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컬렉션 (도스토옙스키 탄생 200주년 기념판) - 전11권 - 가난한 사람들 + 죄와 벌 + 백치 + 악령 +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석영중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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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 할아버지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나온 선집!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저절로 손이 움직였었네요…^^; 그리고 드디어 만났던 이 책들! 하지만 같은 책이 있어서 교환 신청했고, 무사히 교환 받았었지요~^^* 품격 있는 책! 흐뭇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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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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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의 시작. 


 하늘 아래 새로움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 창작자들이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그들. 고통 받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지금 완전히 새로운 것이 있을까. 먼저 길을 닦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자고로 공자 할아버지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온고지신(溫故知新)1이라고.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는 뜻이다. 옛것에서 새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무(無)에는 이미 누군가의 작은 씨앗들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쉽게 보이지 않게. 그런 그것을 누군가 보고, 잘 심어서 싹을 틔워 유(有)를 창조한다고 할 수 있고. 미스터리 소설가들은 어떤가. 그들도 그렇다. 이미 많은 소재와 다양한 속임수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양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어울림을 그린 작품이 보인다. 기발하다.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2라는 소설이다. 이 작가의 전작은 일본 전래 동화와 본격 미스터리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일본 전래 동화보다 서양 동화가 더 익숙하기에 이 여행이 더 반가울 수밖에 없으리라. 


 여행길에서. 


 '"네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60, 135쪽. 

 ''당신 범죄 계획은 왜 그렇게 허술해?'' -216쪽. 


 쿠키와 와인병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빨간 모자가 달린 빨간 망토를 입고 여행을 떠난 소녀. 일명 빨간 모자. 실로 명탐정이 아닐 수 없다. 1장 '유리 구두의 공범'에서 신데렐라를 만난 빨간 모자. 함께 호박 마차를 타고 가던  시체도 만나게 된다. 범인은 누구이고, 왜, 어떻게 했는가. 현장 부재 증명의 속임수가 있지만, 빨간 모자는 훌륭하게 사건을 해결한다. 2장 '달콤한 밀실의 붕괴'에서 헨젤과 그레텔의 새엄마는 과자집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밀실 살인이다. 빨간 모자는 이 또한 명쾌하게 풀어낸다. 3장 '잠자는 숲 속의 비밀들'에서는 살인자로 지목된 남자를 위해 사라진 목격자를 찾아야 한다. 빨간 모자는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가진 비밀과 그 주변 인물의 비밀도 환하게 밝혀낸다. 그렇게 그 남자의 누명을 벗게 되고, 범인도 알게 된다. 최종장 '소녀여, 야망의 성냥불을 붙여라'에서 빨간 모자는 성냥팔이 소녀와 불꽃 튀는 대결을 펼친다. 명탐정과 범죄자. 여행의 종착지에서 드디어 밝혀진 여행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빨간 모자의 대활약. 이 소설의 대미를 장식한다. 


 여행의 마무리. 


 우리는 아는 것에서 익숙함을 느끼고, 그것으로 편안함을 품는다. 이 소설에서 보인 '빨간 모자', '신데렐라', '헨젤과 그레텔',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성냥팔이 소녀'는 우리에게 익숙하게 들린다. 그래서 처음에는 편안했다. 그런데, 그들이 비틀렸다. 착하고, 바른 얼굴만 있지 않았다. 익숙함 뒤에 이어진 그런 의외성. 씁쓸하기도 했지만, 로 인한 놀라움은 크게 다가왔다. 게다가 기상천외한 속임수가 담긴 수수께끼와 빈틈없는 논리로 하나하나 짚으며 보여주는 풀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빨간 모자가 남긴 여행의 발자국은 놀라움으로 빛나고 있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알게 된 작가. 우리를 그 새것으로 안내한 그는 가는 발길에 큰 놀라움을 더한 것이다. 이 새것도 지금은 알게 되어 앞으로는 익숙하고 편안해지겠지만, 그 앎으로 가는 길의 그 놀라움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無)에 담긴 쉽게 보이지 않고, 작은 씨앗. 그것을 잘 심어서 싹을 잘 틔우니, 이런 유(有)도 나오게 된 것이리라. 이제 작가가 앞으로 걸을 여행길에서 한 작품, 한 작품의 마지막에 뒤돌아볼 발자국도 아름답기를 소원해본다. 그러면, 그때마다 나도 그 여행의 동행자가 되리라.   





 덧붙이는 말. 


 겉표지 안 쪽에 특별 수록된 짧은 글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받은 책으로 읽고 씁니다. 

