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소리에 대하여
해리 G. 프랭크퍼트 지음, 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협잡은 의도적인 부정확한 진술이다. (중략) 협잡이 되기 위한 속성은 거짓말이 되기 위한 속성과 비슷하다. 거짓말은 오류와 다르며, 거짓말쟁이가 하는 진술의 다른 속성과도 같지 않다. 거짓말이 되려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어떤 특정한 심리 상태, 즉 기만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진술해야 한다. (12-13쪽)

개소리에 대해서도 그것이 거짓말에 미치지 못하며, 또한 개소리를 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식으로 부정확한 진술을 한다고 말하는 것은 옳다. (23쪽)

참인 것과 거짓인 것을 구분하는 게 중요한 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말하는 게 참인지 거짓인지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중략) 그녀의 진술은 그것이 참이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 않으며, 거짓말이라면 응당히 그러해야 할, 그것이 참이 아니라는 믿음에 근거하고 있지도 않다. 그것은 바로 진리에 대한 관심에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 즉 사태의 진상이 실제로 어떠한지에 대한 무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개소리의 본질이라고 보는 것이다. (36-37쪽)

개소리는 거짓말을 한다기보다는 분명히 허세 부리기에 가깝다. (중략) 거짓말하기와 허세 부리기는 둘 다 부정확한 전달 또는 기만의 양상이다. (중략) 거짓말쟁이는 참이 아닌 것을 계획적으로 퍼뜨리는 사람이다. 허세 부리기도 전형적으로 뭔가 허인인 것을 전달하려고 애를 쓴다. (중략) 개소리의 본질은 그것이 거짓이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것이 가짜phony라는 데 있다. (48-49쪽)

들통 났을 때의 결과 면에서 거짓말쟁이보다는 개소리쟁이가 통상적으로 덜 치명적이라는 점 (중략) 사실 사람들은 거짓말보다는 개소리에 대해 좀 더 관용적인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개소리를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덜하기 때문이다. (중략) 거짓말은 종종 모욕감이나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개소리에 대해서는 불쾌하거나 거슬린다는 표시로 어깨를 으쓱하면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53쪽)

개소리쟁이에게 유일하게 없어서는 안 될 독특한 특징은, 그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의 속셈을 부정확하게 진술한다는 사실이다. (56쪽)

개소리쟁이는 거짓말쟁이와는 달리 진리의 권위를 부정하지도, 그것에 맞서지도 않는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63쪽)

결정적으로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강력하다. (중략) 개소리는 거짓말로 들통난도 거의 타격받지 않는다. 개소리는 거짓말과는 다른, 진위가 전혀 문제 되지 않는 언어게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팩트를 가지고 대응해서는 트럼프류의 뻔뻔한 개소리쟁이를 이길 수 없다. (74-75쪽)

정치에서 말하는 프레임론과 마케팅에서 말하는 포지셔닝론 모두 개소리의 기술에 관한 이론이다. 모두가 말의 진리값에는 관심 없고 자신들의 숨은 의도를 관철시키려는 언어조작에 전념한다. 언론의 언어가 무책임해진 지는 오래되었고, (중략) 인터넷은 한마디로 개소리의 바다다.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떠들어댄다. 아는 것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지껄인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침묵할 줄 모른다. 그러면서 말의 무책임성에 대해 둔감해진다. (중략) 어떤 거짓말이 거짓ㅁ라임이 판명되었음에도 거짓말쟁이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거짓말이 아니라 개소리다. 지금 우리는 거의 모든 말이 개소리화 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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