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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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극은 늘 그것을 당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덮이는 거요?" (53쪽)

그들 모두 랍비와 함께 하느님의 전능함을 찬양하는 애도자의 기도를 낭송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모든 것이 죽음에 파괴당하도록 놓아두는 바로 그 하느님을 화려하게, 아낌없이 찬양했다. (80쪽)

"자네는 양심이 있는 사람이고 양심은 귀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네가 자네의 책임 영역을 넘어선 것에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건 귀한 게 아니게 되네." (109쪽)

"두려움이 덜할수록 좋아.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 두려움은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 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 일이야." (110쪽)

그러나 이제 그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이 달리 될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 때문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느님이 아니었다면, 하느님의 본성이 달랐다면, 상황도 달랐을 것이다. (129쪽)

사람들이 공포 때문에 내뱉는 정신 나간 소리들 때문에 분위기가 아주 나빠. 공포 때문에 내뱉고 증오 때문에 내뱉는 소리 때문에 말이야. (195쪽)

"하지만 네가 그대로 있었다 한들 뭘 할 수 있었겠어?"
"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거기 있는 게 중요한 거야! 지금도 거기 있어야 돼." (199쪽)

사람의 운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누구의 인생이든 우연이며, 수태부터 시작하여 우연-예기치 않은 것의 압제-이 전부다. 나는 캔터 선생님이 자신이 하느님이라 부르던 존재를 비난했을 때 그가 정말로 비난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우연이라고 생각한다. (243쪽)

"네가 폴리오에 걸렸건 아니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너라는 걸 정말 믿지 못하겠어? 우리 둘 다에게 최악의 결과는 네가 나에게서 너 자신을 빼앗아가는 거라는 사실을 이해 못하겠어? 나는 너를 잃는 걸 견딜 수가 없어. 너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거야?" (262쪽)

한 여름에 걸쳐 벌어진 사회적 비극을 겪었지만 그것이 평생에 걸친 개인적 비극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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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에 대한 양적인 부분이 아닌 질적인 면에서, 나를 깨우쳐 준 책을 떠올려 봤다. 시간과 상황에 따라 울림이 달랐을 거 같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괜찮은 고전이라 하는 책 중에 나와 너가 손뼉을 치며 동의하는 게 없을 수 있다고 위로 받았다. 저자를 견디게 해 준 책과 나에게 힘을 준 책은 많이 엇갈렸다. '고전'의 개념부터 달리보게 되고, 표피적이고 단편적이지 않는 사고, 깊이와 넓이를 달리하며 하는 생각과 타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하도록 하여 인간으로 거듭나게 해 주는 책이 고전이지 않을까...지금의 편안과 편리에 주저 앉고 싶은 마음을 다시 추스리게 하여 주변에 앉지 못한 사람들과 앉을 수 없는 사람들을 보게 만드는 것과 끊임없는 이유를 붙여 다시 생각하고 거르고 하는 작업을 하게 하는 것이 고전이라 생각한다. 아니, 책을 읽는 이유라고 본다. 수많은 읽기를 통해서만이 단단해지는 마음과 단순해지는 머리의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사람답게 살아가도록 하는 장치가 책읽기다. 그 와중에 빛나는 고전들이 개인의 서고에 분명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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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 속 고전 - 나를 견디게 해준 책들
서경식 지음, 한승동 옮김 / 나무연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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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무리가 등장했다. 단지 사고를 정지하고 있는 차원이 아니라,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디로 가곳 싶은지 등의 더 근원적인 욕망까지도 지배당하는 데 길들여진 사람들 무리다. (8쪽)

이처럼 인간의 자율성은 심하게 파괴됐다. 인간이 단편화된 것이다. 인간의 단편화는 상대를 그 속성으로만 단정하고(차별), 국가에 무비판적으로 동일화돼 타자를 일률적으로 적대시(전쟁)하는 데에 기여한다. (9쪽)

