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번역가가 되고 싶어 시험도 쳤었다. 많은 이들의 논문초록에 도움도 주었다. 전공도 무척 다양했었다. 번역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 이유는 '번역의 과정이 일련의 의사결정과정(decision making process)(p55)'이기 때문이다. 사전만 있다고, 그 언어에 유창하다고 될 일이 아니다. 동일한 단어내에 얼마나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지 아무도 모를 일이고,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번역자의 선택능력을 고스란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씩 번역을 하면서 주관적이고 내밀한 작업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처럼 매력적인 일을 어찌 마다할 수 있을까...    

연가를 낸 금요일엔 'Water for Elephant'를 봤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토요일엔 홍천비발디파크에 갔다. 오랫만에 휴식이다. 오락실에 가서 테트리스와 갤러그를 실컷했고, 탁구와 볼링도 쳤다. 곤들라를 타고 매봉산꼭대기를 올라갔고, 두능산을 오르며 가스리가서 커피도 마셨다. 별천지다. 쉐누가서는 우아하게 저녁을 먹었다. 베거백, 한식당, 베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로 식사를 해결했다. 아무도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둘만의 시간을 즐겼다. 밤늦도록 간사이에서 아사히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24시간의 시간을 보내고 왔다. 사람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Love for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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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란 무엇인가 살림지식총서 338
이향 지음 / 살림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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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맥락과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번역자는 항상 주어진 텍스트를 상황 속에 위치시키고 그 속에서 적절한 번역을 찾아내어야 한다. 철학자 리쾨르(Ricoeur)가 말한 것처럼 번역은 단어에서 문장, 맥락, 문화, 세계로 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문화, 맥락, 문장으로 좁혀가는 작업인 것이다. -21쪽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라고 한다. 아무리 훌륭한 번역사가 번역한 글도 다른 번역사에게 보여주면 반드시 수정이나 개선의 여지가 눈에 띄게 된다. 좋은 번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이 이처럼 주관적이고 자의적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번역이란 어쩌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 -42-43쪽

Any old fool can learn a language, but it takes an intelligent person to become a translator.
어느 바보라도 언어는 배울 수 있으나 영리한 사람만이 번역사가 될 수 있다.
위의 문장은 언어능력과 번역능력이 서로 다른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53-54쪽

그런데 사람이 기계보다 번역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능력, 즉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 능력' 때문이다. 전략적 선택 능력은 한마디로 어떠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자체적인 성찰을 통하여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다. 번역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유형은 무한히 다양한다. 아무리 유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기계라 해도 인간이 '입력하지 않은' 새로운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반면 인간은 무한히 다양한 번역 상황 속에서 그만큼이나 다양한 번역 문제에 봉착하여 이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 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번역의 과정은 한마디로 끝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이며 선택의 과정인 것이다. -57쪽

번역학자 슈타이너는 인간이 이토록 많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설명 불가능하며 '비경제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인류의 역사는 항상 가장 생존에 유익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해 왔따. 그런데 인류는 왜 6,500개나 되는 언어를 만들어 내어 그토록 많은 소통의 문제를 겪고, 또 그토록 많은 에너지를 소통에 쏟아 붓고 있는 것일까?-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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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은 생일... 사십대의 마지막 생일이다. 축하와 선물을 받았다. 정작 받고 싶은 선물은 저 멀리있다... 언제 올 지 모르는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물, 그러나 무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 답답함과 기다림이 차오를 때는 최영미의 시가 최고다. '꿈의 페달을 밟고' '서른, 잔치는 끝났다' '돼지들에게'... 도발적이고 마음의 소리가 그대로 들어 있다. 이것 저것 따지지 않는 날(生) 것같다. 그래서 답답한게 갇혀 있을 수 없다. 그대로 뻥하고 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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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지 않은 삶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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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사랑이 어떻게 오는지
나는 잊었다

