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다녀와서 정리 겸 쉬운 글을 읽었다. -지하철, 루브르, 노트르담, 피카소미술관, 오르세, 로뎅미술관, 퐁피두, 뤽상부르공원, 팡테옹이 차례로 들어있다. 가본 곳이 일목요연하게 있어서다.    

파리를 함께 다녀온 소울메이트는 SNS에 순차적으로 파리여행기와 느낀점을 올리며 '아멜리에, 비포선셋, 미드나잇인파리'를 감상하고 목수정 '당신에게, 파리'를 읽자고 했다. 다음에는 절대 삐치지 않는 우리만 가자고 말했다. 돌아와보니 아쉬운 게 많이 남는다고. 

다섯 중 리더라 한 그녀의 감정으로 불편감이 야기 되었지만, 그 정도야 우린 성숙하니까로 애써 눌렸다. 헤어지면서까지 털지 못하고 그제야 한꺼번에 쏟아내서 난감하게 만들었다. - 루브르가서 제대로 감상하지 않는다고 우리에게 핀잔과 몽쥬약국에서 살게 없어 김남주오일 하나 넣고 기다렸는데 살 거 없다는 것도 타박. 퐁네프다리에서 캐리커쳐 그린 일도. 계획이 조금만 틀어져도. 지하철과 기차가 늦게와도 힘들어 하는[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을 혼자 끙끙대기만 하니, 물어도 퉁명스럽고]. 등등. 이걸 어찌할꼬. 색다른 면을 보게 된 그녀의 모습을 가만 지켜보면서 따르기만 했다. 그녀가 그렇게 느꼈고 그렇다 말하니 우리는 반성에 사과까지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거도 많았지만. 그래도 네명은 끝까지 춤추는 그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감싸주고 잘 지내다 왔다. 너무 많은 걸 받아줘서 그랬을까. 많이 넘쳤는데... 똑같은 당신이 될 수는 없으니까. 오는 사람 막지않고 가는 사람 잡지않는...  

여행을 가보면 사람들의 진면목을 낱낱이 알 수 있다. 누군가를 잘 안다고 할 때는, 꼭 여행을 다녀온 후에 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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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블루 - 기억으로 그린 미술관 스케치
김영숙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사진은 늘 `그`때를 기억한다. 그리고 현재 글을 쓰는 나의 가슴을, 앞으로도 영원히 뭉클하게 만들 미래를 고집한다. (25쪽)

주전자의 물이 끓어오르면서도 넘치지 않는, 그 절도 있는 열렬함으로 사랑하라고 시인 김수영이 말했던가? 나는 왜 다른 것들은 다 그렇게 사랑할 줄 아는데 왜 사람하고 사랑할 때만 늘 그 물을 성급하게 넘치게 했을까? 결국 그 흘러넘친 물이 나를 달아오르게 하던 불길마저 꺼트리고 난 뒤에도, 나는 오랫동안 식지 않는 미련의 뜨끈함을 생의 옷자락으로 동동 감아 안곤 했다. (62쪽)

하지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아버지는 머리핀 하나 안 사주신 대신, 내가 마음껏 울고 소리치고 대들 수 있도록 늘 침묵하면서 한 번도 나를 피하지 않고 내 주변을 서성거려 주셨다는 사실을, 내가 마음껏 미워해도 그 증오의 화살이 다른 사람들을, 혹은 세상을 향해 빗나가지 않도록 아버지는 기꺼이 내 유일한 과녁이 되어 주셨다. (93쪽)

쿠르베의 그녀(쿠르베 `세계의 기원`)도 별다를 것 없다. 체모의 풍성함이 누구누구보다 더하다 정도의 차이만 있으려나? 이 비범하면서도 평범한 성기는 늘 쉬쉬하는 대상이 되어왔다. 아마도 책임 못 질 생식에 대한 우려가 이런 유의 이미지를 내내 억압한 탓도 있겠지만, 먹는 일에는 관대하면서도 싸는 일에 대해서는 호들갑을 떠는 우리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이중성 탓도 있다. 덕분에 헤어진 연인들은 늘 `그의 얼굴, 그의 손길, 그의 따뜻한 말투`만 그리워하지, 죽어도 그의 `성기`를 그리워한다고는 고백하지 않는다. (124쪽)

