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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와 공작새
주드 데브루 지음, 심연희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2월
평점 :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를 오래전에 봤었다. 르네 젤위거, 콜린 퍼스, 휴 그랜트가 나왔던 영화. 알아보니,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했다고. 작가는 헬렌 필딩. 더 알아보니, 그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을 오마주한 거라고. 하긴,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다아시다. 나중에 알았지만, '오만과 편견'과 같다. 곧 읽었다. '오만과 편견'을. 아직 안 읽었던 소설이었기에. 역시 좋았다. 그래. 좋았던 사람이 많으니까 이렇게 오랫동안 헌사를 받고 있나 보다. 그리고 또 다른 헌사가 있다. '파이와 공작새'라는 소설. 할리퀸 소설이 되시겠다. 할리퀸 로맨스 소설.
'"이런 짓을 한 이유가 뭔지 알 것 같네요. 이래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죠? 여기 집주인이니까. 그리고 당신은 영화배우 님이니. 남이 살고 있는 데 함부로 들어와서 음식을 훔쳐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 거군요. 어때요, 내 말이 틀려요?"' -80쪽.
'그러자 테이트가 말했다.
"저는 집 안에 들어온 공작새를 쫓아냈을 뿐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절대로 믿지 않을 거예요. 에이미의 아빠가 어떤 놈인지 알려준다 해도 역시 믿지 않을 겁니다. 이미 철석같이 진짜라고 믿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설득할 수가 있겠습니까? 케이시는 이미 저를 싫어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159쪽.
'"아, 뭐. 오빠의 오만함과 당신의 편견이 만난 거죠. 아주 그럴듯한 맞수예요."' -423쪽.
요리사 케이시. 영화배우 테이트. 각각 파이와 공작새로 상징된다. 그리고 파이와 공작새를 매개로 얽매인다. 실연을 당한 요리사 케이시는 한적한 서머힐이라는 곳에서 휴식을 갖기로 한다. 알고 보니, 영화배우 테이트가 집주인. 새벽에 케이시가 있는 오두막의 베란다에서 샤워하는 테이트를 케이시가 한동안 봤다. 테이트는 그런 케이시를 파파라치로 오해했고. 그런데, 테이트는 케이시의 집 안에 들어온 공작새를 내보내고, 케이시가 만든 파이를 먹어서 오해를 받았고. 오해로 둘러싸인 그들. 그 둘은 함께 연극을 하게 된다. '오만과 편견'의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로. 과연, 어떤 일이 그들에게 생길지. 강한 자존심은 오만을, 깊은 오해는 편견을 만들기에.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My Lovely Sam-Soon, 2005)'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오만과 편견'의 새로운 변주. 그것도 할리퀸 로맨스 소설. '파이와 공작새'. 사실, 할리퀸 로맨스 소설은 처음이다. 주로 여성의 환상이 가득 담긴 연애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파이와 공작새'는 거기에 '오만과 편견'의 색을 입혔고. 살짝 다른 점은 베넷 부인 역의 올리비아 패짓의 역할. 그녀는 이해와 열정을 지녔다. 그래서 조언과 감동을 준다. 그렇게 케이시와 테이트가 오만과 편견으로 좌충우돌할 때, 안식처가 되어 주기도 한다. 그나저나 케이시를 보며, 생각난 사람이 있다. 바로, 김삼순! 우리나라의 브리짓 존스다. 김삼순과 브리짓 존스는 동명의 소설을 영상화한 것도 같다. 30대 미혼 여성의 일과 사랑의 이야기에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으며, 인기가 높았던 둘. 담백과 농후를 넘나드며, 웃고 울게 만들었었다. 김삼순도 요리사! 케이시도 요리사! 그런데, 케이시의 얼굴은 다소 달고, 화려했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2001)' 중에서.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파이와 공작새'는 헌사였다. '오만과 편견'에 바치는. 그런데, 그 변주가 좀 지나쳤다. 그 설탕과 색이 가벼움과 자극을 준다. 테이트의 샤워. 그리고 바라보는 케이시. 살짝 낯간지러웠다. 그렇게 낯간지러운 글이 간혹 보였다.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대사. 'I like you very much. Just as you are. (난 있는 그대로의 네가 정말 좋아)'가 맞다. 있는 그대로가 정말 좋은 거다. 너무 과하지 않게. '파이와 공작새'는 그게 다소 아쉽다. 그래도 그 쾌락! 다가가는 걸 말리지는 않겠다. 할리퀸 소설은 그런 재미인 것 같으니. 아, 아이들은 빼고.
- 나무위키의 할리퀸 항목 참조. ( https://namu.wiki/w/%ED%95%A0%EB%A6%AC%ED%80%B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