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소설을 오랫만에 다시 읽었다. 일상 속 우리들의 모습이 나온다.
-흡혈귀는 이름 뿐이고, 생존의 굴욕만 남아있고.
-사진 속에 남이 있는 내 모습은 낯설다. 나의 모습은 타인만 볼 수 있는 피사체일 뿐.
-정작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를 걱정할 게 아니라 자신을 먼저 챙겨야 하는데, 여전히 외부에 시선과 마음이 머물고 있는.
-어쩌다 인생에서 틈새를 만들어, 아니 틈이 생겨 너가 들어왔을까. 뿌리내려 무성하게 자라난 너로 인해 부서질 정도지만, 어쩌면 부서지지 않도록 너의 뿌리로 버텨주지 않았을까.
-살면서 한 번쯤은 무너진 적이 있을거다, 하지만 피뢰침이 곳곳에 있음을 알 게 된다.
-비상구가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면, 마음이나 인생에서 비상구 하나 쯤은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고전압으로 전력을 보내려면, 전선의 굵기, 강도, 지상에서의 높이, 건물과의 거리 등을 엄격히 지켜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소통에서 고압선이라면, 조건이 너무 많다. 부모도, 배우자도, 동료와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그녀앞에서도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다. 만약, 그림자 취급을 당하거나 보이지 않는 대상으로 취급된다면.
-살다보면, 누군가의 삶을 볼 때, 왜라는 의문사가 계속 떠오를 때가 있다. 객관적으로 본다고 하지만, 순전히 주관적인 생각에서, 그래서 전혀 바람 한 점 들어 올 곳이 아닌데도, 바람이 여기저기 불고 또 불고 있다. 하필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만년설이 쌓인 정상까지 기어올라가 죽은 까닭도 바람이 불어서 일거다(244쪽).'
-인생에서 비상구는 어디에, 바람이 불어오고 불어오면 어떻게, 피뢰침은 무엇이며, 나의 나무는 누구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