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 듯 저물지 않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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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벌레. 즉, 서두(書蠹). 별명으로 서치(書癡), 반와(泮蛙), 공붓벌레가 있다. 점잖게는 독서가(讀書家)라고 불리고. 그들의 행위는 오직, 수불석권(手不釋卷), 과골삼천(踝骨三穿), 위편삼절(韋編三絶)이다. 그런데, 나는 그저 그들의 그 행위를 부러워하며, 소소하게 장서가(藏書家) 흉내만 내고 있을 뿐이다. 같은 애서가(愛書家)라는 것에 위안을 삼으면서.


 부러운 책벌레가 여기 또, 있다. 소설 안이다. 일본 소설의 한 인물, 미노루. 나이는 쉰. 부모님의 유산으로 풍족하게 살고 있다. 어른이지만, 아이인 듯 사는 그.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 같기도 하다. 전담 세무사이며, 친구인 오타케에게 그의 일을 맡기고 그는 책의 세상에서 유유자적한다. 다만, 사진작가로 독일과 일본을 오가는 친누나 스즈메. 또 같이 살지 않는 딸인 하토. 이렇게 둘과는 핏줄로 이어진 실을 놓지 않고 있다. 오타케와도 친구의 끈을 놓지는 않았고. 아뿔싸, 미노루의 핏줄인 하토의 엄마이며, 미노루의 옛 연인인 나기사도 있다. 그녀는 미노루를 떠나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책벌레 미노루의 아이 같은 어른의 얼굴에 고개를 돌리고, 이제 다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거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이 각자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나비.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당연히 그건 소설이고, 조니도 라우라도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지. 세상 어딘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과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286쪽.


 소설, 그리고 현실. 그렇다. 다른 듯 같다. 그 경계가 모호하다. '저물 듯 저물지 않는' 해의 얼굴 같다. 해 질 녘의 그 해. 서쪽 바다에 담기던 그 해. 낮과 밤의 교차하고 있는 그 때. 때로는 어지럽지만, 신비롭기까지 한 그 때. 소설과 현실이 그렇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처럼, 나비가 곧 나이고, 내가 곧 나비이다. 또, 꿈이 현실이고, 현실이 꿈인 거다. 삶은 그런 것이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저물 듯 저물지 않는'은 소설 안의 소설로 시작한다. 미스터리 소설이다. 책벌레인 미노루가 읽는 소설이다. 북유럽의 미스터리. 그리고 미노루가 나중에 읽는 다른 소설도 미스터리 소설이다. 카리브해 어느 섬의 미스터리. 그렇게 두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미노루. 그리고 그의 현실. 긴장감 있는 소설이 끊기면서 현실이 스며든다. 그렇게 서로 뜻밖에 잘 어우러졌다. 잔잔하면서도 파문(波紋)이 인다. 에쿠니 가오리만의 물결이다. 이제, 나도 책벌레 미노루가 되는 꿈으로 다시 들어간다. 무늬만 장서가인 내가 여유로운 독서가를 다시 상상한다. 어찌 즐겁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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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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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개구리 왕눈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오래 전, 꼬마였을 때였어요. 친할아버지 댁 근처에서 청개구리1를 본 적이 있었어요. 도시에 살다가 잠시 온 시골. 그곳에서 본 청개구리. 신기해서, 쫓다가요. 겨우 잡았었지요. 마냥 바라보았다가요. 다시 놓아주었어요. 그 청개구리. 어릴 적에 본 애니메이션 '개구리 왕눈이'2에서 왕눈이가 청개구리잖아요. 무지개 연못에 이사를 와서 아롬이를 만나지요. 이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때, 학교 운동회 등에서 응원가로 그 주제가를 불렀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었어요. 그 주제가 가운데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라는 노랫말이 있거든요. 예전에 방학 때 머물던 외할머니 댁에서 보니, 청개구리가 울면 정말 비가 오더라고요. 전래 동화에서는 늘 반대로 행동했던 청개구리가 어머니의 무덤이 떠내려갈 것 같아서 운다고 하지요. 이 청개구리 이야기는 이괄(1587~1624)의 이야기에서 유래됐다고 하네요3. 그 '이괄의 난4'의 이괄이에요. 청개구리 이야기의 시작인 그. 결국, 죽음을 당한 이괄. 개구리와 죽음. 그런데, 어떤 남자가 마치 개구리를 잡아서 죽이듯 사람을 사냥한다는 이야기가 있네요.


