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글을 쓰고 싶은 바람의 노래를 듣고 쓴, 첫 작품을 읽으며 나에게 들리는 바람의 노래를 듣고 있다. 지금 마음에 부는 바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성과 감성의 저울에서 지금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나아가려 한다. 다시 오지 않는 이 시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여전히 이성의 무게가 더 많이 나아가 자꾸만 제동을 걸고 있다. 바람은 불어와 자꾸만 속삭이는데 지금의 상태에 그냥 머물러 있기를 종용하고 있다. 사서자격증, 권학사 봉사, 영어학원 등록, 피아노 다시 배우기, 사람들과의 만남 등등... 하고 싶은일들은 이성적인 것이 많은 데 왜 자꾸만 제어를 당하는지. 아무 것도 안해도 괜찮아, 금방 피곤해하고 싫증도 잘내고, 무슨 네가 봉사냐. 그걸 배워서 무얼하려고. 시간과 돈에 비해 결과는 형편 없을지도 등등 속삭이고 있다. 이도 저도 못할 때는 두문불출이 된다. 지극히 수동적인 태도를 으랏차차하고 용기 내 떨쳐 내어서는 도저히 상상도 못한 엉뚱한 일을 시도하고 있다. 되풀이 되는 태도에 화가 날 때도 있고, 한편으론 그런 기회를 만들어준 감정의 돌풍에 감사하기도 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옛날에 불어왔으면 좋았을 바람의 노래를 지금 듣기도 한다. 지금 들리는 바람의 노래를 같이 불러 볼까 싶기도 하다. 어쩌면 다르게 해석한 노래를 지금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듣고 싶어도 어쩌지 못하는, 듣고는 있지만 어쩔 수 없는 무력감, 절망, 상실이 들어 있다. 그래도 우린 노래를 들은대로 하려고 한다. 결과야 어찌 되었든. 어느 순간 마음으로 불어오는 바람, 무지 좋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은 날들이다. 움직여야 하는데... 바람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데, 그건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 말장난 같지만 바람(wind)과 바람(want)... 둘다... 후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뭐가 어찌 되었든 나는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상대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든, 일본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늘 그 상대의 마음을(혹은 신체를)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8-9쪽)

내게 문장을 쓴다는 것은 아주 힘겨운 작업이다. 한 달 걸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니와 사흘 밤낮을 열심히 써도 결국 그 글이 모두 헛수고가 되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쓰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살아가는 어려움에 비하면 문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17쪽)

"있지, 이거 하나만은 잘 기억해둬. 난 물론 술을 너무 마셨고 취하기도 했어. 그래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건 다 내 책임이야." (50쪽)

"하지만 우리 집이 훨씬 더 가난할걸." "어떻게 알지?" "냄새. 부자가 냄새로 부자를 식별하는 것처럼, 가난한 인간 역시 가난한 인간을 냄새로 알 수 있는 법이라고." (88쪽)

"때로는 말이지, 아무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 가능할 것 같니?" (102쪽)

그렇지만 그 무덤은 지나치게 컸어. 거대함이란 때로 사물의 본질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고 말아. 실제로 말이지, 그 무덤은 전혀 무덤처럼 보이지 않았어. 거의 산 같더라구. (130쪽)

모두들 다 마찬가지야. 무엇이든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떨고 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영원히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모두 다 똑같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그렇다는 것은 깨달은 인간이 다소나마 강해지자고 노력해야 되지. 그런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족해. 이 세상 어디에도 강한 인간은 없어.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지. (132-133쪽)

거짓말을 하는 것은 몹시 언짢은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 인간 사회에 만연해 있는 두 가지 거대한 죄라고 해도 좋다. 실제로 우리는 곧잘 거짓말을 하고, 심심하면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일년 내내 조잘거리고 그것도 진실밖에 말하지 않는다면, 진실의 가치 따위는 없어지고 말지도 모른다. (144쪽)

