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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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출처: 북로드 페이스북)


 예전에 유괴를 다룬 책은 읽기에 마음이 아프다고 말씀하시는 분을 뵌 적이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시는 분 같았어요. 아무래도 부모의 마음으로 유괴 이야기를 보게 되니, 마음이 아플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며칠 동안 제가 만난 소설은 두 소녀의 실종 이야기예요. 납치되어 감금되고 학대를 당해요. 친한 친구인 두 소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저도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축제가 끝나고 두 소녀가 사라졌어요. 그 소녀들을 찾기 위해, 온 마을이 나서지만 찾지 못하고요. 경찰도 수색을 하지만, 찾지 못해요. '빙엄 소녀들'이 된 두 소녀. 그렇게 두 소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엷어져요. 그리고 3년 후, 한 농가에서 부부가 살해되는 사건이 생겨요. 그리고 근처 호수에서 한 소녀의 시체가 떠올라요. 상처가 많고, 마른 소녀. 어디에서 도망치는 듯한 맨발의 소녀. 경찰은 그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체포하지만, 정신이 이상한 용의자는 알 수 없는 말만 하고요. 결국, 경찰은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에게 도움을 청해요. 그리고 조는 호수에서 나온 시체가 3년 전 실종된 두 소녀 중 하나라는 걸 밝혀내요. 다른 소녀 하나는 살아 있고, 여전히 위험에 처했다는 생각에 그 소녀를 찾아 나서고요.

     

 '내 이름은 파이퍼 해들리다. 그리고


 나는 3년 전 여름방학의 마지막 토요일에 행방불명되었다.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고, 도망친 것도 아니었다.' -9쪽.


 사라진 두 소녀 가운데 하나인 파이퍼 해들리의 독백으로 이 이야기는 시작해요. 저는 이 처음이 좋아요. 그의 문장이 독자의 시선을 힘차게 끌어당겨요.  

 이 소설은 한 소녀의 독백과 조 올로클린의 이야기로 되어 있어요. 그 둘의 이야기가 얽히며 긴장감을 끝까지 늦추지 않고 있고요.


 '"미안하다고 말해."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울먹인다.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나는 이렇게 외쳐대고 싶지만 입에서는 아무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나는 공처럼 몸을 웅크린다.' -548쪽.


 등장인물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 이 소설. 개성 있는 인물들이 잘 어울리며, 이 이야기가 숨을 쉬게 하고 있어요. 즉, 파킨슨 병을 가진 심리학자 조 올로클린, 그리고 사라진 두 사춘기 소녀, 엄청난 기억력을 소유한 전직 형사 빈센트 루이츠, 정체를 숨기며 태연히 악행을 하는 범인,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빅토리아 나파르스텍 등이 이야기를 잘 이끌고 있어요. 한편, 조 올로클린의 가족도 소설에 힘을 더하고요.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마침 2017년 3월 23일에 바다 위로 다시 얼굴을 보인 세월호가 생각났어요. 실종된 지 3년 만에 호수에서 떠오른 한 소녀. 바다에 가라앉은 지 3년 만에 다시 떠오른 세월호. 둘 다 아픔이 떠오른 거예요. 범인에게 감금되었다가 나와, 쫓기게 되어 호수에 잠든 소녀. 나쁜 어른들의 욕심에 세월호에 갇혀, 나오지 못해 바다에 잠든 생명들. 두 소녀도, 세월호의 생명들도 삶과 죽음으로 나뉘게 되네요. 위험에 맞서 서로를 의지했지만, 생사의 길에서 헤어져 살아온 이들에게 아픔이 스며들었을 거예요. 그리고 돌아올 수 없이 멀리 떠난 이들의 가족들! 여전히 아플 거예요. 단장(斷腸)의 아픔일 거예요. '부모가 죽으면 산에다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다 묻는다'고 하잖아요. 많은 부모님들의 가슴에 묻힌 소중한 생명들. 범인이 소녀에게 억지로 말하게 한 '미안해'를 저는 진심으로 말하고 싶네요. 욕심에 희생되어 모두에게 아픔이 된 분들, 그리고 그 아픔을 간직한 분들께요.