 '"유아는 싫증 나거나 혼나지 않는 한 마음에 든 놀이는 절대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60쪽.


 매달다, 으깨다, 해부하다, 태우다. 그렇게 표현되는 네 살인 사건이 일어나요. 그리고 그 곁에 남겨진 네 쪽지. 마치 어린아이가 쓴 듯한 글씨로 줄이 삐뚤고 글자 크기가 제각각이에요.


 '오늘 개구리를 잡았다. 상자에 넣어 이리저리 가지고 놀았지만 점점 싫증이 났다. 좋은 생각이 났다. 도롱이벌레 모양으로 만들어 보자. 입에 바늘을 꿰어 아주아주 높은 곳에 매달아 보자.' -12쪽.


 첫 살인 사건에 남겨진 쪽지예요. 개구리를 사냥하듯 살인을 하는 연쇄 살인마. 언론은 결국 '개구리 남자'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지요. 미궁 속에 들어간 사건. 유아성을 가진 범인. 사람들의 감정은 불안에서 공포로 이어지지요.

 

 '"이건 말 그대로 정신 이상자의 소행이야. 형법 39조(심신 상실자에게는 책임 능력이 없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본 법 조항./옮긴이)와 싸울 각오를 해 두는 게 좋을 걸세."' -23쪽.


 '고테가와는 형법 39조의 재검토보다 심신 상실이라는 정의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심신 상실 혹은 심신 쇠약이라면서 그런 인간들이 손대는 상대는 언제나 여자와 아이뿐이다. 실수로도 폭력단 사무실이나 씨름 선수 방에 난입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50쪽.


 일본 형법 39조. 우리나라 형법 10조에도 심신 장애5에 대한 조항이 있지요. 일명 조두순 사건6에서 가해자인 조두순이 만취 상태였음을 이유로 심신 미약을 주장했고요. 그 심신 장애의 정의를 엄격히 했으면 해요.  

 

 영화 '프라이멀 피어.'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영화 '프라이멀 피어 (Primal Fear, 1996)'가 있어요. 리차드 기어와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인 영화예요. 리차드 기어가 변호사로 에드워드 노튼을 변호하지요. 결국, 다중인격장애로 정신이상에 의한 무죄를 배심원으로부터 받아 내요. 에드워드 노튼의 첫 작품인데요. 정말 그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지요. 천사와 악마의 두 연기. 그 눈빛부터 몸짓 하나하나까지 완벽했어요.

 소설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의 개구리 남자. 그도 심신 장애가 있어요. 그에게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해요. 그런데, 그를 꼭두각시처럼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어떨까요? 그저 개구리를 사냥하듯 사람을 죽인 그를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요. 그런, 모든 계획의 설계자가 있다면요. 두 얼굴을 품은 인형놀이의 주인,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처럼요. 정말 무섭네요. 진정 Primal한 Fear일 거예요. 

 심신 상실자에게 죄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 그와 함께 Primal한 Fear까지 느끼게 하는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라는 소설. 좋아요.


        

 


 

  1. https://namu.wiki/w/%EC%B2%AD%EA%B0%9C%EA%B5%AC%EB%A6%AC
  2. https://namu.wiki/w/%EA%B0%9C%EA%B5%AC%EB%A6%AC%20%EC%99%95%EB%88%88%EC%9D%B4
  3. http://news.joins.com/article/21640465
  4.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34159&cid=40942&categoryId=31778
  5. https://namu.wiki/w/%EC%8B%AC%EC%8B%A0%EC%9E%A5%EC%95%A0?from=%EC%8B%AC%EC%8B%A0%EB%AF%B8%EC%95%BD
  6. https://namu.wiki/w/%EC%A1%B0%EB%91%90%EC%88%9C%20%EC%82%AC%EA%B1%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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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lmA 2018-01-04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구리 왕눈이 보면 투투에게 늘 당하는 게 어찌나 화나고 짜증나던지!
사과나비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제가 말 안 해도 책은 알아서 열심히 보시니 그에 대해선 생략ㅎ;;