사람들은 희생자를 기억하지 않는다. 과거에서 배우지 않는다. 무서운 속도로 모든 것이 천박해지고 있다. 루쉰 따위는 읽지 않으며, 설령 읽는다 해도 그 부름의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51쪽)

내가 일상에서 접하는 일본의 젊은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선량하고 가련하지만 이런 사회, 정치 현상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다. 아니 그렇다기보다 어릴 때부터 관심 회로를 차단당한 채 성장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도 희생자이지만, 만일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또다시 그들이 타자를 해치게 된다. 그런 일이 가까운 장래에 현실화할지 모르는데도 본인들은 그 위기를 느끼지 못한다. 두려움도 탄식도 분노도 모르는 사람들이 어떻게 `평화`를 지킬 수 있겠는가. 이렇게 해서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이리라. (53쪽)

죽어가는 본인이 죽음의 주도권을 박탈당하고, 죽음을 둘러싼 `격정`은 병원에서도 사회에서도 피해야만 하는 게 돼버린 것이다. 이런 `죽음의 금기시`는 20세기 초 무렵 미국에서 시작됐는데, 그것은 `슬픔이나 탄식의 모든 원인을 피하고, 비탄의 밑바닥에서도 늘 행복한 듯한 모양새를 해서 집단의 행복에 공헌한다는 윤리적 의미와 사회적 강제`에 그 원인이 있다고 아리에스는 말한다. (129쪽)

"전쟁을 반대하는 것은 과학자로서의 인식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치 문제다. 폭격으로 매일 아이들이 죽어가는 건 용인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은 논의의 결론이 아니라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141쪽)

"기독교도들이 그 야만인(인디오)들을 복종시켜 지배하는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 "자연법에 따르면, 이성이 결여된 사람들은 그들보다도 인간적이고 사리 분별력을 갖춘 뛰어난 사람들에게 복종해야 한다." "인간 중에는 그 자연본성에 의해 주인인 자와 노예인 자가 있다. 저 야만인들은 죽음의 위험에 처할지라도 정복당함으로써 매우 큰 진보를 이룰 수 있다." `인간적``이성``사리 분별``진보`라는 말들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비위가 상할 정도로 전형적인 식민주의 레토릭(수사)이다. 하지만 식민주의의 포악성은 그 뒤 500년간이나 이어졌고 지금도 우리는 이런 레토릭의 변주곡을 계속 듣고 있다. (183-184쪽)

고전이란 어떤 시대에든 작품이 지닌 여러 겹이 만드는 두꺼운 두께 중 하나의 겹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만약 고전이 우리 시대에 어떤 울림도 주지 못하고 있다면, 그 많은 겹 중에서 우리가 아무것도 끄집어내지 못한 걸 수 있고요. 즉 고전을 읽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해봐야겠지요. (223쪽)