  


  1.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2. 아오야기 아야토, 《빨간 모자, 여행을 떠나 시체를 만났습니다》, 이연승 옮김, 한스미디어,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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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의 내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3
하라 료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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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졌다. 가장 뜨거우면서도 가장 차가운 남자! 강자에게 차갑지만, 약자에는 따뜻한 그! 더 넓고, 더 크게 보고, 거친 듯하지만, 부드러운 사내! 낭만적이고, 냉정한 탐정! 바로, 사와자키의 새로운 이야기다. 그 새 무대가 올라왔다. 전설이 이어진 것이다. 무려 십사 년 만이라고 한다1오랜 기다림 끝에 감격스럽게 다가왔다. 그 무대의 이름은 《지금부터의 내일》2이다. 이 무대에서 사와자키는 새로운 공연을 멋지게 펼쳤고, 또다시 많은 관객에게 박수갈채를 받았다. 레이먼드 챈들러를 동경하며 하드보일드3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하라 료(1946~). 그가 일본 하드보일드 소설의 역사라 불릴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다시 보여 주었던 것이다.


 이제 오십 대가 된 탐정 사와자키. 신주쿠의 뒷골목에 있는 '와타나베 탐정 사무소'에서 여전히 탐정으로 홀로 지키고 있다. 그런 그에게 한 의뢰인이 찾아왔다. 저축은행 '밀레니엄 파이낸스'의 신주쿠 지점자 모치즈키 고이치라 밝힌 그. 대출과 관련해서라고 말하며, 아카사카의 요정 '나리히라'의 여주인인 히라오카 시즈코의 신변 조사를 부탁한다. 그런데, 사와자키는 그녀가 이미 고인이라고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리려 하지만, 연락이 안 된다. 그래서 은행에 찾아가는 사와자키. 그런데, 갑자기 복면 강도와 마주치게 되고.


 '오십 년 이상 살다 보면 놀랄 일이 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이었다. 탐정 업무를 하는 탓에 죽음의 위험에 빈번히 노출되기도 하지만, 땅속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폭력이 상대라면 악담을 내뱉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았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가락에 들린 담배를 다시 들고 연기를 천천히 빨아들였다. 나는 아무래도 아직 살아 있는 것 같았다.' -422~423쪽.


 '의무반고(義無反顧)4'라는 말이 있다. 의로운 일이라면 뒤돌아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와자키가 그렇다. 칼에 베이고 화살에 맞아도 의로운 일이라면 조금도 돌아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말 위험하다. 의인은 고난이 많다고 하더니 역시다. '의에 살고 의에 죽는' 사와자키가 위험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영화, <영웅본색>(1986)에서 총알이 빗발치는 상황의 주윤발과 버금간다. 그렇지만, 주윤발은 이겨낸다. 그 힘은 호연지기(浩然之氣)5에서 비롯됐으리라. 사와자키도 그렇다. 호연지기로 승풍파랑(乘風破浪)6의 마음을 품고 이겨낸다.


험한 인생길이여, 험한 인생길이여!

수많은 갈림길에서 나는 지금 어디 있는가?

큰 바람을 타고 물결을 깨치며 나아가는 날이 반드시 오리니

구름 같은 돛을 곧장 펴고 드넓은 창해를 넘어가리라!

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
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이백의 <행로난(行路難)> 중에서.

 사와자키도 이백과 같은 마음이리라. 험한 인생길에서 이렇게 다짐했으리라. 그렇게 지금도, 내일도 대장부가 되기로 하고 나아간다. 의식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맹자가 말한 그 대장부(大丈夫)!


 居天下之廣居   천하의 가장 넓은 곳에 살며

立天下之正位   천하의 가장 바른 곳에 서고

行天下之大道   천하의 가장 큰 도를 행한다.

得志與民由之   뜻을 얻으면 백성과 함께 하고

不得志獨行其道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 행한다.

富貴不能淫      부귀도 나를 타락시킬 수 없고

貧賤不能移      빈천도 나를 움직일 수 없고

威武不能屈      위세나 무력도 나를 꺾을 수 없다.

此之謂大丈夫   이런 사람을 일컬어 대장부라 한다.

​-맹자(孟子)》 <등문공(滕文公)> 의 하편 중에서.

      

 이렇게 사와자키가 앞으로 걸어야 할 길. 지금부터의 내일에 걸어야 할 길은 대장부의 길인 것이다.

 책, 《지금부터의 내일》은 역시, 사와자키의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의 대사와 행동에 그의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리웠던 그 향! 잘 음미했다. 그나저나 사와자키 탐정! 내일은 건강을 위해서 정말 금연해야 할 텐데.