사과나비🍎 2018-01-04 23:38   좋아요 1 | URL
아, ‘개구리 왕눈이‘를 아시는군요~^^* 예~ 저도 항상 왕눈이를 응원했었어요~^^*
아, 새해 인사까지 남겨 주셔서 감사해요~^^* AgalmA님~^^*
AgalmA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랄게요~^^* 아, 저 책 열심히 못 보고 있어요~^^;
그나저나 올해도 AgalmA님의 좋은 글을 볼 수 있는 영광에 미리 감사드려요~^^*
 
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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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 <심청> 인당수에 빠진 심청, 안지은 무용, 유니버설 발레단.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물이 흘러요. 그 물에 희생되는 여인. 물에 몸을 던진 심청이 그려지네요. 인당수에 잠긴 심청. 용궁에 머물다가, 연꽃에 몸을 싣고 물 위로 떠오르지요. 맹인 아버지의 공양미 삼백 석을 위해 인신 공양에 희생되었던 심청. 심청의 그 눈물이 깊이 이어져 또 다른 여인의 눈물이 되었네요. 그 여인들은 심청과 달리 깊은 어둠을 만났어요. 용궁에 가지도, 연꽃에 몸을 싣지도 않았어요.


 '"줄리아, 나야. 전화 좀 해 줘. 부탁이야, 줄리아. 중요한 일이야. ......"' -85쪽.  


 드라우닝 풀1. 벡퍼드라는 마을을 가르며 흐르는 강을 그렇게 불러요. 그 강에 시신이 나타나요. 넬 애벗이에요. 작가 겸 사진작가예요. 홀로 15살의 딸을 키우고 있었지요. 넬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낙인을 남기기 며칠 전, 넬은 동생에게 전화를 했었어요. 다급하게 뭔가를 말하려던 넬. 그런데, 동생은 받지도, 걸지도 않았지요. 그리고 언니의 죽음을 듣고, 줄리아(줄스)는 벡퍼드로 가요. 잊고 싶은 고향으로요. 넬의 죽음이 있기 몇 주 전, 한 여고생도 죽음의 그림자가 닿았기에 그 파문(波紋)이 커요. 그 여고생은 케이티로 넬의 딸 리나의 가장 친한 친구였어요. 케이티의 어머니 루이즈와 넬은 가까운 이웃이었고요. 넬은 드라우닝 풀에서 예부터 일어난 여인들의 죽음을 자세히 알아보고 글로 남기고 있었어요. 그런 넬이 이제 그 강에서 죽음을 맞이한 거예요. 두 죽음의 파문으로 마을 사람들의 일그러진 얼굴이 드러나게 돼요. 거짓된 얼굴이요.


 ''벡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벡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128쪽.

 ''가끔 문제 있는 여성들은 스스로를 처리한다.'' -245쪽.


 '내 속마음이 전부 까발려졌을 때

 난 아주 어렸다. 


 무엇을 손에서 놓고

무엇을 놓지 말아야 할지는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다.' -<숫자 놀이>, 에밀리 베리. (5쪽에 인용.) 


 '기억은 프루스트가 얘기하는 식료품 저장실의 잼 단지들처럼 고정되거나 꽁꽁 얼어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회상할 때마다 변형되고, 해체되고, 다시 조립되고, 또 분류된다. -'환각', 올리버 색스. (6쪽에 인용.)


 여러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물을 그리듯, 여러 사람의 눈길로 이야기를 그리고 있어요. 그 이야기들의 조각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네요. 어머니와 딸은 오해했고요. 자매는 미워했고, 욕심을 부렸지요. 남성의 여성에 대한 폭력. 불완전한 기억. 그곳에 마치 인신 공양된 것 같은 여인들이 있네요. 인당수에 던져진 심청처럼, 강물에 던져진 여인들. 그 강물 속에서 여인들의 춤사위가 잔잔했던 물 위에 파문을 만드네요. 깊고도 멀리 퍼지는 파문을요.


