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주 긴 연휴를 보냈다. 오랫만에 온 가족이 모였다. 명절, 한때는 쓸쓸함으로, 마당을 서성거렸다는 엄마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는다... 또한 대둔산을 다녀오다. 무서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가을이 보인다... 장정일의 책만 읽었다. 책은 나의 삶이다.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나의 삶을 알 수 있고, 또한 달라진다. 책을 읽기 위해서는 감각과 인지, 신체활동이 작용해야하고,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러러면 괜찮은 책을 골라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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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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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쪽

자본가가 자진해서 얻을 수 있는 손해 중에 가장 고귀한 손해는, 사용 가능한 유휴(잉여)노동력을 빌미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지 않는 것이다.-31쪽

잘 '아는' 것과 잘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림을 보는 데 있어 전자의 능력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개인의 '느끼'는 능력을 홀대하고 학문적으로 인준 받는 '아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든다.-73쪽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당사자를 비난하고 복수의 칼을 가는 데 집착하지만, 거기에 머물기보다는 당사자를 "배신에 이르도록 자초한 우리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되돌아 보고 "각자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성숙하고 생산적이다. -151쪽

나이가 들어서도 인형을 끼고 다니거나,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거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은데도, 우리는 그걸 낯설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찬 예비역에 대해서는 모두들 우습게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핸드폰이나 륙색에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남녀 대학생과 직장인에 대해서는 낯설게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모두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냉소하는 J.스콧 버거슨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출간했던 '발칙한 한국학'(이끌리오, 2002)에서 "나는 20대의 다 큰 여자들이 가방과 휴대폰에 토끼 인형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참 이상하다"는 구절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외부가 그걸 발견해 주기 전까지, 그 이상한 풍경은, 한 번도 내게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182쪽

한 사회나 국가가 지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군사적'경제적 면에서 세계의 최첨단에 서 있어야만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적 자본이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는 관용이 필요하다. -290쪽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최상의 자기 배려야 말로 타자에 대한 배려와 공공선으로 이어질테니, 대통령은 '정직'과 '국익' 사이에서 하등 갈등할 필요가 없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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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깊숙이 들어오는 햇살이 아직도 따갑다. 어젠 음악회 갔다... 드뷔시와 라벨, 어렵다. 인상파, 지극히 프랑스적인 음악, 익숙한 게 하나도 없다... 그래도 즐거웠다. 오는 사람들의 면면은 화색이 돌고 세련과 우아함이 넘치고 교양이 우러난다. 나또한 그러한 거 같다. 괜히 우쭐해진다. 짜투리시간, 큰 홀에 앉아 개념어총서를 폈다. 음악회에 오는 이들에 대해 개념정리를 해 본다. 내가 파악하는 방식대로, 나의 지성대로 음악회에 오는 이들은 ~~~하다. 그런데 아닐수도 있다. 어떤 개념을 봤을 때, 두께를 생략한 채 인상으로 해석을 하면 안된다란 말이 마음에 남는다.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정확하게 풀어서 쓰고 해석하여 전달하는지, 글쓰는 이들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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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총서 WHAT 가이드북 개념어총서 WHAT
그린비 엮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절판


개념은 자연이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부과한 것이다. 개념이란 우리 지성이 생각하고 부여한 통일성이다. 자연에서 우리가 어떤 통일성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사실 우리가 먼저 집어넣은 것이다. -6쪽

당신은 당신이 가진 '자유'개념 이상의 자유를 요구하지도 누리지도 못할 것이다.-11쪽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것 말고 더 완전한 무엇. 지금 여기서 사는 삶 말고, 진짜 완전한 삶. 이런 나 말고 정말 완벽하고 이상적인 나. 이게 현실의 지평으로부터 계속 떠나가는 거다. 이게 다 재현이다. -20쪽

