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어총서 WHAT 가이드북 개념어총서 WHAT
그린비 엮음 / 그린비 / 2009년 11월
절판


개념은 자연이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부과한 것이다. 개념이란 우리 지성이 생각하고 부여한 통일성이다. 자연에서 우리가 어떤 통일성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사실 우리가 먼저 집어넣은 것이다. -6쪽

당신은 당신이 가진 '자유'개념 이상의 자유를 요구하지도 누리지도 못할 것이다.-11쪽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것 말고 더 완전한 무엇. 지금 여기서 사는 삶 말고, 진짜 완전한 삶. 이런 나 말고 정말 완벽하고 이상적인 나. 이게 현실의 지평으로부터 계속 떠나가는 거다. 이게 다 재현이다. -20쪽

잘사는 행복한 삶에 대한 자기 이미지가 다 있다. 그걸 향해서 열심히 가는 게 올바른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어떤 게 있는 게 아니라, 지금 내가 여기서 마음을 내서 마음을 낸 만큼 무언가를 하면, 그만큼 삶이 조금씩 다르게 구성되는 거다. 비재현적인 사유를 하고, 비재현적인 삶을 산다는 건, 사실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온갖 모델과 망상들을 깨는 거다.-23쪽

인문학은 최소한 내가 만들어 내는 삶 속에서 나와야 하고, 그 만들어진 진리는 내 삶을 바꿔야 하고 이런 조건 속에 가 있어야 한다. 푸코가 후기에 그리스 헬레니즘에서 발견한 게 그런 거다. 왜 근대 진리는 모든 주체의 삶과 분리되어 있는가? 규율권력이 그렇지 않나. 인간들에 대한 모든 지식을 다 파악하지 않나. 그런데 그게 인간을 통제 할 뿐, 자기 삶을 바꾸는 데는 안 쓰인다. 결국 진리가 삶을 바꾸는 지점까지 가는 것, 그게 새로운 권력관계다.-38쪽

관계가 누군가에 대한 포기, 누군가에 대한 취조 형태가 아니라 새로운 방식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 있고, 그런 점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거다. 권력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관계를 바꾸는 문제. 자신의 삶을 방관하고 방치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롭게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44쪽

왜 삶이 지지부진하고 글이 이렇게 엉망인가. 이건 내가 삶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누구의 등이나 말을 대신 타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뛰어 내렸는데 그 높이에 걸려 넘어진 거다. 내가 직접 걸어서 온 게 아니니까. 니체 말대로 걸려 넘어진 거다.-45쪽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 사건에 끄달리지 않고, 또한 그 일에 파묻히지 않도록 그 일을 딱, 그 사건만큼 보는 것. 그것이 바로 '공'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54쪽

나는 개념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개념이 그 사람의 체계 전체를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상이한 개념 체계를 가지고 있는 여러 철학자들을 손쉽게 동일시하면 안 된다.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 다시 돌아와서, 내가 막연히 갖고 있던 개념을 이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저 사람 철학에서 찾아보고 그러다 보면, 어떤 개념과 내 개념이 공명하는지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그때부터 재밌어지는 거다. 막연히 시작하기보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는 것. 자기 개념이나 문제의식, 개념까지 만들기 힘들면 문제의식이라도...-79쪽

거미가 왜 철학적 동물인가? 들뢰즈에 따르면 이는 거미가 자발적으로 사유하지 않고 비자발적으로 사유하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능력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자발적 능력은 '우리가 사물 속에 집어넣은 것만을 사물로부터 끄집어내'는 능력이다. 자발적 기억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기억하며, 자발적 사유는 사유하고자 하는 것을 사유한다. 이때 발견되는 것은 발견하고자 의도했던 것뿐이며, 그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것은 없으며, 진실도 없다.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진실은 오로지 비자발적으로만 우리에게 '찾아온다'. 그러므로 우리는 거미처럼 사유해야만 한다. 아무것도 보지도 자각하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 자처럼, 우리가 발견해야 할 진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없기 때문에 계획을 세울 수도 없는 자처럼, 그리하여 사소하게 던져진 기호를 유일한 단서로 삼아 온몸을 던져 해독해야만 하는 자처럼. 스파이처럼, 경찰처럼, 질투에 빠진 연인처럼, 미친사람처럼.-81쪽

그리고 꼭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떤 개념을 봤을 때, 그것을 그 말에 들어있는 두께를 생략한 채 그것이 자기에게 주는 인상을 가지고 쉽게 그것을 해석하면 안 된다는 점이다. -8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