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품절


언어는 차이를 매개하고 해소해줄 보편적인 수단이지만 동시에 그 차이를 드러내는 증거일 뿐만 아니라 가장 넘어서기 힘든 차이(나아가 차별) 그 자체이기도 하다.-25쪽

역사의 '뜻, 의미, 가치'라는 것이 단순히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던 당시의 개인이나 집단의 뜻에서 끝나지 않고 후대에 사람들이 그것에 어떻게 응답하는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그것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니까요.-32쪽

'우리'라고 하는 것은 실체가 아니라 주체이다. 그것은 나와 네가 더불어 형성하는 공동의 주체인 것이다. 하지만 주체는 사물적 존재가 아니라 오직 능동적인 활동으로서만 생성되는 까닭에, 사물적 실체와 주체를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 눈에는 '우리'라고 하는 것은 이른바 '상상의 공동체'로서 한갓 관념물ens rationis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라는 것은 실체화된 민족을 말하는 것도, 개인 위에 군림하는 억압적 국가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공동의 서로주체의 이름으로서 주체성 또는 능동성과, 수동성 또는 고통을 서로 공유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70쪽

권리와 이익의 공동체는 반드시 그 권리와 이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별이라는 문제를 만들게 됩니다. 우리의 이익, 나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과 다 만나서는 안되지요. 그럼 이익을 극대화시키지 못해요. 그래서 어떤 일정한 외연, 틀속에 들어올 수 있는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야 하는 것입니다. -173쪽

오래 고통받아온 이 나라가 이제 보여주어야 하는 것은 그 고통의 역사를 타자들에게 가해자가 되어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그 역사로부터 어떤 새로운 아름다움을 길어내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통받은 역사 속에서 길어낼 수 있는 지혜, 새로운 윤리, 그런 걸 보여줄 수 있고, 또 보여줘야 할 의무도 있지요. 그것을 그냥 관념적인 수준에서가 아니라 현실을 형성하는 원리로 다듬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259쪽

가해자는 타자를 알지 못합니다. 타자의 고통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수난받은 사람 역시 타자를 알지 못합니다. 오직 저항해본 사람만이, 저항의 경험 속에서 자기와 타자를 끊임없이 견주어봅니다. 저항하기 위해서는, 나쁘게 말해 적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저항해본 사람만이 역지사지易地思之할 수 있습니다.-266쪽

오직 자기 삶의 목적을 스스로 정립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참된 의미에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이죠. 이처럼 자기 삶의 목적과 방향을 스스로 자유로이 규정할 수 있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정신적 소질이 요구되는데, 그 소질이 바로 교양이라고 생각합니다......교양은 지식이 아니라 사고방식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암기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교양과는 원칙적으로 상관이 없습니다. 교양이란 무엇을 생각하든 자유인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건강한 사고방식이기 때문이죠.-347쪽

참된 교양이란 삶을 전체로서 이해하되, 모든 것을 대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의 고통에 참여함으로써 보편적.총체적 만남의 지평을 더불어 넓혀나가는 마음의 소질과 능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351쪽

선생님께는 처음부터 '나는 무엇이다'라고 적극적positive으로 규정하고 들어갈 수 있는 자기의 정체성 혹은 주체성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타자성을 향해 편견 없이 나아가고, 타자의 고통을 향해 장벽 없이 이행해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런 '없음'에 대한 고통스런 인식이 선생님의 말들을 가능케 한 가능성의 조건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죠-361쪽

정말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를 원한다면 먼저 이성적이 되어야 하고 '이상적'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저 유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그것을 우리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지 못할 때는 유토피아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겁니다. -4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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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습관에게 말을 걸다 - 손톱을 물어뜯는 여자, 매일 늦는 남자
앤 가드 지음, 이보연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8월
품절


습관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가 여전히 과거의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뜻하며 현재를 온전히 살기 위해 과거의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24쪽

