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타리안 : 솔페리노의 회상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6
앙리 뒤낭 지음, 이소노미아 편집부 옮김 / 이소노미아 / 201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국제적십자운동은 19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생명을 구했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인도주의 운동입니다. 앙리 뒤낭의 에세이가 무엇을 담고 어떻게 적혀 있길래 그런 국제적십자운동을 촉발했는지, 그리고 집단지성으로 만들어진 제네바협약에는 어떤 정신과 무슨 내용이 기록되어 있는지 이 책을 통해 전합니다. (29쪽)

저는 그저 단순한 여행자였습니다. 이런 중요한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었지요.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다가 가슴 뭉클한 장면들을 목격한 후 그 특별한 경험을 기록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저는 이 책에서 개인적인 느낌만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독자들이 여기에서 어떤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실이나 전략적인 사항을 얻으려고 하지는 마십시오. 그런 정보는 다른 책에 있을 겁니다. (40쪽)

부모의 유일한 희망으로 사랑 깊은 어머니가 오랫동안 금지옥엽으로 키워서 조금만 아파도 겁을 내는 아들. 집에 두고 온 부인과 아이들에게 극진한 가족 사랑을 받아왔던 우수한 장교. 고향에 약혼녀와 어머니, 누이, 늙은 아버지를 남겨두고 전쟁터에 온 젊은 병사. 이런 모든 사람이 자기 몸에서 흘러나온 피에 흠뻑 젖은 채 진흙과 먼지 속에서 뒹굴고 있었습니다. 남성 답고 준수했던 얼굴은 칼과 총탄으로 사정없이 망가져서 알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79쪽)

카스틸리오네의 부녀자들은 국적 따위 상관하지 않는 내 모습을 봤지요. 그녀들도 국적이 모두 다르고 모두 외국인인 온갖 나라의 병사들에게 동일한 온정을 쏟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행제다."라고 그녀들은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104쪽)

아아, 경험 많고 자격을 갖춘 남녀 봉사원 백여 명만 이들 롬바르디아 지방 도시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들만 있었다면 그처럼 뛰어난 지휘체계가 요구되고 있는 시점에 분산된 능력과 산발적인 원조를 그들 중심으로 한테 모을 수 있었을 텐데! 똑똑하고 지도력을 갖춘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헌신하던 대부분의 사람은 지식과 경험이 부족해서 그들의 노력이 쓸모없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중대하고 절실한 소임을 놓고 고립되고 분산되어 있는 소수의 자원자만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138쪽)

만일 솔페리노 전투 시 국제구호단체가 존재했었고,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카스틸리오네에 자원봉사 간호사들이 있었더라면, 또 같은 기간에 브레시아와 만토바와 베로나에서도 그랬더라면 그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수천 명의 부상자가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 채 말로 다할 수 없는 갈증을 애타게 호소했던 그때, 비명과 구조의 손길을 목이 터져라 외쳐댔던 금요일과 토요일 사이의 그 불행한 밤중에, 활동적이고 열성적이며 용기있는 구조대원들이 아무 쓸모없었을 것이라고 누가 감히 상상하겠습니까? 축축하게 유혈이 낭자한 땅위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던 이젠부르크 대공과 그 밖의 수많은 불행한 부상병을 온정의 손길이 재빠르게 찾아와 좀 더 빨리 구조했더라면! 당시 여러 시간 동안 방치됨으로써 치명적으로 악화되었던 그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겠지요. (164쪽)

제6조
부상자나 환자인 전투 요원은 그들이 어느 나라에 속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수용해서 치료하여야 한다. (201쪽)

휴머니즘은 인간애 혹은 인류애를 뜻해요. 일반론적이며, 포괄적이거나, 철학적인 단어지요. 그에 반해 휴머니타리안은 전쟁, 기아, 질병처럼 매우 극단적인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느끼면서 ‘도울 힘이 있는 사람이 도와야겠다며 활동하려는 마음‘을 뜻하는 것 같아요. 휴머니즘보다 실천적이며 훨씬 구체적이라고 할까요? (245쪽)

악이 발전하는 만큼 선도 함께 발전하는 것. 그게 우리 인류의 강점인 것 같아요. 핵무기 같은 전쟁기술을 통해 악의 조건을 만들었지만, 동시에 그 악을 봉인하는 선함도 함께 발전시켰으니까요. 평화에 대한 열망, 민주주의, 인권의 신장, 인도주의 정신, 제네바협약 같은 게 모두 악을 봉인하는 선함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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