모든 것은 지나쳐 간다. 아무도 그것을 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16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에 아주 촘촘한 채를 가진 그녀의 글은 나의 어릴 때를 떠올리게 했다... 채에 걸린 자잘한 알갱이들은 그녀를 한없이 괴롭혔다. 그녀가 성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글에도 나이가 있는 거 같다... 생활의 전체 얼개는 모양을 달리 하지만 반복하여 나타나는 거 같다. 그때 해결하지 못한 일은 여전한 괴로움으로 남아있고, 불쑥하고 올라오는 감정들도 힘에 부친다. 억제하고 아닌척 하는 게,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 형태로 나타나고, 맘과 몸이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지금 나에게도 생각없이 '느끼기(97쪽)'와 '반추하지 않기(163쪽)'가 필요하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행복이 아니라도 괜찮아 - 서른의 한가운데 down to earth
시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사람이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증거인가. 이해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틀에서 바라보는 것이므로 때로는 오해가 되는 것이니, 어쩌면 이해는 오해의 전부에 지나지 않다는 인식과 더불어, 서로에게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알아봐주길 기대하는 무모함까지 지금과 다르지 않잖아! 이런, 조금, 절망스럽구나. (76쪽)

선택하지 않은 것보다 스스로 선택한 것이 나를 더욱 잘 설명해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84쪽)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사람을 바라보는 건 하지 말라 했다. 생각이 끼어들기 쉽단다. 그래서 사물이나 풍경을 바라보았다.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창밖을 보면서 저기 나무가 있네, 구름이 있네, 하지 말고 그냥 그 나무와 구름을 느껴야 했다. 다시 선생님이 가르쳐 준 방법에 따라 사물을 바라볼 때에는 그저 그 사물의 윤곽을 따라 시선을 옮겨 보았다. 생각은 배제하고, 끼어드는 생각은 잘라내고......, 수없이 많은 실패 후에, 마침내 생각 없이 바라보기에 성공했다. 그래서 느꼈던 느낌은 무엇이냐구? 말할 수 없지. 그때의 느낌을 말로 표현할라치면 그게 생각이 되어버리니 말 없이 그저 느낌을 가진 게 다였다. 그때의 느끼기란 `생각 없이 바라보기`이면 충분했던 거였다. (100쪽)

"내 인생에 나타나주어 고마워요."
이보다 더 귀한 말이 있을까. 본디 무척 아껴서 내놓아야 할 말일텐데. 그 말을 내가 듣게 되다니. (104쪽)

어느 저녁에 문득 보았네. 지나간 시간 뒤에 남겨진 발자국들을 선명하게 남아 있었는데 뒤돌아 본 적이, 내려다 본 적이 없었네. (123쪽)

그러나 떠나간 여행지 그곳에서도 역시 `생활`이라는 것이 있었고, 여행을 위해 만나고 함께 지내는 이들 사이에서도 관계의 굴레는 존재했기에 결국 `도망치려 했던 것에서 한 걸음도 가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134-135쪽)

선택을 위한 기준은 다른 게 아니었다. `무엇이 더 즐거운가.`였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저당잡히지 않을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었다. (135쪽)

걷던 길을 되돌려 다른 길로 간다는 것만으로는 삶을 바꿀 수는 없다. 외적인 상황이 삶을 바꾸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달라져야 삶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가 앞으로 더 만족스럽게 살게 된다면 그건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달라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143쪽)

다른 이의 욕구와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의 촉수는 결국 내 욕구, 감정을 억누르게 하니까. 그것은 상대 앞에 선 나를 작고 약하게 만드는 것이므로, 어쩌면 나는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자존심으로 그런 우쭐하는 마음을 키웠을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좋은 선택은 아니다. 부끄러운 고백이다. (196쪽)

널 사랑한다는 게 결국 너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는 거였구나, 라고 깨닫는다. 어떻게? 그 사람의 단점이 자꾸 보이기 시작하니까. 그 사람은 처음 봤을 때부터 그때 그 시간까지 같은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있었을 텐데. (209-21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서관 가고 싶은 날, 아뿔사 휴관이다. 돌아 돌아 들어와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신경림이 소리내어 읽고 싶은 시를 가만히 조용히 읽었다. 최영미와 김용택 시는 소리 내어 몇번을 읽었다. 이미 지나간 사랑을 생각하는 시였다. 계속 읽어 온 정여울의 글들과 연결되었다.

