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는 거기 없었다
고민정 지음 / 행복한책장 / 2010년 9월
품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겉으로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며 교양 있는 척하지만 문학뿐 아니라 음악, 미술 모든 종류의 예술들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서이 가치를 먼저 따진다. -17쪽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참 외롭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 길을 걸은 이가 없기에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앞서 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없기에 갈림길을 만날 때면 항상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이곳저곳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도 없다. -69쪽

중국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계획한 첫 번째 도전은 샹그릴라香格里拉를 찾아가는 여행이었다. 유토피아처럼 이상향을 뜻하는 샹그릴라. 제임스 힐턴의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천국처럼 묘사되어 있는 샹그릴라 말이다. -125쪽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잊혀지지 않는 사람, 기쁘고 힘들 때 떠오르는 사람,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204쪽

너무나 막막했다. 그리고 두려웠다. 아무에게도 기댈 수 없다는 사실이 날 그토록 힘들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난 한국에서 바쁜 날들을 보내야 할 때면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편안히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어보니 그 말이 얼마나 빈껍데기였는지, 가족과 친구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게 얼마나 큰 언덕이 되는지 알게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든 혼자서 잘할 수 있다고, 혼자 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던 게 얼마나 쓸데없는 자만심이었는지 그저 한숨과 헛웃음만 나왔다. -242쪽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나를 둘러싼 하나의 환경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저 내 안의 나를 믿으면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날 아끼는 누군가가, 단 한 사람이라도 내 손을 잡아준다면 그 손길을 믿고 따라가면 된다. -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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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가 들려주는 48개의 이야기를 통해 나와 너와 우리를 드려다 본다. 간간히 '망각과 자유'에 나온 글들도 보인다. 친절하게도 더 읽어볼 책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모른 척하며 타인의 손과 입을 빌려 말하는 것, 자신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정직함과 솔직함을 내내 유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일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스쳐갔다. 조카가 자퇴를 했다. 전공이 맞지 않고, 학교의 수준이 낮고, 20년 가까이 살아온 지역이 얼마나 우물안 개구리였는지를 스스로 개탄하며 문화적 충격또한 만만치 않음에서 애석함과 안타까움을 엄마에게 고스란히 드러냈단다. 동생은 혼란스러움 자체로 캐나다, 대전, 서울로 서로 통화하며 위로를 주고 받았다. 결론은 조카에 초점을 두느냐 동생에게 초점을 두느냐로 모아졌다. '인간은 금지된 것과 결여된 것을 욕망하는 법이다.(p198)' 동생은 자신이 공부했던 방식으로 조카를 키웠고, 자신의 대학생활에 비추어 하숙(하숙하면서 무지 쓸쓸했다함)을 싫어했다. 조카는 강제로 공부를 좀더 시키지 않았던 점과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던 점, 어디에서 사는가등이 무한 아쉬움과 섭섭함으로 남았단다. 우린 언니 동생으로서 조카보다는 동생의 마음을 드려다 보기로 했다. '넌 나의 동생이니까, 언니니까' 힘을 내야한다고. 이때껏 위로한답시고 조카편에 서서 동생의 마음을 마구 헤집었던거다. 시어머니, 남편, 두딸 모두가 동생에겐 폭탄이었다. 이십년이 지나면서도 가족을 '가구(p86)'같은 존재로 보지 않고 배려하면서 생각하고 있는 동생이 대견하다. 조카때문이 아니라 동생때문에 조카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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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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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철학으로 대표되는 인문학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말이 많다. 인문학은 주어진 현실과 인간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인간의 자유와 행복을 꿈꾸려는 학문이다. 당연히 인문학의 위기는 우리 삶의 위기와 동의어라고 하겠다.-69쪽

아내는 남편에 대해, 혹은 남편은 아내에 대해 부단히 자신을 새롭게 가꾸어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이 상대방에 대해 낯섦, 혹은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상대방은 자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나 긴장감도 가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 대가가 필요하다. 더 이상 친숙한 상태로 상대방을 만날 수 없을 것이고, 당연히 정서적 안정도 심하게 훼손될 것이다. 그렇지만 [가구]라는 시에서 도종환이 말했던 가구와 같은 관계를 벗어나려면, 이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본래 가구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아내는 방에 놓여 있고/ 나는 내 자리에서 내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다." 무서운 일 아닌가? 없을 때는 찾게 되고 있을 때는 서로 무관심한 관계, 즉 가구와 같은 관계라면 말이다.-85-86쪽

비트겐슈타인은 단순한 학문적 관심에서 언어를 숙고했던 철학자는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 언어는 윤리적으로 너무나 중요한 것이었다. 특히 그가 혐오했던 것은 말할 수 없는 것을 타인에게 함부로 말하는 인간의 허영이나 과시욕이었다. 우리는 얼마나 타인의 속내레 대해 당사자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함부로 이야기하고 있는가?-99쪽

