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글을 읽을수록, 주변과 내가 선명하게 보인다. 타자에 대한 분노가 슬몃 올라 오다가도 피식하고 주저앉게 되고, 상처가 슬픔으로 비치다가도 다시 애틋한 공감으로 바뀌는 순간이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들에게 상처는 주지 않았을까. 좀 더 보듬어 줘야하는데, 오지랖까지 생긴다. 그래도 다른 눈과 마음으로 타인을 보고 싶다.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김춘수의 [꽃]처럼,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존재를 향해 보낼 수 있는 따스한 눈빛(p213)"을 보내고 싶다.  먼저 손도 내밀고, 기꺼이 들어주고, 보듬어 주는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적극적인 공감이 필요하다. 그래서 책읽기가 필요하다. 온전한 내 '마음의 서재'를 나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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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서재 - 나만의 도서관을 향한 인문학 프로젝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3년 2월
구판절판


그를 통해 나를 언제나 지켜주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을 느낀다.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고통이 온몸을 휘감을 때, 나는 문득 내 아픈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 보이지 않는 손길을 느낀다. 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나를 지켜주는 불빛. 내가 상상도 못하는 아픔으로, 내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걸어가는 누군가의 슬픈 뒷모습을 바라본다. 이제 내게 사랑은 단념이다. 단념이란 가장 사랑하는 것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용기다. 이제 내게 사랑은 절제다. 절제란 나를 가장 기쁘게 해주는 바로 그것이 없어도 내가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 아픈 사랑은 오직 완전한 단념과 절제를 통해서만 얻어진다.-48쪽

소중했지만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그들이 어느 새 내몸, 내 맘,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음을 느낀다. 처음엔 그들이 지워지지 않는 문신 같았다. 떠올릴 때마다 새로운 아픔으로 다가오는 끔찍한 문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들을 잃어버렸다는 사실보다 내가 여전히 변함없이,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그들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떠나간 이들이 몸 밖의 문신이 아니라 몸 안의 장기처럼. '이미 나보다 더 나다운 또 다른 나'가 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82쪽

오늘날처럼 국가의 힘이 강력해지고, 사회의 통치시스템이 거대해진 상황에서는 '정당한 복수'나 '의로운 살인'이라는 개념이 더욱 동의를 얻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어떻게 사적인 복수를 공동체적 정의로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정의의 목소리를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는 일이 아닐까. 이를 위해서는 원한의 엄격한 절제가 필요하다. 아무리 슬프고 분해도, 분노의 에너지를 공감의 에너지로 바꾸는 '이성'이 절실하다. 위급할 때 발휘되는 이성이야말로 최고의 지성을 필요로 한다. 그리하여 정의는 슈퍼 히어로의 원맨쇼가 아니라 철저한 팀플레이로 완성된다. 가장 멋진 복수는 '적들이 흘린 피'의 질량이 아니라 사건과 관계없는 '제 3자가 흘린 뜨거운 공감의 눈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155쪽