  

이성복의 시, [편지]에서 가져온 ‘잘 있지 말아요’를 가을방학의 노래와 정여울의 글로 읽었다. 다시는 되찾을 수 없는 게, 모든 것의 ‘첫’에 해당되는 운명이다. 가끔은 나의 첫에 해당되는 모든 게 잘 있지 말았으면 조금 삐딱하게 있었으면 한다. 이렇게 찬바람 불면 같이 떨었으면 했다. 그러다 그러면 안돼와 그럴 수 없어로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라는 가을방학 노래로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했다.

정여울의 글은 삼백페이지 넘게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있다. 그 작은 글은 우리 가슴 속 알알이 깊이 박혀 있다.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 기억되는 일은 특별났기 때문이리라.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다. 현재에서는 도저히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사랑이기에. 그렇기 때문에, 그리하였기에, 그는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겠다로 위로받고 삭였다. 그러나 어찌됐든 그 당시에 그와 나에게서 사랑이 최우선이라면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않았을까. 서로가 반하는 순간과 사랑의 유통기한도 생각났다.

- 사랑하기에 붙잡을 수 없고, 보낼 수 없기에 차라리 놓아버리는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14쪽) : 그 당시에는 이조차 모르고 놓았다. 지금 돌아보니 이런 마음이었다. 그의 뒷모습을 보아서 그랬을 거다.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해서 그래. 그리고 같이 자려고 안달하지 않는 사람이 필요하거든. 그럴 수 있다 해도 말이야.(58쪽) : 살다보니 이런 남자가 있었으면 바란다. 그러나 같이 자려고 안달하지 않는 사람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 줄까. 꼭 남자여야 할까. 사랑 이야기는 성별이 다른 사람이 들어주면 더 위로가 될 듯해서, 그게 이유다.

-나 자신에게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듯,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내가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욕망의 심연이 있다는 것을.(112쪽) : 사랑한다면 폭풍의 언덕의 히드클리프처럼을 한때 생각했다. 오직 나만 바라봐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나의 부분까지 그가 이해해 주길 바랐던 그 때는 사랑하는 게 서로를 아프게 하는 방법만 찾는 꼴이었다. 어리석었다.

-진실은 분석이 아니라 진심 어린 믿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사랑은 흠 없는 완벽이 아니라 흠조차 기꺼이 끌어안는 너른 마음으로 완성된다는 것을.(194쪽) :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너른 마음으로 끌어안아 주기만 했어도 되었을 것을. 그냥 믿어 주면 되었을 것을. 어쩌면 나도 너가 사랑의 크기를 묻기보다 따스한 눈빛으로 안아주기를 바랐을 수도.

-배신은 아프다. 실연도 아프다. 증오도 아프다. 하지만 망각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선 끔찍한 고통이다. 우리가 사랑하고 미워하고 웃고 울던 그 모든 기억을 살뜰히 지워버린다는 것. 그것은 단지 사랑을 부정하는 것을 넘어, 삶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고, ‘우리’라는 관계가 만들어왔던 모든 인연의 네트워크를 삭제하는 천형이다.(259쪽) : 잊으면 안돼. 잊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때의 변명도 어설픔도 아픔도 슬픔도 같이 나눌 수 있으니까. 사랑했다면 잊을 수 없을 거다. 그래서 관계에서 누군가에게 잊혀 진다는 게 가장 끔찍한 일이다. 만약 서로의 사랑을 기억하고 있는데, 누군가 불행한 상태라면 그리고 현재에서 만났다면 어떻게 될까. 아님, 행복한 상태라면 어떨까. 기억의 수준이 달라질까. 모를 일이다. 행복보다는 불행한 상황이 그 기억들을 더 생생히 떠오르게 할 거 같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