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펙의 글은 명확하다. 사후세계가 어찌 되었든 난 현재의 삶이 축복되고 천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장애를 무의식으로 탓하는 게 아니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부하는 의식때문이라고, 즉 분명하고 명확한 답을 직면하고 싶어하지 않는 생각의 장애라는 데 동의한다. 생각을 하지 않는 인간이 문제다. 잊지말고 기억하고 다시 곰곰히 생각하는 게 필요하다. 세월호사건도 그렇다. 

 

"인간의 의미있는 접촉 없이 자란 아이는, 반드시 죽거나 정신이상이 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p22)"

"'탈진'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 정신과 의사들은 이 말을 자주 썼다. 우리는 열심히 일해서라기보다는, 환자들이 집착하고 스스로 꽉 막힌 생각에 빠져서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을 지켜보느라 탈진했다.(p84)"

"물건에 대한 애착은 물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즐겼다는 증거였어요. 기억해요? 내가 집안의 가구를 종종 이리저리 옮겼던 거?(p186)" 

"왜 거기가 더 편안할까? 잠시 생각한다. '나'의 것이라는 관념 때문이다.(p200)"

"나는 나 자신의 거짓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거짓에서도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p244)"

"사탄은 당신이 앞으로 하려는 일을 못하게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고 나타난 겁니다.(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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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처럼 -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박사의
M. 스캇 펙 지음, 신우인 옮김 / 포이에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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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그랬다. 그 빛은 마치 영상기처럼 내 지난 과거를 보여주었다. 내가 까맣게 잊고 있던 과거까지도 낱낱이 저지르고 후회했던 죄, 오히려 은밀히 즐겼던 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 영상은 내가 지은 죄에 초점 맞춘 것은 아니었다.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저지른 크고 작은 무자비를 부각해 보여주었다. 우리 딸이 귀를 뚫겠다고 했을 때 내가 얼마나 무자비하게 거부했는지. 그래, 그때 나는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고려하지 않고 위험성을 침소봉대하며 허락하지 않았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행했던 꽤 괜찮은 행동들도 보여주었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간호사들에게 별 생각없이 던진 위로의 말 같은 것들이다. 그것을 보면서 엄청난 역설을 느꼈다. 생각없이 냉혹하게 행동하는 나 자신에 대해 몸서리를 치면서도, 이 빛이 여전히 나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다. 내 모든 죄와 허물에도 불구하고 이 빛은 여전히 나를 존중하고 있다.-13쪽

젊을 때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못했다. 인생의 절반이 지나서야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르며 또 사람들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를, 또 그런 차이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를 받아 들일 수 있었다. -32쪽

그때 신경증의 근원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살면서 받은 한 가지 마음의 상처로 인해 신경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스테파니처럼 그 마음의 상처가 일상적으로 반복되어, 그 상처를 아픈 것으로 느끼지 못하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이런 종류의 상처를 계속 받는 경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진다. 건강한 것은 병든 것이 되고, 비정상적인 것이 오히려 건전한 것이 되는 것이다. -118쪽

지적 욕구를 줄이라는 티미의 충고는 옳다. 그것이 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내 존재의 심연에는 언제나, 세상은 안전한 장소가 아니며, 내가 그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으면 언제 위험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나에게 두려움을 주신 것도 은혜요. 그 두려움에서 놓여나게 해주신 것도 하나님의 은혜다. 이제 내게 필요한 것은, 나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믿는 순수한 믿음이다. -173-173쪽

"근신하라." 근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에 대해 근신하라는 것일까?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근신을 위해 기도했다. 근신하기 위한 기도라.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것을 신경쓰고 생각했는데.....아, 하나님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내가 기도할 분, 하나님께 신중해야 한다. 다음에는 무엇에 신중해야 할까? 그래, 사람이다.....하나님을 생각하는 것과 하나님의 피조세계를 생각하는 것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묵상 중에 뭔가 빠진 것 같다. 창조와 진화, 이 모든 것들은 하나님과 결코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뭐가 빠졌을까? 그렇지! 진리를 빠뜨렸구나. 하나님의 은혜로 진리를 기억하고 감사드렸다. 진리가 무엇인지 언제나 모호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나 자신에게서 거짓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그 거짓을 미워했다. 그러나 내 안에는 언제나 거짓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늘 조심하고, 근신해야 한다. -22-227쪽

"하나님은 사탄을 추방하지 않으셨습니다. 스스로 나간 것입니다. 사탄은 그렇게 행동합니다. 올바른 마음을 가진 사람은 당신을 유혹하지 않겠지만, 사탄은 계속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영혼들은 사탄에게 틈을 주지 않을 겁니다."-285쪽

나는 하나님이 우리 모두와 관계를 맺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는 모두 하나님과 관계를 맺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관계에 무관심하거나 그 관계로부터 도망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316쪽

