의 기관지에 실렸던 원고들을 모은 것이라고 한다. 일단 책이 너무 예쁘다. 책과 함께 받은 달력 포스터도 아주 예쁘다! 아이에게 갖다 주었더니, 아주 좋아했다. 강우근 선생님께 직접 받은 도장을 자랑하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책을 보여주었는데, 다들 책이 예쁘다고 야단이었다.


책에 실려 있는 강우근 선생님의 그림들도 하나같이 다 개성있고, 멋지다! 대개 들꽃이나 동물들의 그림은 세밀화로 출판되는 경우가 많은데, 강우근 선생님의 그림들은 판화작업을 해서 그런지 선이 굵다. 그 굵은 선으로도 각 생물들의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는 게 참 대단해 보인다.


그림이야 뭐 워낙 유명한 분이시니, 더 칭찬해야 입만 아플 테고, 글을 읽어보니, 글도 쉽고 간결하게 잘 읽힌다. 그림도 잘 그리시는데, 글도 이렇게 잘 쓰시다니! 이름 모를 들꽃처럼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 실은 세상을 움직이고 또 바꾼다는 사실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주제를 이렇게 잘 풀어주신 걸 보면, 역시 나은희 선생님의 역할이 컸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이미 유명해진 가족필명인 붉나무를 안 쓰고, 강우근의 들꽃이야기라고 쓴 이유가 궁금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붉나무의 <열두 달 자연놀이>나 <사계절 생태놀이>는 나은희 선생님과 두 아이들까지,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창작한 책이고, 이 책은 나은희 선생님이 도움은 주셨겠지만, 창작은 강우근 선생님이 직접 하셨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에 나온 내용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 하나만 소개해보자.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가 최근에 겪고 있는 수난에 대한 해석에 특히 공감이 갔다. 예전부터 봄만 되면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고 가지를 다 잘라내고, 흉측하게 몸통만 남은 양버즘나무들을 보면서 참 기분이 안 좋았다. 몇 해 전에는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시청에 항의를 해보기도 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것처럼 허옇게 남겨진 양버즘나무들을 찍어 블로그에 올려서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시청에서는 상가에서 민원이 자꾸 들어와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앞으로는 너무 심하게 가지를 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성의 없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 또다시 같은 일은 벌어졌다. 벌써 몇 해째인지 모르겠다.


양버즘나무가 무슨 죄라고 그렇게 사지를 절단해놓는 건지 묻고 싶다. 죄가 있다면 잎이 좀 크다는 죄 밖에 없다. 오히려 인간들을 위해서 온갖 매연과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제공했던 공으로 상을 줘도 모자란 지경인데 말이다.


강우근 선생님은 가로수로서 가장 적합한 양버즘나무가 최근 가로수로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을 받고 다른 수종으로 바뀌고 있는 현상이 근본적으로 정치논리라는 것을 잘 짚어준다. 천박한 자본주의와 비열한 정치인들이 만나 만들어낸 이 우습지도 않은 상황은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주 낯익은 풍경들을 떠올릴 수 있다. 고속철도, 새만금 개발, 청계천 복원 그리고 4대강 사업 등이 바로 그런 거짓 정치논리로 만들어진 비극이었다.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안에 품고 있는 참 뜻은 깊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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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09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늘 재미있는 책이야기를 들려주시네욤..잘 보았어욤...

감은빛 2010-11-10 22:41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1-09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가지고 싶다.
사진도 좀 찍어서 올려주시지..
책 소개에도 미리보기가 없어서 아쉬워요.
어흑, 달력 포스터도 갖고 싶다...
이거 알라딘에서 주문해서는 못 받겠지요? 일단 장바구니에는 넣어야겠어요.

감은빛 2010-11-10 22:43   좋아요 0 | URL
이 글 올리고 나서,
강우근 선생님의 도장과 글씨를 찍어서 올려볼걸 하고 생각했으나,
역시 저는 카메라랑 별로 친하게 지내지 못하는 관계로 넘어갑니다.
좋은 그림들이 참 많은데,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네요.

오늘 보니, 달력포스터 선착순 100명 증정 이벤트가 걸렸어요.

2010-11-10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10 2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미샘 2010-11-10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읽고 싶은 책이죠.
좋은 글 솜씨로 멋진 책 소개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강우근 님의 친필싸인 모습은 저도 보았지만, 그런 세세한 동작까지 읽어내지는 못했거든요. 동작 하나하나 유려하게 읽어내시는 감은빛 님의 세심한 시선도 글 솜씨 못지않게 부럽네요.
이 글도 주변에 널리 알려 많은 이들이 보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마녀고양이 님/ 당일 출판사 관계자가 그러던데요. 주문하시는 백 분께 선착순으로 달력 포스터를 드린다고요.

감은빛 2010-11-10 22:56   좋아요 0 | URL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강우근 선생님이 도장에 먹을 묻힐 때, 정확한 위치에 놓고,
순간적으로 힘주어 누르는 모습.
책에 도장을 찍을 때, 살짝 올려놓고, 꾹 눌렀다가,
도장이 움직이지 않게 잘 잡아놓고, 가장자리를 조심스럽게 눌러주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이 글 쓸때는 더 자세히 쓰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어서 미처 다 표현하지 못했네요.

양철나무꾼 2010-11-10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기억하고 있었는데,11월13일 출간 예정이었었는데요.
벌써 구하셨다니 부럽습니다~ㅠ.ㅠ

감은빛 2010-11-10 22:59   좋아요 0 | URL
아, 나무꾼님은 이미 출간예정일까지 알고계셨군요!
그날 나온 말 그대로 따끈따끈한 신간을 구한 것도 좋았지만,
강우근 선생님이 직접 도장을 찍고, 글씨를 써주셨으니,
운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

순오기 2010-11-10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목차를 봤더니 너무 탐나는데요.
어제 장바구니 결제했는데 벌써 또 채워가고 있어요.ㅜㅜ
일단 님께 땡스투하고 담아봅니다.

감은빛 2010-11-10 23:00   좋아요 0 | URL
그렇죠?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을 거예요.
순오기님께서 탐낼만한 책입니다.
땡스투까지 주시다니! 고맙습니다! ^^

2010-11-10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정말 사고 싶은 책입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고마워요..ㅠ.ㅜ
저도 당연히 땡스투입니다.ㅎㅎ

감은빛 2010-11-11 01:39   좋아요 0 | URL
제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정말 좋은 책입니다!
땡스투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꿈꾸는섬 2010-11-1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갖고 싶은 책이네요.^^

감은빛 2010-11-12 12:18   좋아요 0 | URL
좋은 책입니다!
재미도 있고, 그림도 좋고, 생각할 거리들도 던져주고요! ^^

2010-11-22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1-23 1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