아이는 단지 질문에 대한 올바른 대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귀찮아도 내 질문에 재깍 대답해주는 부모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아이들에게는 가방끈 긴 부모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곤란한 질문을 해도 그때마다 최선을 다해 더 나은 대답을 들려주려고 노력하는 부모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는 믿음이 중요한 것이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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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바람 싸늘해도 사람 따스하니'라는 글귀가 맞아주는 서울도서관을 다녀왔다...하루키 '빵가게를 습격하다'를 층계참에 앉아 단숨에 읽었다...배가 고파 부엌칼을 가지고, 공복때문에 산탄총을 가지고 두번이나 빵가게를 습격한 이야기는 일러스트와 더불어 신선했다...미해결과제로 남은 일을 재습격으로 마무리한다...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못했을 때는 두고두고 마음을 괴롭힌다...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그게 사는 방법이다...쓸쓸하고 싸늘하기까지 한 가을 바람이 마음속까지 불어온다... 글을 읽으며 꼭꼭 여미고, 이야기 속으로 꼭꼭 숨는다...그러나 따뜻한 사람만은 못하다...오랫만에 책사이를 거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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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요일에는 바다를 보러갔다. 가을 햇살이 서늘하다. 쓸쓸한 기운이 들어있다. 드러낸 다리가 시렸다... 전어구이를 먹고 멋진 인천대교를 건너왔다... 금요일에는 휴가를 내고, 심학산 둘레길을 걸었다...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많다... 토요일에는 비발디파크를 갔다... 불타는 밤을 보냈다... 즐거웠다... '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는 일상의 이야기를 잔잔히 담아내고 있다... 가끔씩 부러운 장면도, 안타까움도 들어있다...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여 청량감을 주는 삶, 한없이 늘어져가고 다운되어 가는 시점에서 사소한 기쁨을 건져내어 맛볼수 있는 삶이 들어 있었다... 너도 그랬구나, 나도 그랬는데, 후회를 평범한 일상으로 바꿔주는 글이었다... 그래서, 나의 일상을 글로 표현한다면...,

버스커버스커 '처음엔 사랑이란게'를 듣고 있다... 처음엔 사랑이란게 참 쉽게 영원할거라 그렇게 믿었었는데 그렇게 믿었었는데 나에게 사랑이란게 또 다시 올 수 있다면 그때는 가깝진 않게 그다지 멀지도 않게, 머린 아픈데 오 너는 없고 그때 또 차오르는 니 생각에 어쩔수 없는 나의 맘 그때의 밤, 나에겐 사랑이란게 아 사랑이란...

일상은 그렇다. 사랑과 마찬가지로, 가깝지도 멀지도 않는 그 쯤에서 사는 게 가장 좋다. 그 쯤이 어디쯤인지는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매일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바로 그 시점으로 지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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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일요일이 필요해 - 샛길 산책자 김서령의 쫄깃한 일상 다정한 안부
김서령 글.그림.사진 / 예담 / 2013년 8월
품절


심심하고 외로운지도 모르고 지냈던 우리는 만날 때마다 심심하고 외로웠던 시절에 대해 떠들었다. 말로 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말로 하지 않고 지나왔던 시절이 아까워졌다. 심심하고 외로웠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였으므로 심심하고 외로웠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일이 부끄럽지 않았다. -108-109쪽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에 대한 대답을 하기 전, 어쨌거나 다행인 점이 있다면 나는 내 욕망을 읽는 법을 조금 알게 되었다는 거다. 내 몸이 원하는 것. 내속이 원하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 가장 먼저 생각한다. 그러므로 그렇게 살면 외롭지 않아?라는 질문은 적어도 내게 불필요하다. -138쪽

길을 가다 소녀들을 보면 애틋하다. 저 소녀들은 지금 생애의 어디쯤을 허정허정 걷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왜 외로울까. 내가 소녀 시절 턱없이 외로웠기 때문에 그들도 외로울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일까. 소녀들이 비밀처럼 떠안고 있을 고독들이 나는 때로 두렵다. 까르르 웃다가도 한순간 얼굴을 바꾸어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릴 수 있는 시절.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시절. 나는 소녀들이 부럽지 않다. 예쁘다 해도, 부럽지 않다. -240쪽

그날 이후 자기야, 라는 호칭은 몹시 자연스러워져서 나중에는 이름 부르는 걸 잊을 정도로 그렇게만 불렀다. 그 남자를 아주 오래 만났다. 이제 더는 못 만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문득 알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먹어, 자기야. 그 말을 한 후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 흔들렸던 건 그가 자신의 '실수'에 놀랐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나를 부르려 했던 것이 아니라 나 이전의 다른 사람. 늘 자기야, 라고 다정하게 불렀던 다른 사람을 향한 호칭이 멋모르고 튀어나온 것이라는 걸 말이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지만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에게 묻지 않았고 어떤 증거도 없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와 헤어졌다. -2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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