분노와 분개 때문에 손톱을 물어뜯는다는 사실을 이해한 뒤 '나는 내 분노를 풀어낼 수 있다.''나는 부정적인 감정을 털어낸다.''나는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다.'등을 확신하라. 기억할 것은 원하는 행동을 이미 이뤄진 것처럼 긍정적으로 확신하고 현재형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77쪽

가족 간에 진실이 부족하고, 부모가 뜻하는 것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볼 때, 아이들은 듣는 것과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 사이의 불일치를 받아들인다. 부정직과 혼란 속에서 아이들은 화를 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분노를 표현하거나 공격하는 대신 아이들은 자신의 무기를 깨물게 된다.-116쪽

한쪽의 의지가 덧없이 꺾여버릴 때마다 당사자는 끊임없이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수치심은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상황에 끊임없이 노출된다면 우리는 자기 존중이라는 건강한 감각을 발달시킬 수 없다. 수치심을 느낄 때, 우리는 감정을 통제하려고만 하는 자신을 가장 부끄러워한다.-122쪽

건강한 경계는 어린 시절 건강, 안정, 안전,신뢰를 경험했을 때 획득된다. 이는 우리가 '싫어요, 제발 그만해요.''충분히 먹었어요.''이 관계는 파괴적이기 때문에 끝내야겠어요.' 등의 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한다. 경계가 손상됐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계도 존중할 수 없다. 단단한 경계를 세우거나 전혀 경계가 없는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누구인지 안심하기 위해서 늘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을 우리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애쓸 것이다.-178쪽

자기기만과 잘못된 낙관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감정적 거울을 통해 자신을 오랫동안 들여다봐야 한다. 왜 일의 해결이 늦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그리고 당신의 답변 옆에 그에 대한 반박을 적어보라. 스스로에게 정직하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과정의 일부다.-235쪽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은 거의 모든 이들이 습득하지 못한 경계의 문제다. 그러므로 우리는 완수할 희망이 없는 일들을 점점 더 많이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이 편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보다 쉬워 보인다. 이 또한 낮은 자존심에서 비롯된 문제다. 우리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동의를 얻고 싶어한다. 우리는 '아니'라고 말할 때 죄책감을 느낀다. 그렇게 함을써 우리는 모든 일을 완수할 수 없게 되면서 스스로 커다란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시작을 거부하고, 종종 소극적이면서 공격적인 방법으로 우리를 압박한 사람에게 앙갚음한다.-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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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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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가족제도는 기본적으로 과잉보호를 특징으로 한다. 그런데 그것이 학교에까지 연장될 경우, 새로운 주체의 형성에는 치명적 결함이 될 수 있다. 즉, 학생들이 몇겹의 보호막에 둘러싸여 '내적 동력을 갈고닦을'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안학교가 진정 대안이 되려면 가족의 지평을 넘어서는 공동체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한다.-22쪽

인간은, 아니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생 뭔가를 배운다. 살아 있음 자체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뭔가를 끊임없이 학습하는 과정 아닌가.-37쪽

공부란 눈앞의 실리를 따라가는 것과는 정반대의 벡터를 지닌다. 오히려 그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하고, 아주 낯설고 이질적인 삶을 구성하는 것, 삶과 우주에 대한 원대한 비전을 탐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다. 더 간단히 말하면, 공부는 무엇보다 자유에의 도정이어야 한다. 자본과 권력, 나아가 습속의 굴레로부터 벗어나 삶의 ㅐ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비로소 공부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40쪽

10대와 6.70대가 함께, 지속적으로 어울릴 수 있는 활동이 대체 무엇이 있을 수 있는지를. 어떤 스포츠, 어떤 취미활동도 불가능하다. 고로, 단연코 공부밖에는 길이 없다!-47쪽

즉, 독서는 단지 지적 능력의 보완이나 정보 습득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시각의 군림, 감각의 폭주를 거스를 수 있는 유일한 입구가 된 것이다. -106쪽

얼 쇼리스는 이렇게 주장한다. 빈민운동이란 빈민들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탐색할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다시 말해, 그들이 철학적으로 무장하게 된다면, 그들은 더이상 충동에 몸을 내맡기지도 않을 뿐 아니라, 당당하게 정치적이고 공적인 실천의 장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121쪽

