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의 영향 덕분인지 어딜가나 학폭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최근에는 조국 흑서라고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권경애 변호사 이야기가 매 순간 언론에 쏟아지고 있다. 3회 연속 출석을 하지 않아 재판에 패소했고, 학폭 피해자의 유가족이 소송비용을 고스란히 물어야 한다고. 처음에 기사를 제대로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 뭐 이런 변호사가 다 있나 싶었다. 작년에 태양광발전소 건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어이없이 패소하고 엄청난 큰 돈을 소송비용으로 물어줬던 기억 때문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알았는데, 학폭으로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라는 분, 나와 인연이 있는 분이었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녹색당 활동하면서 알게 되었고, 페이스북 친구로 맺어져서 종종 소식을 접하곤 했었다. 어쩌다 딸의 비극적인 이야기를 살짝 접하게 되어 매번 이름이 보일 때마다 마음이 쓰이는 그런 사람이었다. 페이스북에 접속해봤더니 최근 너무나도 힘들고 바쁜 와중에 그야말로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에 홀로 대응하는 상황을 계속 올리고 계셨다. 청소 노동자이신데, 일터인 고객의 집에서 청소를 하다가도 거기까지 찾아온 언론사 기자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고도 했고, 그 와중에 어떤 언론사에서는 그 분이 청소하는 모습을 찍어가고 싶다고 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얼마나 참담하고 힘드실지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내 삶의 전부였을 자식을 학교 폭력의 피해자로 먼저 보내고, 가해자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학교도 교육청도 어느 누구도 진실을 밝히는 일에는 관심조차 없다가 긴 세월이 지나 이제서야 의무를 다하지 않은 황당한 변호사 때문에 이슈가 되었는데, 지금도 문제의 본질인 학교 폭력의 진실을 밝히기 보다는 단지 변호사의 징계나 손해배상 소송에만 촛점이 맞춰져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고 답답한 현실이다.
예전부터 여러 번 적었지만, 나 역시 어린시절부터 늘 폭력을 겪으며 살았다. 다만, 나는 단순한 피해자는 아니었고, 늘 폭력에 맞서 싸웠었다. 맨날 맞고 다녀서 태권도를 배웠고, 더 자라서는 힘을 기르기 위해 운동도 하고 격투기도 배웠었다. 중학교 3년 내내 반에서 제일 많이 싸움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항상 친구들은 나를 지목했다. 가난하게 자랐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뺏기는 걸 병적으로 싫어했다. 덩치가 큰 친구들은 일상적으로 작은 아이들의 돈을 뺏거나 학용품을 뺏거나 했었다. 뺏기기 싫어서 맞서 싸우다 얻어 터지고, 운이 좋으면 비기는 정도로 싸움을 하다보니 항상 싸움꾼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언젠가 친한 후배가 내게 학폭 때문에 뭐 터질 일은 혹시 없는지를 묻더라. 글쎄 워낙 오래된 일이기도 하고, 내가 먼저 누군가를 괴롭힌 적은 단 한번도 없어서 당연히 없다고 답했지만, 사소한 시비로 싸움이 붙었다가 결과적으로 나보다 더 크게 다친 아이들은 몇 명 있었다. 그런 것도 학폭이라고 부른다면 맞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다.
가끔 아이들의 학교 생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피해 다닌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래. 사실 매번 맞서 싸우는 것보다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일 것이다.
돌풍, 비, 황사
오늘 날씨가 요상하다는 일기예보를 보았다. 요상하다는 단어가 머리에 콕 박혔다. 최고 초속 25로 바람이 엄청 강하고 벼락을 동반한 비가 내리는데, 강수량이 많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그 비 속에 황사가 섞여 내릴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요상하다는 단어를 쓴 거였구나.
해마다 봄 가뭄이 엄청 심했는데, 그래도 올해 봄에는 비가 조금씩 오는 구나 싶긴 하지만, 해갈 하기에는 부족한가보다. 전라도 쪽은 여전히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큰지 궁금하다. 강원도 쪽은 건조한 날씨에 바람이 강해서 산불 피해가 크다고 했다.
기후위기 교육을 할 때마다 날씨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주로 소개하지만, 요즘은 일상적인 날씨 자체가 예전이랑 아예 달라졌다고 설명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신다. 강의 자료 준비하면서 기상청 자료들을 많이 찾아보는데, 정말 하나하나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나에게 한 서너시간 날씨 이야기만 떠드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신나게 떠들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에는 매일 저녁마다 회의가 잡혀있다. 어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제는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3건의 릴레이 회의를 다녔다. 10시 반이 되어서야 회의 돌아다니느라 못한 일을 시작했고, 아마 새벽 4시 정도까지 책상 앞에 앉아서 졸음과 싸우며 일을 했다. 지금 엄청 피곤한데, 이 패턴을 금요일까지 매일 해야 할 생각을 하니 눈 앞이 캄캄하다. 회의를 하고 나면 새로운 일이 생기고, 또 다음 회의를 준비해야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 회의. 회의. 회의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즐겁게 수다도 떨고, 얼굴을 보는 일은 정말 좋은데, 그 회의를 위해 필요한 노동들은 힘들다. 오늘 저녁 두 건의 회의 자료와 내일 저녁 회의 자료를 마무리해야 하는데, 정말 일하기가 싫다. 비가 오니 기분이 쳐져서 더 일하기가 싫은 것 같다. 그래도 이제 마음을 다잡고 일을 해야지. 피곤하고 힘들어도 억지로 웃는 얼굴로 회의 자리에 가 앉아야지. 씩씩하게 열심히 일해야겠다.
아참, 고리2호기의 수명이 끝났다고 한다. 한수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수명연장을 기정사실화 하면서 언론 작업을 한다고. 시민들은 고리2호기 영구정지 선포 기자회견을 이미 마쳤다. 물론 이 미친 나라의 대통령이 영구정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고리1호기가 결국 시민들의 뜻대로 영구정지를 선언했듯이 고리2호기도 그 과정을 밟아갈 것이다. 물론 영구정지를 선언했다고 당장 핵발전소를 폐쇄할 수는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핵발전소를 폐쇄할 수 있는 기술이 없다. 안전하게 폐쇄할 수도 없는 핵발전소를 계속 짓겠다는 인간들과 같은 세상에 살아야 하다니.
오늘 페이스북을 보니 황규관 시인이 자신의 산문집에 사인을 해서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걸 또 한티재 출판사 변홍철 대표가 열심히 퍼나르고 있었다. 좋아하는 분의 책이라, 거기다 사인본이라 바로 연락을 하려다가 집에 쌓여있는 읽지 못한 책들의 탑들이 떠올랐다. 에라 모르겠다. 언제는 책탑 걱정하면서 책 질렀나! 일단 지르고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