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마무리하면서 굉장히 바빴다. 주말엔 동생네 식구까지 와 실컷 먹고 놀았다. 영화 '이끼'도 봤다. 3시간 가까이 하는데 뭔가가 조금 부족한, 반전의 그녀에게 정당한 이유를 실어주기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깊이 생각한다면야, 충분한 이유가 되겠지만, 그럴러면 지속적으로 뭔가 기미를 줘야하지 않을까... 아니어도 되겠다란 생각도 든다. 마음 속 깊이 숨겨뒀다가 아닌척 하고 있다가 단번에 복수를 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도... 박해일이란 배우가 굉장히 매력적이였다. 각각의 영화에서 보여준 얼굴들이 제각각이다.  2주간 연수다. 몇백명과 같이 듣는 특강일 때는 책을 읽는다. 오가는 길이 멀다. 내차를 뒤에서 들여다 볼 정도로 바짝 붙어 오는 몇몇 남정네들, 분명 거리를 두고 와도 될 건데, 뭐가 그리 궁금한지, 내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건 아닐거고, 기분이 묘하다.  내가 남자라면 그러지 않았을거다라는 생각이 미치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런들, 빤히 쳐다봐주고 내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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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인간과 동물
최재천 지음 / 궁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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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실리언스Consilience'라는 말은 새로 만들어진 어려운 말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지식의 대통일' 정도로 옮길 수 있을겁니다. 그래서 저는 '통섭(統攝)'이라고 번역했습니다.-19쪽

하지만 다윈에게 중요한 것은 하나하나 따로따로 숨 쉬는 개체, 그리고 개체의 번식을 통한 형질의 계승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변이를 통해 변화가 일어나며, 이것은 다시 각각의 개체를 이전의 개체들과 다르게 만듭니다. 이렇게 각기 다른 것이 우리의 본질이며, 그 다양성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라고 다윈은 주장했습니다.-64쪽

교육은 가르치는 쪽이 주도권을 쥐어야만 교육이 됩니다. 이 세상에 나와서 우리가 행동할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것이기 교육이기에 대분분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91쪽

우연히 꽃잎과 비슷하게 닮은 것들이 생존에 유리해 번식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런 과정이 오랜 세월 반복되면서 지금은 우리로 하여금 머리를 긁적이게 할 정도로 정교해진 것입니다. -198쪽

동물 사회의 협동은 경제 활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모여 살아야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모여 살게 되면 그 집단 구성원간의 경쟁이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누구는 너무 많이 갖고 누구는 너무 적게 갖게 되는 이른바 분배의 문제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됩니다. -244쪽

왜 우리가 서로 도와야 하는지 이야기하려 합니다. 사실 이기적 유전자를 운운하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남을 돕고 삽니다. 더 도울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면서 때로는 그렇게 못하는 걸 자책하며 삽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인간이게 한 가장 위대한 힘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유전자가 하는 일이죠.-348-349쪽

법이란 내가 누군가를 도운 만큼 그도 나를 도와야 한다는 것을 서로 조율하기 위해 생겨난 제도이지요.-358쪽

즉 유전적으로는 관계가 없더라도 내가 도움을 주고 그 도움이 나한테 돌아올 확률만 높으면 서로 돕고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동물들 간에도 서로 돕고 살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트리버즈의 이론 덕택에 우리 조상들도 서로 돕고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설명이 가능해졌습니다. 서로 돕는 것이 바로 유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3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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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낯설게 바라보므로 생각을 하게 되고 생각을 하면서 이러한 일상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의 만남임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타자와 사랑에 빠질 수 있고, 나의 미래를 타자에게 맡길 수도 있다. 아 그런데, 타자는 나와 다른 삶의 규칙을 가진 존재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하면서, 자신의 행복과 즐거움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수단이 아닌 목적을 선택하므로...철학은 추후 불편함을 덜어주는 힘을 준다. 그래서 지금-여기에서 미리 낯설게 삶을 볼 필요가 있다.... 금방 읽었을 때는 이해가 되면서 전체적인 맥락이 잡혔는데, 버벅댄다. 추천하고 싶은 책, '철학, 삶을 만나다(강신주)', 특히 지은이의 꼼꼼하고 배려깊은 설명이 마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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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구판절판


