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정한 그림 - SBS 권란 기자의 그림 공감 에세이
권란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4월
품절


이별을 통보받는 순간, 나는 길거리에 그대로 주저않았다. 당시 한 달 정도 식음을 전폐한 채 살았던 것 같다. 싫다는 그를 붙잡기 위해 꽤나 쫓아다니기도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가 아주 좋아서 그랬던 것 같지는 않다. 이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누군가의 일방적인 '내침'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모에게, 친구에게 항상 사랑만 받고 살았던 나인데 누군가가 처음으로 '싫다'고 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내가 싫을 수 있을까? 분명 같이 좋아서 시작한 연애인데 말이다. 이성 사이에서는 한쪽의 의사와 관계 없이 다른 한쪽이 '그냥' 싫어질 수도 있고, 그게 사랑의 끝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는 그 후로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35쪽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을까?' 싶은 후회로 남은 이별도 겨울에 왔따. 속보가 이어지는 장기 취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뼛속까지 냉기가 파고드는 날, 취재 한번 해보겠다고 무작정 건물 밖에서 몇 시간씩 서 있고, 심지어 새벽 서리까지 맞으며 밤을 새우기도 했다. 얼굴에 새빨갛게 동상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그런 나를 따뜻하게 보듬어주던 사람이었지만, 그냥 몸이 피곤하고 그때 나의 그런 상황이 힘겨워서 모든 화풀이를 그 사람에게 했다. 빙산처럼 크고 차가운 건물만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내 마음도 얼어버렸나 보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가 얼마나 나를 위했었는지, 나 때문에 얼마나 황당했을지 이해가 갔다. 하지만 마음의 시차는 그 무엇으로도 극복할 수 없었다. -173-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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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이 들어가지 않는 글은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가면, 흥미가 떨어진다. 적당하게 적절하게 양념처럼 들어간 글이 좋다. 너무 비극적이지도 않고, 너무 행복하지도 않는, 그저 그렇게 담담한 글이 좋다. 결국엔 잘 살고 있다는 투정(?)으로 읽히기 시작하면 빨리 책을 덮게 된다....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을 읽었다. '나'로만 불려지고 싶다. 모든 타이틀를 다 떼어버리고 온전한 한 인간으로 서고 싶다란 저자의 소망을 같이 소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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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 - 애인, 아내, 엄마딸 그리고 나의 이야기
김진희 지음 / 이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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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나는 새 숟가락 두 개만이 신혼집 살림의 전부는 아니다. 각자 들고 온 두 권의 낡은 앨범과 그 속에 들어 있는 사진 한 장 한 장이 지닌 사연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부터 진정한 세간 장만의 시작이다. 나를 만나기 전까지 상대가 살아온 시간의 흔적과 기억,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긴 습관과 상처의 골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진정한 부부가 될 수 없다.-30-31쪽

저 문은 열고 들어가면 추억을 함께할 누군가 초저녁처럼 옅지만 화사하게 검은 커피 한잔을 두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웠다는 말은 끝내 못할 것이다. 미안했다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대신 그 모습을 가득 눈 안에 담아볼 것이다. 안부를 묻고 환한 웃음을 나누고 커피를 마실 것이다. 꼭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던 그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목소리를 듣고 커피 잔을 잡은 손끝에 묻은 체취를 맡으면 지나간 나의 그리움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질 것이다. 그 사람은 잘 지내고 있을까.-2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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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서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무엇일까에 대한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나를 살리는 것, 나를 죽이는 것을 각각 10개씩 써보았다.... 살리는 것에 집중하면서 사는 거다... 오십을 넘어가니 세상이 담담하고 잔잔하게 보인다... 그러면서 각각의 사물이나 현상이 하나의 작은 점이 될 때까지 살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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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 인문학 카페에서 읽는 16통의 편지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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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그 기쁨을 이어 가도록 노력하는 것. 그러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또 둘이 함께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가는 것. 그것이 사랑인데요.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78쪽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간 것이 슬프고 원만스럽다는 것. 그것은 지극히 일방적인 말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움직이지 않고 여기에 있는 내 입장에서 하는 말일 뿐, 날아가는 철새같이 늘 옮겨 가는 상대방은 떠나가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니 이별의 슬픔이라는 것도 나 자신의 입장에서하는 부질없는 넋두리일 뿐, 떠나간 그 사람이 하는 말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이 같이 있지 않다는 사실, 그 사람이 떠나갔다는 사실 그것은 어차피 내가 사랑한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일 뿐,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는 말이지요.-130-131쪽

그러나 젊음은 가 버렸습니다. 뜨거운 열정은 식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시들해진 삶은 덤이라고 생각했었지요.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니었습니다. 젊음을 대신하는 그 무엇이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중년을 지나고 또 다르 시공간을 지나게 되겠지요. 지천면, 이순, 종심........ 이젠 서른 즈음처럼 집착하며 헤매지는 않겠지요. 앞에서 기다리는 미지의 세계로 두려움없이 나갈 겁니다. -241쪽

우리들의 일상은 늘 그렇습니다. 어느 날, 어떤 시간에 천지가 개벽할 그런 변화는 절대로 올 것 같지 않습니다. 그냥 이대로 이렇게 사는 것이지요. 기대한 대로 얻은 것은 별로 없으면서 그래도 또 기대를 하면서 기다립니다. 번번이 희망의 배신에 속으면서도 이번에는 혹시, 이번이 아니면 다음이라도....... 평생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지요. 그것이 우리네 삶입니다. 누구라도 기다림이 씌워 놓은 삶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272쪽

무엇보다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관계를 맺으려면 먼저 교환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관계를 맺고 나서 교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는 교환이 없다면 아직 관계 맺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오랜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인간은 교환하면서 다른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왔다는 겁니다. 교환하는 것이 물건이든, 생각이든 상관없습니다. 인간은 상대방과 주고받음으로써 그와 관계를 맺고, 또 그럼으로써 존재해 왔다는 것입니다.-303-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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