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생네 텃밭에 모여 남자들은 모종을 심고, 여자들은 쑥을 뜯었다. 향기가 짙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모두들 조금씩 들떠서 힘을 썼다. 하늘은 맑고 높았다. 들려온 소식 또한 기뻤다. 이모 할머니가 되었다. 오랫만에 아기 소식이다. 

또한 아주 무서운 소식도 들었다. 죽으려 한 사돈조카 소식이다. 아직까지 안 좋은 소식은 마음에 머물러 았다. 머리는 멍하고 마음은 아프다. 

오는 길은 내내 비가 내렸다. 눈 앞에서 사라진 봄날을 보았다. 

나의 이유, 외부의 시선, 너와의 관계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생겨나지만 그 넓은 폭과 깊이는 오롯히 내가 감당하고 조율해야 할 힘으로 좌우된다. 먼저 자신을 수용할 수 있는 자기가 필요하다. 어떻게, 무엇으로, 그래도 남아있는 자는 밥을 먹어야 했다. 

각 모종마다 이름을 지으면서 심었는데, 사람들을 기호로 부르는 이도 있다(3구역, 1구역-김혜진). 돈이 들지 않는 마음인데도 어렵게 잘 못쓰는 이도 있다(펀펀 페스티벌-장류진). 오해와 진실의 사이에서 어디로든 오가지 못하고 끝없는 간극에서 할 말을 못하는 이도 있다(오늘의 일기예보-한정현).  이리저리 어떻게든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 건데, 오늘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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