 이 소설의 힘은 긴장감과 개성, 그리고 아픔에 대한 공감이에요. 그 힘이 사람들을 사로잡네요. 역시 로보텀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 저는 로보텀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앞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하게 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덧붙이는 말.

 

 '미안하다고 말해' 띠지 날개에 깜짝 퀴즈 이벤트가 있네요. 참여해보세요.  







스토리콜렉터스 2017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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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 -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풀어야 할 본질적인 숙제
기시미 이치로 지음, 박진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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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아버지께서는 췌장암, 직장암 수술을 하셨어요. 작년 6월에는 어머니께서 건강 검진을 하시고, 대장의 제자리암을 제거하셨고요. 언제나 젊으시고, 건강하실 거라고 생각했던 부모님. 그런데, 이제는 연세가 많으시고, 아프시기도 해요. 부모님께 해드린 게 없는 저. 한없이 부끄럽더라고요.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이자 아들러 심리학의 깊은 이해를 가진 기시미 이치로의 글을 만났어요. '나이 든 부모를 사랑할 수 있습니까'라는 책이에요.


 실제로 지은이는 20대에 마흔아홉의 어머니께서 뇌경색으로 쓰러져 3개월 동안 병실에서 어머니를 간병했다고 하고요. 지은이의 50대부터는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아버지를 오랜 기간 간병했다고 해요. 지은이 자신도 50대 초반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관생동맥 우회술을 받고 아버지의 간병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하고요. 특히 알츠하이머에 걸리신 아버지를 간병하면서 좋지 않았던 관계를 회복했다고 하네요. 지은이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들러 심리학으로 밑그림을 그렸어요. 우리는 그가 그려준 밑그림에 색을 입혀야겠지요. 부모님과 함께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부모님. 지금은 함께 계시지만,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부모님. 그러니 하루하루,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사이 좋게 살아가라고 해요. 그렇게 부모님과 함께 '지금, 여기'를 살아가게 될 거라고 해요.


 '자식이란 가면을 쓰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부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습니다. 저만 해도 아버지가 틀린 말씀을 하시더라도 고쳐주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가면을 벗으라' 중에서 (가제본 193~194쪽.)


 가면을 벗고 인간으로서 부모님과 마주하라는 기시미 이치로.


 '부모님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부모님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 힘이 되는 존재입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가족끼리 어딘가 어색함을 느꼈을 때, 우리는 처음으로 깨닫게 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부모님이 사실은 가족들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상징이었다는 것을요. 그렇게 가족에게 기여하고 있었다는 것을요.' -'우리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중에서 (가제본 214~215쪽.)


 부모님께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가족에게 힘이 된다는 기시미 이치로.


 기시미 이치로의 이야기에 감응했어요. 저도 아버지께서 암 수술을 하시고, 항암치료를 받으시면서 함께 다닐 때가 많아졌어요. 또 어머니의 건강 검진으로 여러 진료를 받으실 때 동행하게 됐고요. 부모님의 건강이 큰 관심사가 됐지요. 특히 아버지는 암 수술 후 재발, 전이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내고 있어요. 부모님께 부족하기만 한 저. 부모님께서 저와 함께 계신 시간이 소중한데, 잊을 때가 있어요. 그런데, 꽃이 피면, 언젠가는 지겠지요. 부모님도 언젠가는 지실 거예요. 오랫동안 사르신 삶의 아름다움으로 존중받으셔야겠지요. 이제 꺼져가는 촛불을 살리려는 저! 부모님과 함께 있는 이 때! 소중하고 소중하네요.


 '지금도 가끔 아버지와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부모님이 생전에 하셨던 말씀이 제 마음에 새겨 있고, 그 말씀이 지금도 제 안에서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낍니다.' -'맺음말' 중에서 (가제본 259쪽.)


