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다 - 16년차 부장검사가 쓴 법과 정의, 그 경계의 기록
안종오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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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檢事)! 대한민국 검사(檢事)! 정의의 마지막 보루지요! 그런데, 권력의 시녀라는 오명을 입기도 하지요. 검사동일체의 원칙(體의 則) 등의 폐해 때문이라고 해요. 검사가 정의와 진실에 대한 의무보다는 상사의 명령에 구속되어 독립성을 상실하게 되는 등의 폐해가 나타난다고 하네요. 그래서 특별 검사제도가 있구요. 얼마 전,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특검이 활동하기도 했지요. 정의 사회 구현을 위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대한민국 검사! 이제, 한 부장 검사가 남긴 이야기를 들어 보려고 해요.

 '뉴스나 영화 같은 매스컴에 비춰지는 검사의 모습은 권력에 심취한 모습, 비리에 눈감는 모습, 차가운 냉혈인간의 모습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검사라는 직업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나눠주는 일이었다.' -7쪽.


 지은이인 안종오 검사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을 나눠주는 사람이 검사라고 하네요.

 '나도 신임 검사 때 각오가 있었다. 사건 한 건 한 건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그리고 일로 봉사하면서 보람을 찾겠노라고. 그러나 자정 넘어까지 일해도 끝없이 밀려드는 업무에 서류가 그냥 서류로 보일 뿐, 그 안에 들어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보지 못하는 때가 많아졌다. 신임 검사들의 말이 또다시 나를 가르친다.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 -35~36쪽.

 '사건 자체에 매몰되기보다는 사건에 녹아 있는 인생을 봐야 한다는 기특한 생각을 가진 신임 검사들. 국민이 내려준 잘 드는 식칼로 열심히 사건이라는 식재료를 다듬어 맛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그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얼마 후 자신이 아끼던 그 식칼이 원래는 보검이었음을 깨닫고 미소 짓는 모습도.' -37쪽.

 

 법무연수원에서 신임 검사들을 가르치기도 했던 그! 어느 신임 검사의 '기록 너머에 사람이 있음을 잊지 말자'라는 말에서 배움을 얻는 그!

 '기록상 나타난 증거만으로는 좀 부족할 수 있다. 어차피 유죄판결을 받을 때까지는 무죄추정 아닌가. 하지만 피의자가 인간적인 고뇌를 보이는 상황이라면 사람으로서 참회할 시간을 주는 것이 마땅하다. 악마가 되었던 그 사람, 인간의 세계로 올 뻔했던 그 사람은 여전히 악마의 세계에 남게 됐다.' -121쪽.


 검사로서, 여러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되는 그. 안타까운 사람도 만나구요. 악마가 된 사람도 만나게 되지요.  

 그런, 마흔네 살의 16년차 부장 검사가 말하는 44편의 이야기. 그가 남긴 삶의 흔적들이겠지요.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라고 했다. 인생, 아니 사람 일은 알 수가 없다. 사람 일은 판례로 일도양단 저울질이 불가능하다. 누구의 말처럼 야구는 9회 말이 끝나기 전까지 알 수 없다.' -136쪽.


 '그때마다 주변의 좋은 동료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으면서, 사건 관계자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면서, 가족과 함께 인생의 재미와 깊이를 느끼면서 어려움을 헤쳐나갔다. 결국 나는 혼자 성장한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성장한 것이다.' -8쪽.

 


 사건 하나에 인생 하나! 그 알 수 없는 사람 일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검사 안종오도 성장한 것이겠지요.


 검사(​檢事)는 검사(劍士)라고 생각해요. 김용의 무협 소설 '의천도룡기'에서는 도룡도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암투와 살육을 벌이는데요. 검사(檢事)의 칼은 파사현정(正,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해야겠지요. 그 칼 때문에 암투와 살육이 있어서는 안 되구요. 정의의 칼을 가진 검사! 그 칼로 정의를 실현하며, 인간적인 삶을 나눠줘야 하겠지요. 좋은 음식을 만들고, 아픔을 치료하는 칼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렇게 그릇된 것은 사라지고, 바른 것으로 우리에게 행복을 주었으면 하네요. 우리에게는 아직 기록 너머의 사람을 기억하는 검사(檢事)들이 있기에, 희망이 있어요.  

  이 이야기는 16년 동안 검사로 살아온 한 남자의 진실되게 보이는 이야기예요. 물론 그만의 이야기도 있겠구요. 검사 모두의 이야기도 있을 거예요. 그런 그의 이야기가 솔직하게 느껴지니, 따스하게 다가오네요. 서점의 저자 소개를 보니, 이 책의 출간 직전 스스로 검사직을 내려놓았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는 새로운 출발을 하기 위해, 검사 생활의 마무리하기 위한 기록이겠지요. 이 기록 너머에 안종오 검사가 있네요. 저도 그에게서 인간적인 삶의 흔적을 받았구요. 저도 그와 함께 성장하게 되네요. 고마운 이야기예요.





나나흰 6기로서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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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03-14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라마 피고인에서도 부장검사가 그나마 정의롭더군요. 그러나 우병우와 측근들처럼 얼마든지 강력하게 부패할 수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해요. 그들한테도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되기를!

사과나비🍎 2017-03-14 20:56   좋아요 1 | URL
아, 드라마 ‘피고인‘을 제가 안 봐서요...^^; 그렇군요...^^* 예~ 맞아요~ 그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타산지석이 됐으면 좋겠네요~^^* 아무튼~ 오거서님~ 댓글 감사해요~^^* 좋은 저녁 시간되시기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