잘사는 행복한 삶에 대한 자기 이미지가 다 있다. 그걸 향해서 열심히 가는 게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어떤 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서 마음을 내서 마음을 낸 만큼 무언가를 하면, 그만큼 삶이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는 거다. 비재현적인 사유를 하고, 비재현적인 삶을 산다는 건,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온갖 모델과 망상들을 깨는 거다.-23쪽

인문학은 최소한 내가 만들어 내는 삶 속에서 나와야 하고, 그 만들어진 진리는 내 삶을 바꿔야 하고 이런 조건 속에 가 있어야 한다. 푸코가 후기에 그리스 헬레니즘에서 발견한 게 그런 거다. 왜 근대 진리는 모든 주체의 삶과 분리되어 있는가? 규율권력이 그렇지 않나. 인간들에 대한 모든 지식을 다 파악하지 않나. 그런데 그게 인간을 통제 할 뿐, 자기 삶을 바꾸는 데는 안 쓰인다. 결국 진리가 삶을 바꾸는 지점까지 가는 것, 그게 새로운 권력관계다.-38쪽

관계가 누군가에 대한 포기, 누군가에 대한 취조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거다. 권력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문제. 자신의 삶을 방관하고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44쪽

왜 삶이 지지부진하고 글이 이렇게 엉망인가. 이건 내가 삶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누구의 등이나 말을 대신 타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뛰어 내렸는데 그 높이에 걸려 넘어진 거다. 내가 직접 걸어서 온 게 아니니까. 니체 말대로 걸려 넘어진 거다.-45쪽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사건에 끄달리지 않고, 또한 그 일에 파묻히지 않도록 그 일을 딱, 그 사건만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공'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54쪽

나는 개념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개념이 그 사람의 체계 전체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상이한 개념 체계를 가지고 있는 여러 철학자들을 손쉽게 동일시하면 안 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개념을 이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저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어떤 개념과 내 개념이 공명하는지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재밌어지는 거다. 막연히 시작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것. 자기 개념이나 문제의식, 개념까지 만들기 힘들면 문제의식이라도...-79쪽

거미가 왜 철학적 동물인가? 들뢰즈에 따르면 이는 거미가 자발적으로 사유하지 않고 비자발적으로 사유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능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발적 능력은 '우리가 사물 속에 집어넣은 것만을 사물로부터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자발적 기억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며, 자발적 사유는 사유하고자 하는 것을 사유한다. 이때 발견되는 것은 발견하고자 의도했던 것뿐이며,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진실도 없다.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진실은 오로지 비자발적으로만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미처럼 사유해야만 한다. 아무것도 보지도 자각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처럼,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진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자처럼, 그리하여 사소하게 던져진 기호를 유일한 단서로 삼아 온몸을 던져 해독해야만 하는 자처럼. 스파이처럼, 경찰처럼, 질투에 빠진 연인처럼, 미친사람처럼.-81쪽

그리고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개념을 봤을 때, 그것을 그 말에 들어있는 두께를 생략한 채 그것이 자기에게 주는 인상을 가지고 쉽게 그것을 해석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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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비가 오니, 질퍽대고 습하다. 심지어 책갈피까지 무겁다... 삶은 이야기다.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야기이기에 다시 수정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지속적으로 동일한 내용으로 다툼이 계속된다. 오래된 관계라서 이해받는다고 생각하는지, 미안하다는 소리만 남발한다... 이젠 더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무엇을 왜 언제까지 설명을 해 주었건만 늘 동일하다. 그러고는 미안하단다. 사람을 이렇게 우습게 보다니, 속이 부글거린다... 이해의 폭을 아무리 넓혀보더라도 이건 아니다. 분명히 화를 낼거라는 상황을 알고 있고 이전의 싸움의 동기가 된 동일한 방법으로 대처하고선, 상대방의 이해심에 호소하고 애정의 크기로 매도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 '니맘대로 하세요. 너의 일인데요, 뭐... 그럼, 제발 나에게 관심은 끊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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