 꽃이 지면 열매를 맺지요. 부모님께서 남기신 열매인 가르침의 말씀! 감사하게 될 거예요. 지은이인 기시미 이치로에게 지금도 힘이 되어주고 있는 부모님의 말씀! 이 책은 제게 힘이 되어줄 부모님의 말씀을 담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어요. 부모님과 저의 관계, 부모님을 보살필 때 새겨야 할 것, 더 나아가 그것들을 바탕으로 인생의 여정까지 생각하게 됐고요. 저와 부모님께서 함께하는 여행의 좋은 안내서인 이 책! 이제 그 아름다운 여행의 발자국을 여기저기 남기게 될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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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7-03-22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은 하나로 연결해주는 상징‘이란 글귀가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얼마전 책으로 받은 위로가 상당 했었는데 사과나비님 글 읽으며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어요. 이런 말씀 도움이 될까싶지만 (긁적긁적) 곁에 계시는 사과나비님 마음이 부모님께 잘 전해지시리라 생각이 듭니다.^~^

사과나비🍎 2017-03-23 22:56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이 너무 늦었네요...^^; 제가 서재를 잘 관리를 안 하다가 보니, 이렇네요...^^;
아, 해피북님의 말씀이 당연히 많은 도움이 되지요~^^* 이 사막 같은 제 서재에 오아시스 같은 댓글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좋은 밤되시구요~^^*
 
데프 보이스 - 법정의 수화 통역사
마루야마 마사키 지음, 최은지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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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지인 가운데 농인(聾人)이신 분이 계세요. 어릴 때, 잠깐 뵙기만 했지만요. 그때, 도와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 그분 따님이 청인(聽人)이에요. 그분께서 직접 글로 뜻을 알려주기도 하지만요. 그 따님이 농인 아버지 뜻을 이어주었어요. 그 따님은 코다(CODA)인 거예요. 코다(CODA)란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자란 청인 아이를 일컫는다고 해요. 코다인 따님이 농인 아버지와 저희를 잇는 무지개였어요. 여기, 또 다른 무지개인 코다가 나오는 소설이 있네요. '데프 보이스'라는 소설이에요. 제18회 마쓰모토 세이초 상 최종 후보작이라고 하네요.


 아라이 나오토는 코다예요. 경찰서 사무직을 그만두고, 구직을 하던 그는 수화 통역사가 돼요. 배려 있는 수화 통역으로, 호평을 받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 날, 피의자가 된 농인을 법정 수화 통역 의뢰를 받게 돼요. 17년 전 경찰 사무직으로 근무할 때, 농아시설인 '해마의 집' 이사장 살해 용의자인 농인을 억지로 수화 통역한 기억이 있는 그. 무거운 마음으로 그 일을 하게 되지요. 그런데, 그 일은 17년 전 살해된 '해마의 집' 이사장의 아들! 즉, 현 이사장이 살해된 사건이에요. 피의자인 농인을 돕기 위해 '펠로십'이라는 비영리 단체와 함께 노력하는 아라이! 그는 17년을 사이에 둔 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게 돼요.


 '그때 몬나의 딸이 자신에게 향한 쏘아보는 듯한 시선. 그리고 수화.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자신은 어느 쪽일까?

-대답을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물음은 철이 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자신을 옭아매 온, 결론이 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89~90쪽.


 17년 전, 살인 용의자의 딸이 수화 통역하는 아라이에게 수화로 남긴 말. <아저씨는 우리 편? 아니면 적?> 아라이! 농인 가족 가운데 청인! 농인 사회에서 그는 농인들과 다른 사람이었어요. 그래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구요. 또, 농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청인들도 아라이에게 아픔을 주었고요. 아라이는 농인들과 다름을 알고 거리를 두었었지만, 여전히 농인들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그는 다름 안에서 같음을 찾고 싶었던 거예요. 농인들에게 청인들의 말을 이어주고, 청인들에게 농인들의 말을 이어주면서 농인들과 같음을 알아가는 아라이. 그는 농인에서 시작된 아름다운 무지개인 거예요.

