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은 저항이다
월터 브루그만 지음, 박규태 옮김 / 복있는사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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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은 거룩한 정지 기간이요. 몸과 영혼의 무위를 계발함으로써 신성함을 계속 이어 가는 기간이다. (13쪽)

불안이 야기하는 무한 경쟁이 난무하는 현대의 정황에서는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 저항이요 대안인 행위다. 안식일이 저항인 이유는, 이 안식일이 상품 생산과 소비가 우리 삶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해 주기 때문이다. (16쪽)

‘새롭고 발전된‘ 생산품, 끊임없는 스타일 진보, 그리고 늘 새로운 기술은 옛것을 소유함을 부적절하고 불완전한 것으로 만듦으로써 결국 상품이라는 여러 잡신을 만족시킬 노력을 끝없이 하게끔,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끔 만든다. (42-43쪽)

우리는, 우리의 경제 영역이나 우리의 인간관계나 우리 삶의 어떤 영역세서나, 바쁨과 탐욕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함이 우리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거부한다. 우리 삶의 본질은 상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73쪽)

생산과 소비가 정의하는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수행하는 생산과 소비에 큰 차등이 있으며, 따라서 가치와 중요도에도 큰 차등이 있다. 이런 사회 시스템에서는 모든 이가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잘 수행하라고-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라고 -강요당한다. (87쪽)

안식일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공동체의 구성원임을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표지요. 모세가 열거한 율법을 넘어서는 관대한 편입 행위이며, 하나님 소유인 이스라엘이 누리는 생명이 이전에는 제외당했으나 이제는 환영받는 이들에게도 부어지게 만드는 행위다. 외부인을 받아들이는 당사자가 그들을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 가운데 안식일을 골랐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외부인을 받아들일 공동체 구성원들은 안식일을 구성원이 되려는 자들이 갖추어야 할 유일한 특별 조건으로 만들었다. (112쪽)

나아가 우리는 솔로몬이야말로 언약과 관련된 모든 것을 무시한 이스라엘에 널리 퍼져 있던 상품지상주의와 쉼이 없음을 상징하는 화신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 (124쪽)

이스라엘이 안식일을 지키면서도 그와 동시에 많은 일을 함께한다는 것이다. 야훼를 예배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은 가나안 족속들이 섬기는 생식의 신이요. 언약에 따른 의무나 언약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신인 바알을 신뢰하고 영화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스사엘이 이렇게 두 마음을 품는 바람에 안식일은 거짓 안식일이 되어 버렸으며, 실제로 언약에 맞서는 실존과 함께 나타나는 끝없는 불안때문에 진정한 노동 중단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거짓 안식일은 아무럼 쉼도 제공하지 못하고, 하나님과 이웃에게서 철저히 멀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128-129쪽)

하나님과 재물을 동시에 섬기기는 불가능하다. 안식일을 지키면서 동시에 사업 계획을 세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하나님과 깊은 사랑을 나눈다는 사람이 내내 시계만 들여다본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예수를 찬송한다는 자가 가난한 이들을 잡아먹는다는 것도 말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동시다중 작업을 하면서 여기저기에 마음이 팔려 있다는 것은 진정 일을 그치고 쉬지 않는다는 말이요. 성공하려고 미친 듯이 날뛰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136쪽)

안식일의 쉼은 탐욕스러운 획득 행위를 그만둠으로써, 여러 사회관계를 무너뜨리고 왜곡하는 쉼이 없음에서부터 이웃이 살아갈 공간과 그의 재산을 보호해 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43쪽)

힘 있는 자들이 약자의 것을 원하고 빼앗는 행위는 모든 이에게 살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제공해 주신 창조주가 그어 놓으신 "경계선"을 넘어가는 행동이다. (153쪽)

첫째 계명이 거부하는 우상 숭배와 열째 계명이 거부하는 탐심을 동일시하는 것은 거의 우연이자, 사람들이 미처 주목하지 못한 것이다. 우상 숭배와 탐심이라는 두 가지를 동일시한 이유는 이 둘 모두가 실체를 살 수 있는 상품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우상 숭배는 물건,특히 금과 은을 부어 만든 물건들을 예배하는(높이 여기는) 것이다. (중략) 십계명의 마지막 계명이 말하는 탐심은 이웃을 희생시켜 가며 재물을 얻으려 하는 것이다. 안식일은 두 가지를 모두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즉, 상품을 예배하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요. 상품을 추구하는 행위를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안식일은 그저 거부에 그치지 않는다. 안식일은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이웃이 사랑을 나누는 공동체라는 실체를 꾸준히, 훈련받은 대로, 눈으로 볼 수 있게, 구체적으로 긍정하는 것이다. (167-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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