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은 '어떤 힘이나 조건에 굽히지 아니하고 거역하거나 버팀'으로 사전에 나와 있다. 현재 누리고 있고 가지고 있는 것에 굴하지 않고 더 누리고 더 가지려 하는 게 어려울까, 버리고 나눠주는 게 더 쉬울까... 아무튼 어떻게 하든 저항은 어렵고 힘든 일이다. 십계명의 첫째 계명과 열째 계명의 일맥 상통함으로 기독교인이라면 어떻게 안식일을 지켜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하루의 온전한 쉼도 물론 중요하지만 삶의 전반적인 내용을 아우르고 있다. 우상숭배(첫번째 계명)와 탐심(열번째 계명)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우리를 끊임없이 생산하도록 내몰고 있고, 재물과 소유에 의존하게 하고, 그러려면 경쟁할 수 밖에 없고, 그러면 타인의 것을 당연하게 뺏도록 만든다. 장애가 있든, 인종이 다르든, 가난한 자든, 노동자든 등등 그 어떤 이유로도 그 누구도 배제되는 일이 없이, 모두가 연대하도록 하는 자세를 배우게 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교회가 존재하는 핵심이지 않을까...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이웃의 것을 뺏을 수는 없는 일이니... 굴하지 아니하고 거역하고 버티기가 어려운 일이다. 5월인데 벌써 무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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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저항이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규태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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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거룩한 정지 기간이요. 몸과 영혼의 무위를 계발함으로써 신성함을 계속 이어 가는 기간이다. (13쪽)

불안이 야기하는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의 정황에서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저항이요 대안인 행위다. 안식일이 저항인 이유는, 이 안식일이 상품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해 주기 때문이다. (16쪽)

‘새롭고 발전된‘ 생산품, 끊임없는 스타일 진보, 그리고 늘 새로운 기술은 옛것을 소유함을 부적절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결국 상품이라는 여러 잡신을 만족시킬 노력을 끝없이 하게끔,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 (42-43쪽)

우리는, 우리의 경제 영역이나 우리의 인간관계나 우리 삶의 어떤 영역세서나, 바쁨과 탐욕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함이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 삶의 본질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73쪽)

생산과 소비가 정의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생산과 소비에 큰 차등이 있으며, 따라서 가치와 중요도에도 큰 차등이 있다.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는 모든 이가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잘 수행하라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라고 -강요당한다. (87쪽)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표지요. 모세가 열거한 율법을 넘어서는 관대한 편입 행위이며, 하나님 소유인 이스라엘이 누리는 생명이 이전에는 제외당했으나 이제는 환영받는 이들에게도 부어지게 만드는 행위다.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그들을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안식일을 골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외부인을 받아들일 공동체 구성원들은 안식일을 구성원이 되려는 자들이 갖추어야 할 유일한 특별 조건으로 만들었다. (112쪽)

나아가 우리는 솔로몬이야말로 언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시한 이스라엘에 널리 퍼져 있던 상품지상주의와 쉼이 없음을 상징하는 화신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 (124쪽)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지키면서도 그와 동시에 많은 일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야훼를 예배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가나안 족속들이 섬기는 생식의 신이요. 언약에 따른 의무나 언약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신인 바알을 신뢰하고 영화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스사엘이 이렇게 두 마음을 품는 바람에 안식일은 거짓 안식일이 되어 버렸으며, 실제로 언약에 맞서는 실존과 함께 나타나는 끝없는 불안때문에 진정한 노동 중단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거짓 안식일은 아무럼 쉼도 제공하지 못하고, 하나님과 이웃에게서 철저히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128-129쪽)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기기는 불가능하다. 안식일을 지키면서 동시에 사업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과 깊은 사랑을 나눈다는 사람이 내내 시계만 들여다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예수를 찬송한다는 자가 가난한 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동시다중 작업을 하면서 여기저기에 마음이 팔려 있다는 것은 진정 일을 그치고 쉬지 않는다는 말이요. 성공하려고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136쪽)

안식일의 쉼은 탐욕스러운 획득 행위를 그만둠으로써, 여러 사회관계를 무너뜨리고 왜곡하는 쉼이 없음에서부터 이웃이 살아갈 공간과 그의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3쪽)

힘 있는 자들이 약자의 것을 원하고 빼앗는 행위는 모든 이에게 살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신 창조주가 그어 놓으신 "경계선"을 넘어가는 행동이다. (153쪽)

첫째 계명이 거부하는 우상 숭배와 열째 계명이 거부하는 탐심을 동일시하는 것은 거의 우연이자, 사람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것이다. 우상 숭배와 탐심이라는 두 가지를 동일시한 이유는 이 둘 모두가 실체를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우상 숭배는 물건,특히 금과 은을 부어 만든 물건들을 예배하는(높이 여기는) 것이다. (중략)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이 말하는 탐심은 이웃을 희생시켜 가며 재물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안식일은 두 가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즉, 상품을 예배하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요. 상품을 추구하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식일은 그저 거부에 그치지 않는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이웃이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실체를 꾸준히, 훈련받은 대로, 눈으로 볼 수 있게, 구체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167-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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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를 탄생시킨 앙리 뒤낭의 에세이다. 그는 단순히 지나갈 수 있는 아무런 관계없는 상황이었지만 기꺼이 뛰어들어 제네바협약을 이끌어냈다. 참혹하고 불편한 전쟁이야기다. 적군과 아군을 불문하고 한 가지 마음, 형제의 마음으로 본 이야기다. 도움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 도움이 실제적으로 효과가 있기 위하여 이러저러 했다면하고 안타까워한다. 남,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구호단체를 설립하고, 구호요원을 보호할 수 있는 국제조약 체결이라는 두가지 제안을 했다.... 생각해 볼 일, 요즘도 전쟁과 맞먹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도움이라는, 구호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우르르 몰려간다... 막상 참상 속에 있는 자와 자원봉사자로 왔을 때는 많이 다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도 전문적인 훈련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재난이 생기고, 전쟁이 일어났을 때 약속된 매뉴얼을 따라야 한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 지하철에 사람들이 지난주보다 배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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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타리안 : 솔페리노의 회상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6
앙리 뒤낭 지음, 이소노미아 편집부 옮김 / 이소노미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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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십자운동은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인도주의 운동입니다. 앙리 뒤낭의 에세이가 무엇을 담고 어떻게 적혀 있길래 그런 국제적십자운동을 촉발했는지, 그리고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제네바협약에는 어떤 정신과 무슨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전합니다. (29쪽)