학계에서는 `나`를 소거하는 게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듯합니다. 일본도 그렇고, 영어권 나라에서는 특히 심하고요. 주어가 없이 `A는 B다`라는 명제가 있을 때, 생략된 주어는 절대정신일지 신일지 모르지만 그 어떤 소양적인 인격일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명제에 의문을 제기하려면 내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각도와 시점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언급해야만 합니다. 명제에 생략된 주어,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존재와 위치를 되묻고 따지는 작업이 필요하지요. (225-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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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하면 떠오르는 '열등감'이 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이미 열등하게 태어나, 용기와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부단하게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으면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내용이다. 누구에게 시킴을 당하는 부분이 나의 어려운 부분이다. 심리적으로 깊이 들어가 보면 어릴 때 양육자와 관계가 있다. 큰 울타리 안에서 자율적으로 자랐고, 스스로 결정하는 부분이 익숙한 나에게 누군가의 충고는 듣기가 아주 불편하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힘들고 싫었다. 프로이트의 과거보다는 현재 미래로 나아가는 부분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이다. 불안, 갈등, 우유부단, 핑계 모두 관계가 있다. 사는 내내 움츠려 들지 말고 용기를 갖고 선택의 자판기 버튼을 누룰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훈련시키는 부분도 힘이 된다. 현재, 지금의 시간을 미루지 말고 맞서서 나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다....그 와중에 탄탄한 길이 내게 오기를 그저 바라기만 하면 안되고 그 부딪힘으로 힘을 얻어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행복은 주관적인 개념이다... 감나무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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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러의 격려 - 열등감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W. 베란 울프 지음, 박광순 옮김 / 생각정거장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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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인간으로서 행복해지려면 수동적 인간처럼 스스로 만족에 겨운 눈으로 우리의 인생을 바라봐서도 안 되고, 또 비즈니스적인 인간의 탐욕스런 눈으로 인생을 바라봐서는 안된다. 인생에 대한 제3의 태도는 `예술가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런 생활 방식의 저변에 깔려 있는 철학은 `거기에 어떤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개인과 그 동료들에 대한 관계는 협력과 양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역사는 동료들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을 가장 잘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ㄷ르의 생애를 조사해 보면, 그들은 공격적이고 이기적인 생활 방식을 택하지 않고 동료들의 복리를 위해 그 비범한 재능을 발휘할 것을 알 수 있다. (24-25쪽)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약간의 지식 이상으로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우리는 대부분 심층의 자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 골프 치는 것을 좋아한다든가, 누군가가 신사인 체하는 것을 보면 화가 난다든다, 파란색 넥타이를 좋아한다든가 하는 것은 알고 있을지 모르지만, 자신의 여러 가지 행동이나 반응에 대한 심리학적으로 타당한 이유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46쪽)

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자동판매기를 조작하는 것과 비슷하다. 동전을 집어넣은 사람은 초콜릿을 손에 넣을 수 있다. 투자에 걸맞은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단한 관계가 열등 콤플렉스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사람들에게는 마치 신비로운 일처럼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는 언젠가 꿈과 같은 `제2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고 청승맞게 기다리면서 자동판매기 앞에 언제까지고 서 있다. 그는 자동판매기를 저주하거나, 혹은 고상한 자신에게 이런 일은 맞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며 말한다. 거울 앞에서 거드름을 피우거나, 분노에 휩싸인 채 이를 갈거나 혹은 욕설을 퍼붓는다. 그러고는 슬픔에 풀이 죽어 버리고 후회와 자책감에 시달린다. 자동판매기 따윈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항의하거나 초콜릿의 질을 비난한다. 혹은 신을 비난하고 여성의 배신, 자기 육체의 허약함, 교육의 부족, 양친의 악의 등을 탓한다. 동전을 넣지 않는 한 초콜릿은 나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92-93쪽)

이상적인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일솜씨, 독립된 사고, 공격적이지 않고 결연하게 노력하는 자세, 부드러운 매너, 배려하는 태도, 감상적이지 않은 이타주의, 동정심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성공에 따르는 하찮은 가치 하나조차 간과하지 않는 확고한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는 행복한 사람이다.(159쪽)

우리는 힘이나 안정, 자존심을 확보하려는 무의식적인 목표에 접근함으로써 열등 콤플렉스를 극복하려고 훈련을 한다. 이 과정에서 경험을 사전에 검토하고 각 구성단위로 분해한 뒤 심리적으로 소화 흡수하는 통각 체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방향을 돌리게 하는 훈련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훈련 과정은 일생 동안 계속된다. (232쪽)

인생을 지연시켜서는 안 된다. 지나치게 조심하며 안전을 기하는 것으로 손에 넣을 수 있는 배당금은 지루함과 독선뿐이다. 한정된 시야를 지닌 채 안락의자에 앉아 심신이 모두 화석처럼 되어버리는 것보다는, 인생에서 모험을 하고 실패를 하는 쪽이 훨씬 더 낫다. `완전한 안정`은 죽은 사람만이 알고 있다.(2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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