고전의 스승들은 우리로 하여금 공부에 대한 좁은 울타리를 박차고 나오도록 종용한다. 그들의 보여주는 공부의 길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다-책을 통해 존재와 세계의 심연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리고 존재와 세계의 모든 것을 책으로 변환하는 것. 물론 이 두 개의 경로는 궁극적으로 서로 통한다. -146쪽

요컨대 공부란 특정한 시공간에 고착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존재로 변이되는 것을 의미한다. 존재의 변이를 통해 세상의 질서와 배치를 바꾸는 것. 거기가 바로 공부가 혁명과 조우하는 지점이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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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철학 에세이 - 개정증보판 동녘선서 70
김교빈.이현구 지음 / 동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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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정말 귀다운 귀와 입다운 입을 가진 사람은 남을 지도하고 다스릴 만합니다. 동양 고대의 성인은 바로 그런 사람이었습니다.-10쪽

아, 나는 바보 같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멍하니.
세상 사람들은 똑똑한데, 나는 그저 멍청할 뿐.
남들은 딱 잘라 잘도 말하는데, 나만은 우유부단, 우물쭈물.
흔들흔들 흔들리는 큰 바다 같네.
쉴 줄 모르고 흘러가는 바람이네.(도덕경)20장-88쪽

<장자>에 그림자가 싫어서 계속 도망가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빨리 달리면 달릴수록 그림자도 더 빨리 따라오니 그는 더 빨리 달아나려고만 합니다. 장자는 그 사람에게 이렇게 충고합니다. 당신이 나무 그늘에서 쉬면 그림자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142쪽

순자에 따르면 지(知)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앎의 능력입니다. 그리고 지(智)는 사람이 안것과 실제 대상이 들어맞았을 때 쓰는 용어입니다. -198쪽

'같다'와 '다르다'는 동전의 양면인 셈입니다. 무엇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같아지기도 하고 달라지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돌멩이까지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보면 다 같습니다. 그러나 돌멩이조차도 같은 돌멩이는 하나도 없습니다. 전체를 강조하면 개인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개인을 강조하면 개인을 침해하는 전체가 부정되어야 합니다. 사실은 이런 문제가 모두 관념에 불과합니다. 현실은 언제나 가변적이어야 합니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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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삶을 묻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동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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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으로서 제대로 살아가려면 사람의 의식이 건강한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로 쓰여야 한다...사람의 욕망과 관련하여 '없는 것이 있다'는 결핍감은 '있을 것이 없다'는 의식의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25쪽

의식의 성장과 더불어 사람은 욕망의 대상을 '있는 것'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있을 것'에까지 넓힌다. 다른 동물은 욕망의 대상이 감각에 와 닿은 '있는 것'에 국한되어 있지만 사람은 욕망의 대상이 다만 이미 주어져 '있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27쪽

젠더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다양하게 구성되며 섹스도 젠더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몸과 마음 모두에서 남성끼리도 다르고, 여성끼리도 다르다. 문화 차이에 의해 다름이 형성된다면, 성과 몸을 이해하는 데 다문화주의 태도가 요구된다. -94쪽

인간은 실존적 조건에 대해 통찰하고 실존적 조건을 수용해야만 자신의 존재 전체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112쪽

소외는 인간 현실의 부정적 상황을 드러내지만, 종교가 구성하는 세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소외는 종교가 구성한 완전한 세계를 현실적으로 지속시키고 유지하는 효과적인 방어체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실존적 상황은 우주처럼 완전하지 않기에 항상 부조리한 일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완전하다고 믿는 궁극적 실재와 현실의 부조리한 상황을 정합적으로 동시에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 만약 그 간극을 무리하게 동일시해 버리면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종교와 그 중심으로서 궁극적 실재의 위상이 흔들리게 된다. 그래서 인간은 절대 존재를 타자화한 후, 현실의 고통이나 악의 원인을 그 실재에서 이탈된 인간 세계의 문제로 설명한다.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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