이전의 견해, 즉 프로이트를 따르는 견해는, 무의식은 온갖 종류의 나쁜 감정들과 화를 불러일으키는 생각들, 성적 생각들 등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곳에서 정신의학적. 심리적 질환이 비롯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진짜 질문은 왜 그런 명백한 것들이 의식이 있는 정신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있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그 답은, 분명한 진리들을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은 바로 의식이 있는 정신이며, 그거싱 이런 것들을 무의식 속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그저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 즉 거부하는 의식에 있습니다. 나는 수년 동안 그렇게 믿었고 다시 생물학적 측면을 배제하고 있지만, 심리적 장애들은 모두 생각의 장애라고 생각합니다.-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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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보냈다. 실종자에서 사망자로 바뀌는 아이들의 목숨에서 어른들의 잘못이 하나둘씩 쏟아져 나왔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희망의 끈을 붙잡고 아이들을 기다렸다. 시(詩)가 태어나는 순간처럼 고통스러웠다. 시를 읽는 것도 고통스럽다. 불편한 건 건너뛰고, 눈도 감고, 살살 읽었다. 사라져가는 말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시(詩)처럼 아이들을 기다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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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귓속말 - 문학동네시인선 기념 자선 시집 문학동네 시인선 50
최승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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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쏟아져나오던 시절과, 말이 사라지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시절 간의 거리가 너무 멀어 되돌아갈 수 없었다. 두려웠고, 두렵기 때문에 비굴하게 늙고 싶지도 쓰고 싶지도 않았지만, 때론 이 쓰기라는 직업은 하염없이 부질없어 나의 일상조차도 나락으로 떨어져버리게 했다. 부질없는 쓰기의 나날들이 이어질수록 나의 쓰기에는 단정(斷定)의 단어들이 많아진다. 단정의 단어들은 방어기제다. 나의 쓰기는 나를 무엇으로부터 보호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김안 [내 쓰기의 운명]에서-58쪽

스스로의 힘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을 때, 우주선은 스윙바이(swingby)라는 우주 비행법을 이용한다고 한다. 스윙바위는 가고자 하는 행성이나 다른 행성의 중력을 이용한 우주 비행법이다. 이것은 갈릴레오호가 목성을 탐험할 때 실제로 사용한 비행법이기도 하다. 나는 최근 [스윙 스윙 그리고 스윙]이라는 시를 쓰며 갈릴레오호의 스윙바이와, 그만큼 느려진 행성의 속도에 대해 생각했다. 삶이나 시 모두, 스윙바이를 이용해 비행하는 우주선처럼 스스로의 힘으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갈릴레오호가 금성과 지구의 중력을 이용하여 목적지인 목성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삶과 시 역시 그런 악전고투의 연속일 것이다. -조동범 [스윙 스윙 그리고 스윙]에서-64쪽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 윤진화 [안부]에서 -74쪽

아침 꽃을 저녁에 주울 수 있을까

왜 향기는 한순간 절정인지
아침에 떨어진 꽃잎을 저녁에 함께 줍는 일
그러나 우리는 같은 시가에 머물지 않고

- 이은규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에서-98쪽

희망이나 절망 없이, 다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얼마간 정신의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 - 이현승 [한 조각의 시를 위하여]에서-121쪽

눈이 아무리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해도 머리로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으니 '글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와의 관계도 그런 것이다. 차근차근 진행해야 할 순서를 항상 뒤엎는 것이 나의 선입견과 가정과 섣부른 판단이었다. 그것은 사고의 비만이 되어 순수한 시력을 가로막고 항상 잘못 보기, 엉터리 보기를 하고 마는 것이다. 상황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결국 내가 가진 생각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잘못 보기가 늘 잘못일까? 때로 그것은 결과가 썩 나쁘지 않을 때가 있으니
- 조말선 [기억의 비만]에서-140쪽

쓴다는 것은 '영원한 귓속말'이다. 없는 귀에 대고 귀가 뭉그러질 때가지 손목의 리듬으로 속삭이는 일이다. 완성은 없다. 가장 마음에 드는 높이까지 시와 함께 오르다, 아래로 떨어뜨리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 박살은 갱생을 불러온다.
- 박연준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에서-144쪽

'매년'이란 말을 입에 달고 다니게 되면서, 기대하는 바도 많이 줄어 들었다. 거의 대부분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 벌어졌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을 때조차 크게 놀라지 않았다. 나는 예민해지면서 동시에 둔감해지는 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묵묵히 하는 일들이 있다.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순간순간 찾아드는 슬픔을 가만히 끌어안는 일. 슬픔은 매일매일 반복되는 감정. 이럴 때일수록 저 슬픔에 맞서는 지속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열심히 밥을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앉아서 글을 쓰지만, 글을 쓰는 일은실은 온몸을 쓰는 일이다.
- 오은 [내년이 모여 매년이]에서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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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체가 우울하고 무겁다. 휩쓸려 갈 거 같다. 불편하고 불안하게 한 사람은 없는지, 관계맺고 있는 이들과 소통되고 있는지, 나름 손내밀어 본다. 변방이 공간이 아니라, 마음과 의식의 의미라는 점으로 변방성을 생각해 본다. 지금 여기서, 사람을 바라보며 사람을 위하여 노력하는 일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야 무거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다.   

"당자의 인간적 애환이 제거된 대의만으로 과연 인간적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그리고 모든 교육은 인간 교육이어야 하지 않을까." ...... "나는 아픔이 없는 기쁨과 기쁨이 없는 아픔은 진실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거나 어떤 우연한 여행지라 하더라고 항상 그것이 담고 있는 빛과 그림자. 애(哀)와 환(歡)을 편견(篇見)하는 시각을 늘 불편해했다." ......"추억이란 세월과 함께 멀어져 가는 강물이 아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숱한 사연을 계기로 다시 되살아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거듭할수록 우연이 인연으로 바뀐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변방 의식은 세계와 주체에 대한 통찰이며, 그렇기 때문에 변방 의식은 우리가 갇혀 있는 틀을 깨뜨리는 탈문맥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 그 자체이다. 변방성 없이는 성찰이 불가능하다."..... "변화와 소통이 곧 생명의 모습이다."(p16~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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