 


 

  1. 일본에서 《어리석은 자는 죽어야 한다》가 2004년에 출간되었고, 《지금부터의 내일》이 2018년에 출간되었으니, 14년 만이다.
  2. 하라 료, 《지금부터의 내일》, 문승준 옮김, 비채, 2021.
  3. 1920년대부터 미국 문학에 나타난 창작 태도. 현실의 냉혹하고 비정한 일을 감상에 빠지지 않고 간결한 문체로 묘사하는 수법이다. 헤밍웨이의 <살인자>를 비롯한 초기 작품이 있으며, 주로 탐정 소설에 영향을 끼쳤다.
  4. 한나라 사마상여의 《유파촉격(喩巴蜀檄)》에 의불반고(義不反顧)라는 표현이 있다.
  5. 1.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 찬 넓고 큰 원기. ≪맹자≫ <공손추(公孫丑)>의 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2. 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
  6. 먼 곳까지 불어 가는 바람을 타고 끝없는 바다의 파도를 헤치고 배를 달린다는 뜻으로, 원대한 뜻이 있음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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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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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스릴러 소설이라는 작은 샘물에서 나온 이 소설. 이 감동의 감로수(甘露水). 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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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의 날 정해연의 날 3부작
정해연 지음 / 시공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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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실종된 아이를 찾는 부모의 안타까움을 어떻게 형용할 수 있을까. 아동 실종 미제 사건. 정말, 부모는 무겁고 짙은 암흑 속에서 헤매는 듯이 살고 있으리라. 이런 부모의 마음을 이어받아 절절하게 그린 소설, 《구원의 날》(2021).1 이 소설이 나온 우리나라의 스릴러 소설 세상. 그 척박한 세상에서 꿋꿋한 걸음을 걸어가는 작가, 정해연. 《구원의 날》은 그녀가 이곳에서 빛나는 정성으로 빚어낸 것이다. 상실과 치유의 감동이 담긴 스릴러 소설로 


 '"여보, 얘 그냥 돌려보내면 안 돼. 우리 선우 찾을 수 있어. 여보, 제발 부탁이야. 우리 선우 찾아줘."' -67쪽.


 이선준, 장예원 부부. 3년 전, 이 부부의 아들 선우가 실종됐다. 엄마와 함께 간 불꽃놀이 축제에서. 아빠는 교통 사고로 입원해 있었고. 엄마와 아이의 손이 이어지지 않았을 때, 실종됐다. 아마 유괴를 당한 듯했다. 이에 엄마 예원은 죄책감에 무너져 가고 있었다. 아빠는 지쳐가고 있었고. 결국, 충동조절장애로 정신요양원에 입원하게 되는 그녀. 그런데, 그곳에서 실종된 선우와 똑같이 동요를 개사해서 부르는 신로운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관심받고 싶어서 자해를 했던 그 아이. 그렇게 그곳에 온 아이. 예원은 충동적으로 그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몰래 나온다. 선준은 그런 예원에게 아이를 다시 병원으로 보내야 한다고 한다. 그때, 아이가 선우의 사진을 보고, 선우를 만났었다고 한다. 기도원에서.


 '우리는 살면서 많은 손을 잡고, 놓고, 놓친다. 하지만 놓친 손은 다시 잡을 수 있다. 그걸로 우리는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결국 용서의 이야기다.' -'작가의 말' 중에서. (285쪽).


 아이가 실종된 후 무너지고, 지친 부부. 애정과 관심이 결핍된 아이. 이들의 동행. 유괴된 듯한 아이를 찾기 위해 충동적 유괴가 된 상황. 그리고 이들이 아이를 찾기 위해 향한 곳, 사이비 종교 단체. 이 꼭짓점들이 긴장감의 실을 놓지 않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예원의 행동이 처음에는 극단적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극단적 선택 시도도 했었고. 알고 보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특히, 더 죄책감을 가져야 할 이유가. 선준의 교통 사고도 그의 잘못이 컸었고. 로운이라는 자폐 아이의 자해 행위도 엄마의 방치로 비롯됐고. 사실, 준비되고, 완벽한 부모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부모와 아이. 그들은 가족 안에서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실수든, 그것이 아니든. 사소하든, 그렇지 않든. 물론, 죄가 된다면 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렇게 가족은 가장 가까운 가시이자, 날개다. 아프게 찌를 수도 있지만, 포근하게 안을 수도 있다. 로운은 예원의 손을 잡고 정신요양원에서 나온 이유가 '따뜻해서(94쪽)'라고 했다. 로운도 예원에게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용서와 함께. 우리는 손을 잡으면서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다. 놓치면 다시 잡을 수 있다. 영화, <러브 스토리>(1970)에서 '사랑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야'라고 했던가. 마찬가지로 가족은 용서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그저 손을 잡아주면 되는 것이다. 따뜻하게. 그렇게 용서와 인간으로서의 이해를 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모두 스스로를 구원하는 날이 올 수 있었고.

 작가 정해연은 이런 생각을 이 작품에 잘 녹여냈다. 우리나라 스릴러 소설이라는 작은 샘물에서 나온 이 소설. 이 감동의 감로수(甘露水). 잘 마셨다.



 


 

  1. 정해연, 《구원의 날》, 시공사,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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