 '인투 더 워터'는요. 정말 잘 읽혀요. 또, 마지막까지 손에 땀이 나네요. 결국 그 마지막에는 손에 강한 짜릿함을 찔러요. 오랜 긴장감 끝에 오는 그 강렬함이 좋네요.   

 


 

  1. 'Drowning Pool. '익사의 웅덩이'라는 뜻으로, 봉건 시대 스코틀랜드의 법에 따라 여성 범죄자들을 처형하기 위한 목적으로 판 웅덩이나 우물을 가르킨다. 16~17세기 마녀 재판이 횡행하던 시절에는 마녀로 고발당한 여성의 유무죄를 시험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물에 빠뜨려진 여성은 물속으로 가라앉으면 마녀가 아닌 것으로, 물 위로 뜨면 마녀로 간주되었다. 어느 쪽이든 결국엔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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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sun09 2017-12-30 10: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18년도 행복가득한 시간보내시고
즐친 감사합니다^^

사과나비🍎 2017-12-31 20:26   좋아요 1 | URL
아, 답글이 늦었네요~^^; 죄송해요~
그리고 말씀 감사해요~^^*
munsun09님도 얼마 안 남은 2017년 마무리 잘하시고요~
새해도 행복하게 맞이하시기 바랄게요~^^*

서니데이 2017-12-30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과나비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이제 내일을 지나면 새해예요.
새해에는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이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운 주말, 그리고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과나비🍎 2017-12-31 20:27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 이렇게 항상 먼저 인사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러게요~ 2017년이 얼마 안 남았네요~^^;
남은 시간 잘 마무리하시고요~^^*
새해에는 행복이 가득하시기 바랄게요~^^*
 

  바람이 분다. 맑은 바람이 분다. 누구의 목소리가 바람이 된 것인가. 또, 누구의 눈빛이 그 바람을 물들인 것인가. 그리고 누구의 내음이 바람에 서린 것인가. 그 바람이 달에게 다가간다. 차고 기우는 달에게 닿는다. 바람은 달과 어울려 벗이 된다. 바람은 달의 숨결을 머금는다. 그리고 바람은 나에게 그 숨결을 불어넣는다. 바람이 나를 채운다. 찬 숨결을 품은 바람이 나를 채운다. 나는 바람에게 묻는다. 어떤 목소리이며, 어떤 눈빛이고, 어떤 내음인지 묻는다. 바람은 답한다. 모든 이의 아픔이라고. 모든 이의 통곡이며, 모든 이의 피눈물이고, 모든 이의 피비린내라고 답한다. 나는 또, 묻는다. 바람이 품은 달의 숨결은 어떤 색인지 묻는다. 바람은 또, 답한다. 핏빛이라고 답한다. 그 계속된 답에, 나는 두려워진다. 그래서 몸서리를 친다. 결국, 바람을 멀리한다. 하지만, 바람을 잊지 못하고 다시 바람을 만난다. 달과 어울린 바람과 만난다. 그리고 또다시 찬바람이 온몸에 찬다.

 

 얼마나 자주 위를 올려다봐야
 한 인간은 비로소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한 인간은 사람들 울음소릴 들을 수 있을까?
 그래, 그리고 얼마나 많은 죽음을 겪어야 한 인간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이 죽어버렸다는 걸 알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나의 친구여, 바람 속에 불어오고 있지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네

 -'불어오는 바람 속에(Blowin' in the Wind)' 중에서. 

 

 밥 딜런은 노래한다. 바람을 노래한다. 그 노래는 풍경(風磬)이다. 바람이 소리가 되었다. 그 소리가 울린다. 깊이 울린다. 깊이 울리는 소리는 진실하다. 그래서 맑다. 반전(反戰)의 맑은 바람. 그것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이다. 평화의 바람(望)이 맑은 바람(風)이 되었다. 모든 이의 아픔을 담은 그 바람이 높이 외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귀를 막고 있다. 무심히 바람을 스치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불어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바람의 노래를 알지 못하고, 그저 옷깃을 여민다. 그래서 노래의 시인은 바람의 노래를 더욱더 부른다. 모든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있다고. 바람에는 모든 이의 통곡과 모든 이의 피눈물, 그리고 모든 이의 피비린내를 품고 있다고. 그렇게 가객(歌客)은 노래한다. 그 맑은 바람은 높은 가락이 되었다.

