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읽었다. 일상 속 우리들의 모습이 나온다. 

-흡혈귀는 이름 뿐이고, 생존의 굴욕만 남아있고. 

-사진 속에 남이 있는 내 모습은 낯설다. 나의 모습은 타인만 볼 수 있는 피사체일 뿐. 

-정작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걱정할 게 아니라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하는데, 여전히 외부에 시선과 마음이 머물고 있는. 

-어쩌다 인생에서 틈새를 만들어, 아니 틈이 생겨 너가 들어왔을까. 뿌리내려 무성하게 자라난 너로 인해 부서질 정도지만, 어쩌면 부서지지 않도록 너의 뿌리로 버텨주지 않았을까. 

-살면서 한 번쯤은 무너진 적이 있을거다, 하지만 피뢰침이 곳곳에 있음을 알 게 된다. 

-비상구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면, 마음이나 인생에서 비상구 하나 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전압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전선의 굵기, 강도, 지상에서의 높이, 건물과의 거리 등을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통에서 고압선이라면, 조건이 너무 많다. 부모도, 배우자도, 동료와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녀앞에서도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그림자 취급을 당하거나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취급된다면.

-살다보면, 누군가의 삶을 볼 때, 왜라는 의문사가 계속 떠오를 때가 있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하지만,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에서, 그래서 전혀 바람 한 점 들어 올 곳이 아닌데도, 바람이 여기저기 불고 또 불고 있다. 하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만년설이 쌓인 정상까지 기어올라가 죽은 까닭도 바람이 불어서 일거다(244쪽).'

-인생에서 비상구는 어디에,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오면 어떻게, 피뢰침은 무엇이며, 나의 나무는 누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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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복복서가 x 김영하 소설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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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흡혈귀들은 거세당했다. 세상은 빛으로 가득하다.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우리는 흡혈의 자유와 반역의 재능을 헌납당했고 대신 생존의 굴욕만을 넘겨받았다......" (34쪽, 흡혈귀)

나는 노트북을 내 앞으로 가져다놓았다. 남자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피조사자들의 일관된 반응이다. 나에게만 보이고 상대방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이 형사의 노트북과 사진기의 공통점이다. (62쪽, 사진관 살인사건)

살다보면 이상한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아침부터 어쩐지 모든 일이 뒤틀려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평생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일들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찾아온다. 내겐 오늘이 그랬다. (77쪽,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앙코르는 아침과 저녁, 일출과 일몰, 건기와 우기를 비롯한 모든 시간을 위해 건축되었다. 태양이 각도를 달리할 때마다 다른 모습을 드러냈고 특히 하늘이 트는 무렵엔 장관을 이룬다. (110쪽, 당신의 나무)

나는 생각했다. 왜, 표범은 킬리만자로의 정상까지 올라가 얼어 죽고야 말았는가. 왜 돈 많은 유부녀를 유혹한 바람둥이는 사소한 사고로 죽음에 이르고야 말았는가. 왜,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우아한 죽음을 바람둥이의 사고사 따위에 비교하는가. 왜 그의 문장은 그토록 간결하고 명료한가. 그것은 소설의 문장인가.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222쪽, 바람이 분다)

여기가 마음에 들어요. 그녀가 처음 여기에 왔을 때 던진 말이다. 나는 놀랐다. 몇 명의 여자들이 이 방을 방문했지만 그런 말을 듣기는 처음이었다. 당신이 마음에 들어요, 라는 말보다 훨씬 좋았다. 그녀는 정말로 이곳을 마음에 들어했다. 아주 느리게, 하지만 완전하게 그녀는 이곳에 젖어들었다. (224쪽,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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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은 분량의 책을 미루다 미루다 이제사 읽었다. 'ON BULISHIT 개소리에 대하여' 책 전체를 옮겨 적어 보고 싶다. 

거짓말과 개소리(가짜말)로 구분하면 된다. 어떤 말이 거짓말과 개소리로 판명되었을 때 우리가 대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말을 할 때 내용에 대한 정확성과 진정성을 포함하기 보다는 어떤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진리 여부를 파악하려고도 않고, 사실을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고 막연한, 아니 자신의 말을 관철하기 위해 쉼없이 떠들어 댄다. 

정작 비슷하지도 않은 결과가 나와도, 아님 말고, 어깨를 으쓱하면 그만이다. 아님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정도로 끝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거짓말보다 개소리에 대해 관대한 편인데, 저자가 이것의 이유를 연습문제로 남겨주었다.

개소리는 개가 하는 말이라고 비유한다면, 사람이 하는 말로는 이길 수가 없다고 본다. 개의 언어와 사람의 언어는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점 개소리화 되어가는 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고 있다. 

정말로 '팩트Fact'의 말을 하는 사람은 '가짜Phony'의 말을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사랑의 반대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말과 유사하게, 진리의 가장 큰 적은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가 된다(72쪽)"

침묵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침묵하는데 들리는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는데, 귀를 틀어 막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 이를 어쩌누... 오호 애재라, 통재라... 

어쩌면 나의 말이 너에게 개소리일 수도... 


