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채소값이 비싸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며칠 전에 집에 손님이 와서 삼겹살을 구웠다. 고기와 깻잎은 미리 생협에 시켜놓았고, 상추는 미처 준비를 못해서 사러 나갔는데, 허! 상추 값이 평소의 거의 세배쯤 되는 것이다! 상추값을 보고 입술을 씹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어느 분이 상추를 세 잎만 집어다가 저울에 달았다. 860원! 겨우 세 잎 집었을 뿐인데! 고기값보다 상추값이 더 비싸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당하고 보니 좀 충격이었다. 그래서 그냥 상추를 포기하고 깻잎만 먹기로 하고 돌아섰다.
어느 게시판에서 파 한단에 4000원, 호박 하나에 2500원이란 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최근엔 장을 안다보니 아무리 채소가 비싸다고 뉴스와 신문에서 떠들어도 그런가보다 하고 있었다. 근데 어제 아내가 호박 하나에 3000원이라고 말을 꺼내며 미친 거 아니냐고 한마디 한다.
중요한 건. 이렇게 비싸도 정작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 바로 그게 문제다! 아버지의 지인 중에 부산에서 농산물 경매 하시는 분이 계신데, 이분 돈을 엄청나게 쓸어담는다는 얘길 전해들은 적이 있다. 결국 산지에서 농민들에게는 헐 값에 사서, 경매업자와 도매상 그리고 중간 유통상 그리고 소매상까지 오면서 점차 불어난 가격에 중간 상인들만 배를 불리는 구조인 것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생협 이용을 종종 권하는 편이다. 대부분의 반응은 비싸고, 이용하기가 불편하기에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물론 비싸고, 불편하다! 그렇지만 요즘 세상에서 믿고 구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비싼 가격과 불편함은 모두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먹거리의 경우가 그렇다! 나도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생협을 이용하지 않았다. 내가 몸담았던 환경 단체의 부설기관으로 생협이 있었음에도 별로 이용한 적은 없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모든 선택은 아이를 위주로 하게 되고, 먹거리는 대부분 생협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주 이용하다보니 생협이 아주 특별히 비싸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대형마트에 있는 친환경 먹거리들은 대부분 생협보다 더 비싸다! 그리고 시장에서 쉽게 구하지 못해 비싼 품목들 중 의외로 생협에서 비슷하거나 조금 더 싸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다. 생협에서 취급하는 건 무조건 믿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훨씬 더 싸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집근처에서 호박 하나에 3000원 붙어 있는 걸 본 아내가 집에와서 생협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호박 하나에 1300원이었다. 물가가 비상식적으로 뛰어오르는동안 생협의 가격은 크게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농약을 쳤는지 안 쳤는지 어디서 길렀는지 알지도 못하는 3000원짜리 호박을 샀던 사람이 나중에 무농약(혹은 저농약)에 산지가 표기된 1300원짜리 호박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 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