 

 이 책의 지은이인 마루야마 마사키의 아내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고 해요. 그래서 농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 같아요.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이 아니라 세상에 무언가를 호소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를 소설이라는 형태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었으면 한다.' -‘작가의 말’ 중에서 (326쪽.)


 그리고 이 '데프 보이스'는 농인들의 목소리만을 뜻하지는 않아요. 사회에서 소외된 모든 소수자들의 목소리예요.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겠지요. 이 소설은 그 목소리를 잔물결처럼 잔잔히 속삭여요. 귓속말처럼요. 그러니, 계속 듣고 싶어지네요.


 이 소설! 옮긴이도 말했 듯이요. 살인 사건과 그 해결을 담은 추리 소설이면서, 코다인 아라이가 더 멀리 나아가게 되는 성장 소설이기도 해요. 물이 흐르듯 두 길을 안내하는 이야기예요. 살인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길과 알 수 없었던 농인들의 목소리, 더 나아가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까지 듣는 길! 두 길로 이어지는 문! 이 소설의 해설자인 이길보라는 '그 한없이 반짝이는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고 하네요. 그 초대장을 받고 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많은 분들이 열기를 소원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무지개를 함께 바라보기를 원해요.





 덧붙이는 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을 생각해봤어요. '도가니', '말아톤', '7번방의 선물', '오아시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1리터의 눈물' 등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황금가지 네이버 포스트에서 '데프 보이스'를 포함하여,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 책과 영화들 4'를 소개하고 있네요.


'침묵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한 책과 영화들 4'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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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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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檢事)! 대한민국 검사(檢事)! 정의의 마지막 보루지요! 그런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입기도 하지요. 검사동일체의 원칙(體의 則) 등의 폐해 때문이라고 해요. 검사가 정의와 진실에 대한 의무보다는 상사의 명령에 구속되어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는 등의 폐해가 나타난다고 하네요. 그래서 특별 검사제도가 있구요. 얼마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검이 활동하기도 했지요.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대한민국 검사! 이제, 한 부장 검사가 남긴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해요.

 '뉴스나 영화 같은 매스컴에 비춰지는 검사의 모습은 권력에 심취한 모습, 비리에 눈감는 모습, 차가운 냉혈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검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7쪽.


 지은이인 안종오 검사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나눠주는 사람이 검사라고 하네요.

 '나도 신임 검사 때 각오가 있었다. 사건 한 건 한 건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리고 일로 봉사하면서 보람을 찾겠노라고. 그러나 자정 넘어까지 일해도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서류가 그냥 서류로 보일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지 못하는 때가 많아졌다. 신임 검사들의 말이 또다시 나를 가르친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 -35~36쪽.

 '사건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사건에 녹아 있는 인생을 봐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진 신임 검사들. 국민이 내려준 잘 드는 식칼로 열심히 사건이라는 식재료를 다듬어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아끼던 그 식칼이 원래는 보검이었음을 깨닫고 미소 짓는 모습도.' -37쪽.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 어느 신임 검사의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라는 말에서 배움을 얻는 그!

 '기록상 나타난 증거만으로는 좀 부족할 수 있다. 어차피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추정 아닌가. 하지만 피의자가 인간적인 고뇌를 보이는 상황이라면 사람으로서 참회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악마가 되었던 그 사람, 인간의 세계로 올 뻔했던 그 사람은 여전히 악마의 세계에 남게 됐다.' -121쪽.


 검사로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되는 그. 안타까운 사람도 만나구요. 악마가 된 사람도 만나게 되지요.  

 그런, 마흔네 살의 16년차 부장 검사가 말하는 44편의 이야기. 그가 남긴 삶의 흔적들이겠지요.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라고 했다. 인생, 아니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사람 일은 판례로 일도양단 저울질이 불가능하다. 누구의 말처럼 야구는 9회 말이 끝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136쪽.