저는 그저 단순한 여행자였습니다. 이런 중요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었지요.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들을 목격한 후 그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개인적인 느낌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들이 여기에서 어떤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실이나 전략적인 사항을 얻으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그런 정보는 다른 책에 있을 겁니다. (40쪽)

부모의 유일한 희망으로 사랑 깊은 어머니가 오랫동안 금지옥엽으로 키워서 조금만 아파도 겁을 내는 아들. 집에 두고 온 부인과 아이들에게 극진한 가족 사랑을 받아왔던 우수한 장교. 고향에 약혼녀와 어머니, 누이, 늙은 아버지를 남겨두고 전쟁터에 온 젊은 병사. 이런 모든 사람이 자기 몸에서 흘러나온 피에 흠뻑 젖은 채 진흙과 먼지 속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남성 답고 준수했던 얼굴은 칼과 총탄으로 사정없이 망가져서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79쪽)

카스틸리오네의 부녀자들은 국적 따위 상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봤지요. 그녀들도 국적이 모두 다르고 모두 외국인인 온갖 나라의 병사들에게 동일한 온정을 쏟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행제다."라고 그녀들은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104쪽)

아아, 경험 많고 자격을 갖춘 남녀 봉사원 백여 명만 이들 롬바르디아 지방 도시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들만 있었다면 그처럼 뛰어난 지휘체계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분산된 능력과 산발적인 원조를 그들 중심으로 한테 모을 수 있었을 텐데! 똑똑하고 지도력을 갖춘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헌신하던 대부분의 사람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그들의 노력이 쓸모없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중대하고 절실한 소임을 놓고 고립되고 분산되어 있는 소수의 자원자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138쪽)

만일 솔페리노 전투 시 국제구호단체가 존재했었고,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카스틸리오네에 자원봉사 간호사들이 있었더라면, 또 같은 기간에 브레시아와 만토바와 베로나에서도 그랬더라면 그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수천 명의 부상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 채 말로 다할 수 없는 갈증을 애타게 호소했던 그때, 비명과 구조의 손길을 목이 터져라 외쳐댔던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의 그 불행한 밤중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며 용기있는 구조대원들이 아무 쓸모없었을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하겠습니까? 축축하게 유혈이 낭자한 땅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이젠부르크 대공과 그 밖의 수많은 불행한 부상병을 온정의 손길이 재빠르게 찾아와 좀 더 빨리 구조했더라면! 당시 여러 시간 동안 방치됨으로써 치명적으로 악화되었던 그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164쪽)

제6조
부상자나 환자인 전투 요원은 그들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수용해서 치료하여야 한다. (201쪽)

휴머니즘은 인간애 혹은 인류애를 뜻해요. 일반론적이며, 포괄적이거나, 철학적인 단어지요. 그에 반해 휴머니타리안은 전쟁, 기아, 질병처럼 매우 극단적인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면서 ‘도울 힘이 있는 사람이 도와야겠다며 활동하려는 마음‘을 뜻하는 것 같아요. 휴머니즘보다 실천적이며 훨씬 구체적이라고 할까요? (245쪽)

악이 발전하는 만큼 선도 함께 발전하는 것. 그게 우리 인류의 강점인 것 같아요. 핵무기 같은 전쟁기술을 통해 악의 조건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악을 봉인하는 선함도 함께 발전시켰으니까요. 평화에 대한 열망, 민주주의, 인권의 신장, 인도주의 정신, 제네바협약 같은 게 모두 악을 봉인하는 선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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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동생네 텃밭에 모여 남자들은 모종을 심고, 여자들은 쑥을 뜯었다. 향기가 짙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모두들 조금씩 들떠서 힘을 썼다. 하늘은 맑고 높았다. 들려온 소식 또한 기뻤다. 이모 할머니가 되었다. 오랫만에 아기 소식이다. 

또한 아주 무서운 소식도 들었다. 죽으려 한 사돈조카 소식이다. 아직까지 안 좋은 소식은 마음에 머물러 았다. 머리는 멍하고 마음은 아프다. 

오는 길은 내내 비가 내렸다. 눈 앞에서 사라진 봄날을 보았다. 

나의 이유, 외부의 시선, 너와의 관계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생겨나지만 그 넓은 폭과 깊이는 오롯히 내가 감당하고 조율해야 할 힘으로 좌우된다. 먼저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무엇으로, 그래도 남아있는 자는 밥을 먹어야 했다. 

각 모종마다 이름을 지으면서 심었는데, 사람들을 기호로 부르는 이도 있다(3구역, 1구역-김혜진). 돈이 들지 않는 마음인데도 어렵게 잘 못쓰는 이도 있다(펀펀 페스티벌-장류진). 오해와 진실의 사이에서 어디로든 오가지 못하고 끝없는 간극에서 할 말을 못하는 이도 있다(오늘의 일기예보-한정현).  이리저리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건데, 오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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