노동과 휴식을 바느질하듯 촘촘히 이어붙인 24시간을
내게 남겨진 하루하루를 건조한 직설법으로 살며
꿈꾸는 자의 은유를 사치라 여겼다.
고목에 매달린 늙은 매미의 마지막 울음도
생활에 바쁜 귀는 쓸어담지 못했다 여름이 가도록
무심코 눈에 밟힌 신록이 얼마나 청청한지,
눈을 뜨고도 나는 보지 못했다.
유리병 안에서 허망하게 시드는 꽃들을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의식주에 충실한 짐승으로
노래를 잊고 낭만을 지우고
심심한 밤에도 일기를 쓰지 않았다

어느 날 당신이 내 앞에 나타나
비스듬히 쳐다볼 때까지 -16쪽

네 맘에 꼭 드는 집은 없단다.
그냥 정 붙이고 살아야지.

-'내집'중에서-22쪽

Love of My Life?


너무 맑아
낚시꾼도 포기하고 돌아서
아무도 놀지 않는 연못.
깊은 물을 두려워 않던......

그는
나의 열린 문으로 들어온
날쌘 물고기.

노를 젓지 않아도 바람 부는 대로
움직이는 기술을 알던
능숙한 바람개비.

어느 겨울 아침, 황금비늘을 자랑하며
그는 떠났다.

그가 휘젓고 다닌 구석구석이
흉터와 무늬가 되어,

그가 일으킨 물결 밑에
꼼짝 않고 얼어붙어
비가 와도 나는 흐르지 못한다.-34-35쪽

어떤 꿈은 나이를 먹지 않고
봄이 오는 창가에 엉겨붙는다
땅 위에서든 바다에서든
그의 옆에서 달리고픈
나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떤 꿈은 멍청해서
봄이 가고 여름이 와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지

어떤 꿈은 은밀해서
호주머니 밖으로 꺼내지도 못했는데

-'사계절의 꿈'중에서-46쪽

떠나기만 하고 도착하지 않은 삶.
여기에서 저기로,
이 남자에서 저 여자로 옮기며
나도 모르게 빠져나간 젊음.
후회할 시간도 모자라네

-'여기에서 저기로'중에서-48쪽

신호등을 읽었다면,
멈출 때를 알았다면,
나도 당신들의 행렬에 합류했을지도.....

내게 들어왔던, 내가 버렸던 삶의 여러 패들은
멀리서 보니 나름대로 아름다웠다.

-'지루하지 않은 풍경'중에서-70쪽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나쁜 평판'중에서-105쪽

나는 시를 쓴다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혀를 깨무는 아픔 없이
무서운 폭풍을 잠재우려

봄꽃의 향기를 가을에 음미하려
잿더미에서 불씨를 찾으러

저녁놀을 너와 함께 마시기 위해
싱싱한 고기의 피로 더럽혀진 입술을 닦기 위해

젊은날의 지저분한 낙서들을 치우고
깨끗해질 책상서랍을 위해

안전하게 미치기 위해
내 말을 듣지 않는 컴퓨터에 복수하기 위해

치명적인 시간들은 괄호 안에 숨기는 재미에
부끄러움을 감추려, 詩를 저지른다.-112-1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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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그립다. 가만 가만 읽어가다 보면 그때가 생각난다. 아쉽고 안타깝다. 느끼기보다는 외우기에 치중했던 국어책이었다고 이제서야 말할 수 있다. '열다섯! 그 투명한 순수함'으로 불리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던 중학시절, 난 그때 '언니' '오빠' 있는 애들이 부러웠다.

영화 '제인에어' '분노의질주:언리미티드'를 보았다. 순수와 단순함의 극치다. 제인에어는 주인공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언리미티드는 그저 그들의 행동만 따라가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날씨, 회색빛으로 간간히 빗방울까지. 음악을 아주 크게 틀어놓고 자유로를 만끽하며 달렸다. 그런데 올 때는 비가 억수같이 왔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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