가난이 죄가 아니듯, 날 때부터 유복한 부모를 둔 이들에게도 죄는 없다. 다만 가난을 세습할 수밖에 없도록 내버려두는 사회적 시스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할 누군가가 있어야 하겠지만, 그를 위해 다인의 취향까지 비난할 수는 없다. (148쪽)

"예술이란 게 먹고살기 바쁜 사람들에게 제대로 해준 게 뭐가 있냐?"고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오르세에 한번 가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밀레의 [만종] 앞에서 어떻게든 사진 한 컷을 찍으려고 타인의 시선은 무시한 채 떼를 지어 몰려들어 금지된 플러시를 터트리고야 마는 한국관광객들의 모습을 보라고. 그 한국관광객들이 흘린 돈은 어쩌면 가난한 파리 노숙자들을 위한 근사한 보금자리의 착공기금에 뵅질지도 모른다. 이보다 더한 현실참여가 어디 있을까.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만큼 잘해내느냐이다. 밀레는 잘해냈다. (149쪽)

맞다. 내 말엔 줄곧 끝나고, 끝나고, 시작하고, 시작하고가 난무했다. 하지만 세상일 어떤 것도 그렇게 자로 줄을 긋듯 설명되지 않는다. 어느 시대에나 엄격함과 야들야들함은 병존한다. 다만 어느 하나가 살짝 우세해 보일 뿐이다. 사람 마음도 그렇다. 완강하고 금욕적으로 사는 사람에게도 야수같이 거칠고 폭발적인 감성이란 게 함께 있다. 다만 외부에서 강요하는 눈에 맞추어 자신을 포장하고자 그가 선택한 모습은 완고함쯤이었을 것이다.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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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이나 미뤘던 '소년이 온다'를 읽다.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고통스러웠다. 

Fact is stranger than Fiction.. 양심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 기억할 역사...

 

앞자리 숫자가 3에서 2로 바뀐 날씨에서 깜쪽같이 속은 기분이다. 

1994년을 갱신한 여름날의 더위가 정말 있었던 걸까...

수많은 기록과 사진이 없다면, 모두 믿지 못할 내용이다. 

 

증거가 있어도 모르쇠로 일관한 뻔뻔한 얼굴을 가진 이의 마음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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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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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혼이란 건 가까이 있는 혼들이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만은 혼 힘으로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였어. 이 낯선 덤불숲 아래에서, 썩어가는 수많은 몸들 사이에서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자 나는 무서워졌어. (50쪽)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77쪽)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지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85쪽)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96쪽)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114쪽)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 나 역시 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134쪽)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당신은 자신에게 물은 적 있다. 모든 게 지나갔지 않은가. 당신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백분의 일, 천분의 일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당신 스스로 깨끗이 밀어냈지 않나.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니,라고 묻던 성희 언니의 침착한 목소리를 당신은 기억한다. 무슨 권리로 내 이야길 사람들에게 하는 거야,라고 당신이 이를 악물며 물었을 때였다. 이어 대답하던 성희 언니의 차분한 얼굴을 당신은 지난 십년 동안 용서하지 않았다. (161-162쪽)

타인과, 특히 남자와 접촉하는 일을 견딜 수 없게 됐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짧은 입맞춤, 뺨을 어루만지는 손길, 여름에 팔과 종아리를 내놓아 누군가의 시선이 머무는 일조차 고통스러웠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몸을 증오하게 되었다고. 모든 따뜻함과 지극한 사랑을 스스로 부숴뜨리며 도망쳤다고 증언할 수 있는가? 더 추운 곳, 더 안전한 곳으로. 오직 살아남기 위하여. (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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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우리에게 말로 걸어온 목소리가 바로 '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의 축적'이 현재의 부당함을, 잠자는 존재를 깨우게 된다. 틈틈히 '시'에 대한 우리의 연대한 관심으로 나자신이 변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고 곧 모두 행복해 질 수 있다.  

어려운 말말말, 철학자들의 주장들을 시인들은 이미 온몸으로 미리 알아채고 언어로 표현했다. 몇대의 덕을 쌓아야 시가 나를 찾아 올 수 있을까... 아직도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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