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열림원 / 1996년 11월
평점 :
절판


뭐가 어찌 되었든 나는 실제로 사람을 움직이는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상대가 여자이든 남자이든, 노인이든 젊은이든, 일본 사람이든 한국 사람이든, 그런 것에 관계없이 늘 그 상대의 마음을(혹은 신체를) 조금이나마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8-9쪽)

내게 문장을 쓴다는 것은 아주 힘겨운 작업이다. 한 달 걸려 한 줄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거니와 사흘 밤낮을 열심히 써도 결국 그 글이 모두 헛수고가 되는 일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을 쓰는 것은 즐거운 작업이다. 살아가는 어려움에 비하면 문장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17쪽)

"있지, 이거 하나만은 잘 기억해둬. 난 물론 술을 너무 마셨고 취하기도 했어. 그래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다면, 그건 다 내 책임이야." (50쪽)

"하지만 우리 집이 훨씬 더 가난할걸." "어떻게 알지?" "냄새. 부자가 냄새로 부자를 식별하는 것처럼, 가난한 인간 역시 가난한 인간을 냄새로 알 수 있는 법이라고." (88쪽)

"때로는 말이지, 아무한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생각을 해. 가능할 것 같니?" (102쪽)

그렇지만 그 무덤은 지나치게 컸어. 거대함이란 때로 사물의 본질을 전혀 다른 것으로 바꿔버리고 말아. 실제로 말이지, 그 무덤은 전혀 무덤처럼 보이지 않았어. 거의 산 같더라구. (130쪽)

모두들 다 마찬가지야. 무엇이든 갖고 있는 사람은 언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고 떨고 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은 영원히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고 모두 다 똑같아.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빨리 그렇다는 것은 깨달은 인간이 다소나마 강해지자고 노력해야 되지. 그런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족해. 이 세상 어디에도 강한 인간은 없어. 강한 척할 수 있는 인간이 있을 뿐이지. (132-133쪽)

거짓말을 하는 것은 몹시 언짢은 일이다. 거짓말과 침묵은 현대 인간 사회에 만연해 있는 두 가지 거대한 죄라고 해도 좋다. 실제로 우리는 곧잘 거짓말을 하고, 심심하면 입을 다물어 버린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일년 내내 조잘거리고 그것도 진실밖에 말하지 않는다면, 진실의 가치 따위는 없어지고 말지도 모른다. (144쪽)

모든 것은 지나쳐 간다. 아무도 그것을 잡을 수는 없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1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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