 '그때마다 주변의 좋은 동료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으면서, 사건 관계자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인생의 재미와 깊이를 느끼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결국 나는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8쪽.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 그 알 수 없는 사람 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검사 안종오도 성장한 것이겠지요.


 검사(​檢事)는 검사(劍士)라고 생각해요. 김용의 무협 소설 '의천도룡기'에서는 도룡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암투와 살육을 벌이는데요. 검사(檢事)의 칼은 파사현정(正,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해야겠지요. 그 칼 때문에 암투와 살육이 있어서는 안 되구요. 정의의 칼을 가진 검사! 그 칼로 정의를 실현하며, 인간적인 삶을 나눠줘야 하겠지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아픔을 치료하는 칼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렇게 그릇된 것은 사라지고, 바른 것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으면 하네요. 우리에게는 아직 기록 너머의 사람을 기억하는 검사(檢事)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16년 동안 검사로 살아온 한 남자의 진실되게 보이는 이야기예요. 물론 그만의 이야기도 있겠구요. 검사 모두의 이야기도 있을 거예요. 그런 그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느껴지니, 따스하게 다가오네요. 서점의 저자 소개를 보니, 이 책의 출간 직전 스스로 검사직을 내려놓았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검사 생활의 마무리하기 위한 기록이겠지요. 이 기록 너머에 안종오 검사가 있네요. 저도 그에게서 인간적인 삶의 흔적을 받았구요. 저도 그와 함께 성장하게 되네요. 고마운 이야기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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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3-14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피고인에서도 부장검사가 그나마 정의롭더군요. 그러나 우병우와 측근들처럼 얼마든지 강력하게 부패할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들한테도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되기를!

사과나비🍎 2017-03-14 20:56   좋아요 1 | URL
아, 드라마 ‘피고인‘을 제가 안 봐서요...^^; 그렇군요...^^* 예~ 맞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됐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오거서님~ 댓글 감사해요~^^* 좋은 저녁 시간되시기 바랄게요~^^*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가장 아끼는 책을 소개합니다!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나만의 질문을 찾는 책 읽기의 혁명


“한때 내가 사람보다 더 사랑했던 책들.

읽고 잊었어도 다시 기억해 낸 책들을 향한 호기심.

여러분을 그 책들로 유혹하려고 합니다.” ―김대식 



우리는 많은 책을 읽지만

막상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책 읽기의 달인을 찾아보죠.

 

인문학자로부터 깊은 독법을 배우기도 하고,

또 정치인, 광고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에서

어떻게 그들만의 인사이트를 찾는지 엿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뇌과학자는 책을 어떻게 읽을까요?

 

19세기 시인 랭보 / 이탈리아 소설가 이탈로 칼비노 /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 /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 /

움베르토 에코 / 보르헤스 / 카프카 등

 

과학자에게 영감을 불어주고

『빅 퀘스천』의 물음표가 된 책들을 만나는 시간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 서평단을 모집합니다.





<이벤트 참여방법>

 

1. 이벤트 기간  :  3월 6일 ~ 3월 12일

   당첨자 발표  :  3월 13일 (월) 

   발송  :  정보 수집 이후 순차적으로 발송

 

2. 모집인원  :  5명 

 

3. 참여방법

- 이벤트 페이지를 스크랩하세요. (필수)

- 스크랩한 이벤트 페이지를 홍보해주세요. (SNS필수)

책을 읽고 싶은 이유와 함께 스크랩 주소를 댓글로 남겨주세요.

- 무성의한 댓글 참여는 선착순에서 제외됩니다.

 

4. 당첨되신 분은 꼭 지켜주세요.

- 도서 수령 후, 7일 이내에 '개인블로그'와 '알라딘 블로그'에 도서 리뷰를 꼭 올려주세요.

 

 * (미서평시 서평단 선정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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