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베르테르의 기쁨 - 알랭 드 보통의 유쾌한 철학 에세이
알랭 드 보통 지음, 정명진 옮김 / 생각의나무 / 2005년 5월
구판절판


소크라테스는 인간 존재란 살다보면 잘못된 길로 접어들 때도 있기 때문에 간혹 자신의 관점에 대해 의문을 품어야 한다는 점을 자연스레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진실과 인기 없음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 더 덧붙였다. 다름 아니라, 우리의 사고와 삶의 방식이 어떤 반대에 봉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그것을 그릇된 것으로 확신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가르침이 그것이다. 우리를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수가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하면서 내세운 이유들이 얼마나 훌륭한가라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기가 없는 현상 그 자체에 관심의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인기를 잃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에 주목해야 한다. 공동체의 구성원 대부분으로부터 자신이 그릇된 존재라는 비난을 받는다면 무척 놀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의 입장을 포기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다른 사람들이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 논법을 고려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에 얼마만큼의 무게를 부여할지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런 의견이 나오게 된 사고방식의 건전성이다. -48-49쪽

에피쿠로스의 시각에서 보면, 철학의 임무는 우리 각자가 원인 모를 우울증과 욕망의 충동을 해석하도록 돕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행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그릇된 계획을 세우지 않도록 돌보는 것이었다. 우리 인간은 당장의 충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 대신 에피쿠로스보다 백 년도 더 전에 소크라테스가 도덕적 정의들을 평가할 때 동원했던 것과 비슷한 질문방식에 따라 우리의 욕망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그렇게 말했을 때 철학은 우리의 고통을 합리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우리의 병을 치유하고 행복하게 해줄 것이다. -90-91쪽

불안을 다스리는 데는 사색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다. 문제를 글로 적거나 그것을 대화 속에 늘어놓으면서 우리는 그 문제가 지닌 근본적인 양상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비록 문제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부차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부정적인 것들, 말하자면 혼동, 문제의 악화, 준비 없이 당하는 데서 오는 마음의 고통등을 예방할 수 있다. -96-97쪽

그렇다면 값비싼 물건들이 크나큰 기쁨을 안겨다 주지 못하는데도 우리가 그런 것들에 그렇게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자신의 두개골 옆면에 구멍을 뚫게 한 편두통 환자가 저지른 것과 비슷한 잘못 때문이다. 말하자면 값비싼 물건들은, 우리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따로 있는데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건들은 우리가 심리적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어떤 것들을 마치 물질적 차원에서 확보하는 듯한 환상을 준다.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는데도 그렇게 하지는 않고, 새로운 물건이 진열된 선반으로 끊임없이 이끌린다. 우리는 친구들의 우정 어린 충고 대신에 캐시미어 카디건을 구입한다.-107쪽

시끄러운 길거리에서 마음의 평정을 얻으려면 소음을 일으키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어야 한다. 외부의 소음과, 그것을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마음속의 생각 사이에 방화벽을 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동기에 대한 비관적인 해석을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던 대본에 추가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규칙만 지키면, 소음은 결코 달가운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를 격노하게 만들 이유 또한 없는 것이 될 것이다. -167쪽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보면 무엇이든 야만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각각 자기 나라의 관습이나 사고방식 외에는 달리 진실이나 올바른 이성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225쪽

나는 기꺼이 교육의 부조리라는 주제로 돌아가겠다. 우리의 교육의 목적은 우리를 행복하고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머리에 뭔가를 담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목적이라면 성공한 셈이다. 교육은 우리들에게 미덕을 추구하고 지혜를 포옹하도록 가르치지 않았다.-241쪽

이 세상에 오가는 이야기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의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고, 이야기의 구성은 주인공의 이름과 배경만 바뀔 뿐 끊임없이 되풀이된다. "예술의 정수는 그 하나의 이야기기 수천 명에게 적용된다는 데 있다'는 사실을 쇼펜하우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319쪽

니체는 우리가 좌절에 봉착했을 때 어떤 식으로 접근하기를 원했을까?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갖지 않았을 때라도, 아니 결코 가질 수 없을지라도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계속 굳게 믿으라고 가르쳤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선한 것들을 손에 넣기가 무척 어렵다는 사실만으로 그것들을 모욕하고 악으로 치부하고픈 유혹에 굴하지 말라는 뜻이다. -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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