 

 바람의 소리를 들었다. 울림이 된 바람. 전쟁의 깊은 아픔을 담았기에 소중하다. 진귀한 맛이다. 평화를 위해 요리한 맛. 오랫동안 음미한다.

 

 '바깥에는 불이 폭풍처럼 번지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하나의 거대한 화염이었다. 이 하나의 화염이 유기적인 모든 것, 탈 수 있는 모든 것을 삼켰다.
 다음날 정오가 되어서야 걱정하지 않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미국인들과 경비병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하늘은 연기로 시커멨다. 해는 약이 바짝 오른 작은 핀 대가리였다. 드레스덴은 이제 달 표면 같았다. 광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돌은 뜨거웠다. 그 동네의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
 뭐 그런 거지.' -'제5도살장' 중에서.

 

 '제5도살장'은 달이다. 붉은 달이다. 영휴(盈虧)하는 붉은 달이다. 달은 영속성을 가졌다. 차(盈)면 이지러지(虧)고, 이지러지(虧)면 또 찬(盈)다. 그렇게 영원히 순환한다. 전쟁과 평화도 그렇다. 전쟁이 오래면 평화가 오고, 평화가 오래면 전쟁이 온다. 그런데, 전쟁의 아픔이 크다. 이 이야기는 전쟁이 남긴 드레스덴의 아픔을 말한다. '달 표면 같았고', '다른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말한다. 빼앗김과 죽음이 함께 날줄과 씨줄로 물든 피. 피의 하늘에, 피의 바다에, 피의 호수에, 피의 술잔에, 피의 눈동자에 붉은 달이 뜬다. 반전의 (反戰)의 붉은 달이 뜬다. 그 붉은 달은 이제 타고 남은 재가 되려 한다.

 밥 딜런의 맑은 바람이 커트 보니것의 붉은 달과 어울렸다. 맑은 바람이 하늘에서, 바다에서, 호수에서, 술잔에서, 눈동자에서 달과 어울렸다. 그래서 달의 숨결을 머금었다. 핏빛 숨결을 머금었다.

 

 붉은 달을 보았다. 그 선홍의 핏빛이 나를 감싼다. 나는 그 달을 바라보며, 달맞이를 한다. 바람과 벗한 달. 나도 그 달과 벗이 된다. 붉은 달이 들려주는 모든 이의 아픔을 함께 아파한다. 그리고 평화를 아낀다.

 

 '그는 이미 심각한 실수를 했다. 경솔하게 공포에 굴복했으며, 그가 있는 곳에 머물며 할 일을 하는 것이 유일한 의무인 상황에서 공포에 사로잡혀 아이들을 배반하고 자신을 배반했다. 마샤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를 뉴어크에서 구출하려고 하는 바람에 어리석게도 자신을 훼손했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그가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여기는 전쟁 지대가 아니었다. 인디언 힐은 그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었다.' -'네메시스' 중에서.

 

 '네메시스'는 공포와 죄책감을 그린다. 전쟁에서 빼앗김과 죽음의 공포는 누구나 있다. 그리고 그 둘의 부재가 갖고 오는 죄책감도 누구나 있다. 그렇기에 누구나 광기에 물들기 쉬울 것이다. 거역할 수 없는 불운으로 비극으로 닿을 때, 우리는 어떻게 될까? '네메시스'의 무서운 유행병. 전쟁과 치명적 유행병은 닮았다.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다. 공포에 미치게 할 수 있다. 죄책감에 미치게 할 수 있다. 미친 사람은 늪이다. 헤어나오기 어렵다. 그리고 음침하다.

 

 

 밥 딜런의 맑은 바람이 커트 보니것의 붉은 달과 어울렸다. 그 바람은 붉은 달의 핏빛 숨결을 머금고 왔다. 온몸에 차갑게 찼다. 그 냉기에 몸서리를 쳤다. 어쩌면 울고도 싶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울지는 않았다. 대신 날카로운 것에 베인 것처럼 많이 쓰라렸다. 차가운 쓰라림이었다.

