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책에 실린 많은 독후감이 그렇듯이 독서를 파고들면 들수록 도통하는 게 아니라, 현실로 되돌아오게 되어 있다. 흔히 책 속에 길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 길은 책 속으로 난 길이 아니라, 책의 가장자리와 현실의 가장자리 사이로 난 길이다. -11쪽
자본가가 자진해서 얻을 수 있는 손해 중에 가장 고귀한 손해는, 사용 가능한 유휴(잉여)노동력을 빌미로 노동자의 임금을 깎지 않는 것이다.-31쪽
잘 '아는' 것과 잘 '느끼는' 것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그림을 보는 데 있어 전자의 능력만 내세우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개인의 '느끼'는 능력을 홀대하고 학문적으로 인준 받는 '아는' 사람 앞에서 주눅이 든다.-73쪽
배신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당사자를 비난하고 복수의 칼을 가는 데 집착하지만, 거기에 머물기보다는 당사자를 "배신에 이르도록 자초한 우리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되돌아 보고 "각자가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생각하는 게 훨씬 성숙하고 생산적이다. -151쪽
나이가 들어서도 인형을 끼고 다니거나,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거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참 많은데도, 우리는 그걸 낯설게 생각하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군복을 입고 가스총을 찬 예비역에 대해서는 모두들 우습게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핸드폰이나 륙색에 인형을 매달고 다니는 남녀 대학생과 직장인에 대해서는 낯설게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인들은 모두 고등학생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냉소하는 J.스콧 버거슨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출간했던 '발칙한 한국학'(이끌리오, 2002)에서 "나는 20대의 다 큰 여자들이 가방과 휴대폰에 토끼 인형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게 참 이상하다"는 구절을 보기 전까지는, 나도 그랬다. 외부가 그걸 발견해 주기 전까지, 그 이상한 풍경은, 한 번도 내게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다.-182쪽
한 사회나 국가가 지역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기술적'군사적'경제적 면에서 세계의 최첨단에 서 있어야만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은 우수한 인적 자본이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배경을 따지지 않는 관용이 필요하다. -290쪽
자신의 영혼을 돌보는 최상의 자기 배려야 말로 타자에 대한 배려와 공공선으로 이어질테니, 대통령은 '정직'과 '국익' 사이에서 하등 갈등할 필요가 없다.-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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