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 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읽지 않는 책들, 보지 않은 DVD들, 듣지 않는 CD들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왜 자기를 읽어주지 않느냐고 일제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 우리는 후회의 순간을 미래로 이월해 버린다. 나중에는 보겠지. 언젠가 들을 날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너무 오래 존재하는 것들'과 결별해야겠다고 결심했다.-33쪽

사서 축척하는 삶이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 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33쪽

그들에게 비너스란, 즉 아름다움이란 무엇이었을까? 나는 미美란 하나의 거대한 오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미란 정욕을 불러일으키는 음란한 매혹이며 또 누군가에게 미란 다다를 수 없는 천상의 특질이며 또 누군가에게 미란 정복함으로써만 소유 가능한 일종의 재산이며 또 누군가에게 미는 끝내 이해 불가능한 난해한 개념이며 또 누군가에게 미는 즉각 제거해야 할 불길한 미혹인 것이다. 미는 끝내 정의되지 않은 채 천상의 도시 깊은 곳에서 풍문과 더불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183-184쪽

시칠리아는 삼각형의 섬이다. 삼각형의 세 변은 각각 유럽과 그리스와 아프리카를 바라보고 있다. 등을 돌린 세 사람이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섬, 그것이 시칠리아다. 유럽을 바라보고 있는 쪽에 파레르모가 있다. 그리스를 바라보고 있는 쪽은 메시나에서 시라쿠사까지이고 아그리젠토나 젤라는 아프리카를 향하고 있다.-222쪽

그러나 그 신전들은 이제 무너져 기둥 몇 개만 남아 있다. 호텔의 발코니에 앉아 그중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콩코르디아 신전을 바라보며 스스로에게 묻는다. 저런 유적들은 왜 우리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는가? 왜 우리는 저런, 반쯤 무너져버린 불완전한 건물들에서마저 미적 쾌감을 얻는 것일까? 왜 유네스크와 이탈리아 정부는 엄청난 세금을 들여 이 유적들을 복원 혹은 보존하려는 것일까? 그리고 왜 아무도 그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것일까? 왜 우리는 어떤 건물들은 거금을 들여서라도 보존하고, 거듭하여 그것을 감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반면, 다른 어떤 건물들은 무가치하다고 여겨 당장 무너뜨려 한줌의 먼지로 만들어버리는 게 마땅하다고 믿게 되는 것일까? 아그리젠토의 신전들은 자연스럽게 이런 의문들을 불러일으킨다. -276쪽

"맞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그냥 닥치는 대로 살아가는 거야."
"가이드북 보니까 이탈리아에 이런 속담이 있대. 사랑은 무엇이나 가능하게 한다. 돈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간은 모든 것을 먹어치운다. 그리고 죽음이 모든 것을 끝장낸댜."
"갑자기 뜬금없이 웬 속담?"
아내가 짐짓 딴지를 걸어왔다.
"그러니까 여행을 해야 된다는 거야."
"결론이 왜 그래?"
"결론이 어때서?"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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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을 달려가 'dance therapy-춤을 추고 내몸의 소중함을 느끼고', 오후엔 한 시간을 달려온 친구를 만났다. 두근두근... 십오년만이었다. 전원주택에서, 이젠 맨얼굴로도 나올 수 있다. 맨손으로 채소를 뽑는다. 수고를 해서 뭔가를 만들어도 먹는다란 말에서 편안함이 묻어났다. 여러가지 사건과 우여곡절을 지나며 예쁜 두딸과 살고 있다고... 늙는지, 친구들이 그립다고... 네가 가장 힘들 때, 그때 나를 찾아 왔을 때, 나또한 힘들어 위로가 되지 못했던 점을 사과했다. 그래, 이젠 괜찮아... 이 정도면 행복하다고...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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