 

 온몸에 차갑게 찬 공포와 죄책감. 맑은 바람이 달과 어울려 나에게 왔을 때, 그랬다. 전쟁의 아픔을 생생히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온통 피였다. 그 피가 손에 묻었다.

 

 작년에, 죽음을 맞이하거나 혹은 죽음을 가까이에서 보게 될 이의 통곡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여인이 서글프게 울었다. 아픈 이들이 많은 곳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아픈 분이셨다. 나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병은 난치병이었기에 그랬다. 2년 안에 반 이상이 재발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부재. 생각지도 못했다. 삶이 소중했다. 피의 세계는 무서웠다. 그리고 아버지께 죄책감이 엄습했다. 효를 드리지 못한 죄인, 바로 나였다. 이제부터라도 드리려 한다. 벌써 2년째가 다가온다. 함께 있어 드리지만, 아버지의 짐을 덜어 드리지 못하고 있다. 부디 오랫동안 건강하시기 바란다. 아직 아버지와 함께 거닐며, 빛이 스며든 발자국을 여럿 남기고 싶다.

 

 전쟁과 병은 쌍둥이다. 죽음을 불러오고, 소유를 빼았는다. 그래서 아프다. 그 아픔을 이야기한 세 작품을 만났다. 그리고 대화를 나눴다. 그 대화는 나옹 선사의 시구처럼 '맑은 바람 달과 어울려 온몸에 차다'로 간단히 말할 수 있다. 밥 딜런의 맑은 '바람', 커트 보니것의 '달', 필립 로스의 '온몸에 차다'였다. 밥 딜런의 '바람(望)'이 '바람(風)'이 되어 커트 보니것의 '붉은 달'과 어울려 필립 로스의 '공포와 죄책감'이 '온몸에 차갑게(冷) 찼(盈)'다. 아버지의 병으로 '공포의 죄책감'이 가까이에 있는 내게 피를 이야기하는 세 작품은 각별했다. 무겁게 침잠했다. 글자 하나하나에 음각과 체온이 느껴졌다. 평화의 외침이 강렬했다. 세상의 평화와 몸의 평화. 싸우지 않고 이겨 얻고 싶은 평화다. 소중했다. 아, 바람이 또 분다. 맑은 바람이 또 분다. 붉은 달과 또 어울린다. 그리고 공포와 죄책감이 또 찬다. 그리고 또 평화를 아우성친다. 높고, 깊게 아우성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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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게이머즈'라는 게임 잡지가 있어요.

게임 소식과 공략이 담겨 있지요.

2018년!

이 잡지 안에 소개된 게임!

공략을 참고하며 하고 싶네요.

 

신영복 '처음처럼' 중에서. (사진출처: 네이버 이미지)


어떻게


수불석권(手不釋卷).

과골삼천(踝骨三穿).

위편삼절(韋編三絶).

서삼독(書三讀).

 

여러 책 끊임없이 읽고, 읽은 책 읽고 또 읽는 거예요. 

예! 저는 그렇게 읽으려고 해요.

물론, 게으르고, 허약하여 하기 어려운 줄 알아요.

그래도 즐거운 게임 생활을 위해!

이렇게 읽고 싶네요.


 

게임 잡지를 읽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는 않을 거예요.

또, 게임을 하시는 분들은요.

유튜브로도 공략이 잘 되어 있기에 그것을 보시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책과 게임을 좋아하기에 함께 어우러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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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2-27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 ‘게임피아‘라는 잡지를 좋아했어요. 그 잡지를 사면 부록으로 딸린 게임CD까지 덤으로 받을 수 있었어요. ^^

사과나비🍎 2017-12-27 19:28   좋아요 0 | URL
아, KBS의 ‘게임피아‘를 말씀하시는 거지요?...^^* 아, 그 번들 CD 때문에 잡지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았지요~^^; cyrus님 덕분에 옛 추억이 생각나네요~^^* 그나저나 오늘 정말 춥네요~ 추위 조심하시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