공자에게 예절은 중요한 것이다. 그는 꿈에서나마 예를 만들었던 주공을 만나기를 기대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에게 있어 타인에 대한 섬세한 배려가 없다면, 예절은 아무도 쓸모가 없는 것이었다. 바로 이런 통찰 때문에 공자는 예절의 맹목적인 추종자가 아니라, 최초의 동양 철학자로 남을 수 있었다. -143쪽

타자와 차이를 포용하는 여성적 경험이야말고 구체적인 현실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타자와 차이가 우글거리는 곳이 바로 현실이자 구체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체험을 표현하는 데 있어, 여성은 자신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남성의 담화를 통해서만 표현하도록 강제되어 있는 문화 속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남성의 담화가 논리적이고, 때로는 폭력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삶의 중요한 대목은 대부분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애매한 것 아닐까?-187-188쪽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무의식적 정서, 즉 상대방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것, 상대방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는 타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오직 그럴 때에만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따. 표면적으로 상대방은 나의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옳다고 인정할 수는 있다. 그것은 누가 보아도 타당한 주장, 즉 논리적으로 옳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으로 상대방을 실제로 움직이도록 할 수 없는 이유는, 나의 이야기가 그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비판적이고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상대방의 역린을 읽을 수 있는 수사학적 감수성이 없다면 빛을 발할 수 없는 법이다.

*역린逆鱗: 용의 목에 있는 거꾸로 된 비늘-208쪽

자신의 삶이 예기치 않은 마주침에 의해 요동친다는 사실을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는 인간을 깨우려는 것, 그래서 그들을 삶의 진실에 이르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왕충이 하려는 것이었다. 왕충의 시선은 몸서리쳐질 정도로 싸늘하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고, 아니면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마주침도 있을 수 있다.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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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와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을 번갈아 가며 읽고 있다. 목차를 보면 나에게서 시작하여 너와 우리로 나아간다. 책이 필요한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나를 비추어 볼 수 있고, 나를 찾을 수 있고, 부족을 채울 수 있고, 더불어 함께 나눌 수 있다. 이권우의 글은 막힘없이 그냥 읽힌다. 강신주의 글은 조금 무겁고 마디가 있다. 속도에서 세배의 차이가 난다. 각각 재미있다. 바쁨 속에서 보물캐듯이 짬짬히 읽었다. 한가지 일이 되기 위해 몇명을 거쳐야 하는 일이 요즘 나의 일이다. 마음이 울컥, 부르르 화가 치밀때, 슬몃 언짢아질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p13)' 를 붙여봐라. 그러면 괜찮은 이유들이 고구마 줄기 딸려나오듯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 해피할거다. 그래서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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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이권우 지음 / 해토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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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을 오락가락 읽으며 나는 과연 어떻게 살아왔나 되돌아 보았다. 얼마 생각할 필요도 없디 얼굴부터 화끈거렸다. 그것이 옳다고 여기면 타당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은 어리석은 날들도 있었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려 하지 않은 한심한 날들도 있었다. 좌이든 우이든, 흑이든 백이든 반드시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나날도 있었다. 생각과 방법을 달리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열린 마음보다 싸우고 이겨야 한다고 여긴 적도 많았다. 늘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우를 범하며 살아온 것이다. 때늦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으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으니, 앞으로는 반성과 회의, 조화와 균형을 화두로 삼아 용맹정진하려 한다.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이래서 생긴 모양이다. -18쪽

책 읽기의 가치는 남을 이해하는 데 있다. 어차피 책을 쓴 사람은 남이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귀를 기울이며 나의 세계를 넓혀 나간다. 나는 다시 읽으며 이번에는 작품을 쓴 작가가 아니라, 그 책을 높이 평가한 사람들을 이해하기로 한 것이다. -89쪽

가난은 원조나 시혜로 해결되지 않는다. 원조는 경제종속을 부른다. 개인적으로 베푸는 자는 도덕적 우월성에 빠지고 받는 자는 도덕적 안일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한 상품에 담긴 익명성의 장막을 걷어 내고, 그 속에 담긴 일하는 이들의 땀을 본다면, 가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보인다. 일찍이 맹자도 말했다. 남의 어려움을 보고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어짊의 실마리라고 말이다. -112쪽

조한혜정의 글에는 386세대에 대한 적확한 비판이 담겨 있다. 이 세대가 한마디로 성찰성과 심미적 성향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 세대를 길러낸 것이 군사독재였으니, 태생적으로 그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 사회를 바꾸어 낼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은 지금의 386세대들이 가장 고심해야 할 과제는 바로 상대주의적 사고력과 심미적 감수성을 길러 가는 일이 아닐까"라는 말은 이 세대가 가슴에 새겨 둘 만한 말이다.
......

"강하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수동적이지 않은 성찰적 주체가 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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