휴가를 다녀왔다. 오랫만에 친정식구들이 다 모였다. 서로 새롭게 알아가는 게임도 하고, 골프치는 이도 있고, 90세가 넘은 부모님과는 탁구를 쳤다. 구글다니는 뉴욕커, 아마존 다니는 조카, 첼로로 학위받는 조카, 두명의 교사, 회사원 우리아들, 막 제대한 조카, 대학생, 고3 막내 조카까지. 5남매가 낳은 손자손녀들이 9명이다. 

부모님이 감사감사하셨다. 지금도 매일 아침 손자손녀들에게 성경 말씀을 일일이 보내신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된 것은 부모님의 기도손 덕이라 여긴다. 

추석 때까지 아빠에게 숙제냈다. 팔이 너무 가늘어 1센티 살 찌우기로 했는데, 너무 늙어서 어렵다고 하셔서, 그냥 유지하고 있기로 정해 줬다.    

부모님은 만나기 전에는 좋은데, 만나면 마음이 아프면서 안타깝다... 여운이 길게 남는다...


* 요즘 뜨개실 분량을 가늠 못해 남아 있는 실로 모아모아 블랭킷 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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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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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잡은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다. (중략) 협잡이 되기 위한 속성은 거짓말이 되기 위한 속성과 비슷하다. 거짓말은 오류와 다르며, 거짓말쟁이가 하는 진술의 다른 속성과도 같지 않다. 거짓말이 되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특정한 심리 상태, 즉 기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진술해야 한다. (12-13쪽)

개소리에 대해서도 그것이 거짓말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부정확한 진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 (23쪽)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게 참인지 거짓인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중략) 그녀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36-37쪽)

개소리는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분명히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 (중략) 거짓말하기와 허세 부리기는 둘 다 부정확한 전달 또는 기만의 양상이다. (중략) 거짓말쟁이는 참이 아닌 것을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사람이다. 허세 부리기도 전형적으로 뭔가 허인인 것을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중략)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phony라는 데 있다. (48-49쪽)

들통 났을 때의 결과 면에서 거짓말쟁이보다는 개소리쟁이가 통상적으로 덜 치명적이라는 점 (중략)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소리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중략) 거짓말은 종종 모욕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개소리에 대해서는 불쾌하거나 거슬린다는 표시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53쪽)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56쪽)

개소리쟁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63쪽)

결정적으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강력하다. (중략) 개소리는 거짓말로 들통난도 거의 타격받지 않는다. 개소리는 거짓말과는 다른, 진위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언어게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팩트를 가지고 대응해서는 트럼프류의 뻔뻔한 개소리쟁이를 이길 수 없다. (74-75쪽)

정치에서 말하는 프레임론과 마케팅에서 말하는 포지셔닝론 모두 개소리의 기술에 관한 이론이다. 모두가 말의 진리값에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언어조작에 전념한다. 언론의 언어가 무책임해진 지는 오래되었고, (중략) 인터넷은 한마디로 개소리의 바다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떠들어댄다. 아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지껄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 말의 무책임성에 대해 둔감해진다. (중략) 어떤 거짓말이 거짓ㅁ라임이 판명되었음에도 거짓말쟁이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다.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말이 개소리화 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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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대책이 없는 이가 아주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 갈 때마다 뭔가를 사야 될 것 같다. 네 개의 반음 올림표를 가진 C#minor(올림 다단조)에 끌리어 구입한 책이다. 

철학을 바탕으로 음악으로 지금의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위로하고 조율하는 글이다. 철학자들이 말한 삶의 자세와 이에 어울리는 음악들을 간간히 들으며 읽었다. 하지만, 음, 애매할 때 절로 나오는, 음---이 길어지면서 글에 집중이 안되면서 길을 잃었다. 

한 때 찬송가를 칠 때, 네 개의 반음 올림표는 까다롭다는 느낌이어서, 세개의 반음 내림표로 바꿔 쳤던 기억이 있다. 완전 다른 느낌의 곡으로 다가왔다. 좀 더 순하게, 다루기 쉽게 만든 느낌이랄까, 작곡가들이 들으면 벌떡 일어날 일이겠지만, ㅎ.  

인생에서 '유도리(형편이나 경우에 따라서 여유를 가지고 신축성 있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융통)'는 어느 정도일까, 나와 너에게 팍팍하게 지나 온 시간들이 기억나면서 후회, 아쉬움의 감정들까지 몰려든다.   

비가 억수같이 많이 내렸다.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 어려움을 타개한 후에, 비난과 탓, 흠집을 내도 좋을 듯 한데, 정치는 누구를 위해 하는 건지, 비오면 사진찍기 좋다고, 답답할 뿐이다. 꾀와 꼼수, 개소리가 난무하는, 넘어가는 이가 바보일 뿐인가, 근본과 원래, 바름, 정확이 부유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너머 공동의 선을 향하여, 개인의 보이지 않은 작은 일부터(예, 탄소중립공익광고 같이) 지금 여기에서 선한 일을 하는 거다. 너가 나라면, If I were in your shoes,,,   


되풀이 들은 곡이다. Bruckner Symphony No. 7 Adagio, Famous Blue Raincoat 를 레너드 코언의 목소리로 들어본다.       

기억나서 들은 곡이다. 모짜르트 클라리넷협주곡 A장조 2악장, 비발디 사계 겨울 2악장, 베에토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 모짜르트 피아노협주곡 21번 C장조 등등이다. 피아노는 한 때 즐겨 쳤던 곡이고, 클라리넷은 아들이 불러 준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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